의사 없다면서 레지던트 지원자 절반 탈락…인턴 채용은 어떨까

일부 지원자들 "탈락 사유 말 안해줘" 내부 불만
"'처단령' 이후 마음 돌아서…사법 리스크 해결 안돼"

23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12.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 지원한 인원 중 절반만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모집 결과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면서, 다음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인턴, 레지던트 상급 연차 지원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 수련병원은 내년 1월22일부터 23일까지 내년도 상반기 인턴 모집 원서접수 후 같은달 24일부터 27일까지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레지던트 2~4년차 모집일정은 내년 1월 중 수련환경평가본부 누리집을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에 따르면 181개 병원에서 총 3594명을 모집한 결과 지원자 314명 중 181명이 최종 선발됐다.

지원자 대비 합격률은 57.6%, 전체 확보율(확보인원/모집인원)은 5.0%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107명(확보율 5.5%)이었으며, 비수도권은 74명(확보율 4.5%)이 선발되어 수도권이 전체 선발인원 중 59.1%로 조사됐다.

특히 이른바 필수의료과라고 불리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자 모두 합격했으며, 가정의학과, 비뇨의학과 또한 평균보다 합격률이 높았다. 하지만 인기과라고 불리는 정신건강의학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은 평균보다 낮은 합격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대학병원 출신인 사직 전공의가 복귀할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지원자를 탈락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한 대학병원 인기과에 지원한 사직 전공의는 "이번에 전공의를 새로 뽑으면 복귀할 자리가 없어서 (교수가) 일부러 안 뽑은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며 "탈락자들에게는 '왜 떨어졌는지' '몇 점인지' 등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고, 떨어진 것만 고지하니 알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는 향후 인턴, 레지던트 선발 절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소재 의과대학 재학생은 "모집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탈락하게 되면 동기들에게 소문만 안좋게 날까봐 지원을 망설이는 동기들이 많다"면서도 "무엇보다도 의사 국가고시 지원율이 낮아 인턴 전형에 지원할 사람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매년 3000명가량의 의대 본과 4학년이 국시 실기시험에 응시했지만, 올해는 11.4%에 불과한 364명만이 원서를 냈다. 이 때문에 인턴 모집 절차를 진행한다고 할지라도 사실상 지원할 인원 자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빅5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새 전공의에 대한 수련을 거부하겠다고 성명을 내고, 동료 전공의가 블랙리스트를 만드는데 지원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레지던트 1년차) 합격자 명단을 홈페이지에 게시하지 않고, 개별통보한 것도 처음"이라며 "지원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레지던트 상급 연차 모집 또한 저조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에서 내과를 수련하던 중 사직한 전공의는 "필수의료에 종사했던 전공의들은 의료소송 등 법적 리스크, 전공의 처우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나 최근 '전공의 처단령'으로 인해 군문제를 해소하고자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던 사직 전공의들도 마음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교수들도 당직과 업무과중을 버티지 못하고 2차병원으로 떠나는 실정"이라며 "후배들에게 수련 받으라고 연락을 하기조차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