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환자"…의협 "경질해야"

"경·중증 판단, 의사들도 하기 쉽지 않아"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브리핑을 하고 있다.2024.9.3/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책임을 묻고 경질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협은 4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처음에는 경증으로 진단받았다가 추가 검사가 진행되면서 중증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며 "의사들도 (경중증) 구분이 어려워 수많은 임상경험과 공부를 통해 판별하는데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증이면 의사들은 레드 플래그 사인(위험신호)은 왜 공부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말을 공식적으로 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과 제도를 수립하고 운영하는 정책실무 책임자라는 것이 믿을 수 없다"며 "이런 인식 수준의 차관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보고를 하니, 대통령이 현 상황을 '원활하다'며 태평하게 보는 게 이상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진정 우리나라 의료를 살리기 위한다면 역대급 망언을 날로 갱신하는 박 차관을 비롯한 의료계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해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함께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는 응급의료를 살리기 위해 경증환자의 응급실 진료비 부담을 90%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경증환자들에게는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박 차관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떻게 경·중증을 판단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본인이 전화 걸어서 물어볼 정도면 경증"이라며 "중증은 거의 의식불명이거나 본인 스스로 뭘 할 수 없는 마비 상태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나는 것도 경증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후 박 차관은 이날 오후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라디오 발언에 대해 "(제가) 의사도 아니고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위험인 상태에서 증상이 악화되면 중증일 수가 있고, 의식이 있다고 경증은 아니다"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상황이 안 좋을 때 동네 병의원을 빨리 이용해서 체크를 받고 의사가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