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확산 조짐" "탄압 멈춰야"…서울의대 휴학승인 '일파만파'

의사단체 "탄력적 학사 운영에 한계…집단 유급 방지해야"
교육부, 서울대 고강도 감사…"동맹휴학, 정당한 사유 아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의대생의 집단 휴학을 전국 최초로 승인한 가운데 교육부가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의 모습. 2024.10.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천선휴 권형진 기자 = 교육부가 의대생 집단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 의과대학을 상대로 고강도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의사단체들이 "탄압을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서울대처럼 대학 총장이 아닌 학장에게 휴학 승인 권한이 있는 의대들도 동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는 최고 의결기구인 주임교수회에서 지난 8월 22일 휴학을 승인했고, 지난달 11일 주임 회의에서도 의대생의 휴학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올해 1학기 의대 학생들 약 700명의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고 서울대 본부 측에 통지했다.

서울대 의대 측은 학생들이 복귀를 한다고 할지라도 내년 2월까지 1년치 과정을 모두 듣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휴학계를 처리했다고 한다.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는 학생들이 복귀해도 올해 의대교육을 제대로 할 수 방법이 없는 시기에 이르렀으며 집단 유급 위험에 처했다"며 "지난 8월21일 실시한 교수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3%가 의과대학생들의 휴학을 인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고 했다.

◇전국 의대로 확대 가능성…"의대 학사 운영에 한계"

서울대는 학생들의 휴학 승인 최종 결정권자가 총장이 아닌 각 단과대 학장에게 있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의대 학장에게 휴학 승인 권한이 있는 대학들로 휴학이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다른 39개 의과대학의 학장, 총장도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휴학신청을 승인해야 한다"며 "교육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고 동참을 촉구했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이날 의료계 연석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현재 시점에서 의과대학의 질 저하 없는 탄력적 학사 운영에 한계가 있다"며 "학생의 자유 의지를 존중하고 학습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으며, 휴학계 미승인에 따른 집단 유급 사태와 법적 소송을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휴학 승인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학생이 제출한 휴학계에 대한 승인을 각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진행할 수 있도록 휴학 허용을 간곡하게 요청한다"며 "필요시 언제든 교육부와 협력해 의대 학사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의과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대학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는 대부분 총장이 회수해갔다"고 말했다.

교육부 감사관실 직원들이 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의대 집단휴학 승인과 관련한 사항을 감사하기 위해 대학본부로 들어가고 있다. 2024.10.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교육부, 서울의대 12명 규모 감사 돌입…의대교수들 "교육부 탄압 멈춰야"

정부는 의대들의 휴학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 반면 의사단체들은 교육부를 향해 "탄압을 멈추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대학본부에서 의대생 휴학 승인에 대한 현지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에는 감사관실과 인재정책기획국 직원 12명이 투입됐다.

교육부는 지난 2월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한 이후 "동맹 휴학은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며 휴학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 이날 40개 의대에 '학사 운영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고 "향후 대규모 휴학 허가 등이 이뤄지는 경우 대학의 의사 결정 구조 과정, 향후 복귀 상황 등을 고려한 교육 과정 운영 준비 사항 등에 대해 점검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계는 서울대 의대에 대한 교육부의 현지 감사와 엄중 문책을 규탄했다.

전의교협, 대한의학회, 대한의사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의원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은 이날 오후 의료단체 연석회의를 열고 "교육부는 각 대학들이 양질의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할 부처이지 날림 졸속 엉터리 부실 교육을 하도록 강요하는 부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과정이 안 된 학생을 진급시키는 대학을 감사하고 징계하는 게 상식인데, 상식을 따른 의대를 감사하고 엄정대처하는 것은 비교육적이고 반교육적인 행태"라며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의대생은 의사가 될 수 없으며, 국민들도 교육받지 않은 의사에게 소중한 생명을 맡기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태 이사장은 "(교육부가) 승인된 휴학을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의정갈등과 같은) 사태들이 조속하게 마무리 되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도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는 더 이상의 의료농단, 교육농단과 탄압을 멈추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가치를 수호하고 학생들의 수업권, 국민의 건강권, 대학의 자율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