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 D-3…빅5 “문의 전화 한 통 없다”

졸업 앞둔 의대생 20명 중 1명만 '국가고시' 응시
의료계 “전문의·전공의 배출 ‘비상’…의료현장 혼란 우려”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6일 오전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에 보건의료노조의 의정갈등 관련 인쇄물이 붙어 있다. 2024.7.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하반기 전공의 7600여명 모집을 위한 지원자 신청 마감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 수련병원은 오는 31일 오후 5시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서류를 접수한다. 하반기 채용 인원은 인턴 2525명, 레지던트 1년차 1446명, 레지던트 상급년차(2~4년차)는 3674명 등 총 7645명이다.

하반기 레지던트 1년차 지원자는 다음달 17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되는 필기시험에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필기시험 과목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4과목이다. 필기시험 총점(50점)의 40% 미만으로 득점한 경우 불합격 처리된다.

인턴들의 경우에는 필기시험 성적이 의사국가고시 점수를 환산해 평가하게 된다. 인턴과 레지던트 지원자는 모두 다음달 20~21일 각 수련병원에서 실기 및 면접 시험을 치르게 된다. 합격자 발표는 같은달 22일이다.

상급년차 레지던트 지원자는 다음달 5일부터 7일까지 면접 및 필기시험을 치르게 된다. 합격자 발표는 같은달 9일이다.

의대 교수들은 채용 면접에 참여하지 않거나 전공의에 대한 교육 거부 등의 방식으로 하반기 전공의 채용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에서 실시한 '병원의 일괄 사직 및 대규모 하반기 모집에 대한 전국의대 교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대 교수의 89.2%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은 '수련병원과 상관없이 하반기 전공의를 채용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철회 등 전공의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현장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전공의들이 많고, 교수들의 보이콧 움직임까지 더해져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율은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각 수련병원에서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신청한 인원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빅5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난 25일을 기준으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한 지원자는 거의 없다"며 "채용 등에 대한 문의전화도 한 통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도 "(하반기 전공의 채용) 지원자가 거의 없다"며 "예년 같으면 31일에 모집이 끝나고 지원자 수를 올리는데, 올해는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지원자 수 등을) 공개할 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전공의들은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기보다는 개원가로 취업하거나, 미국 의사 면허 시험을 준비해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6일 의협 산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제1차 전국 의사 대토론회에도 전공의들 수십명이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사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수련 복귀를 촉구하는 한편, 전공의의 수련 기회를 막는 의대 교수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를 가르치지 않는)그런 행위가 만약 발생한다면 여러 가지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더해 졸업을 앞둔 의대생 20명 중 1명만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하는 등 국시 접수율도 극소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원서 접수를 한 의대생은 전체 3200여명 중 364명으로 전체 응시자의 약 11.4%에 불과했다. 응시 대상 3200여명 중 졸업예정 의대생은 3000여명인데, 이 중에서는 약 5%인 159명만 국시 접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의대생의 국가 고시를 설득할 계획이다. 김국일 정책관은 지난 2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교육부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 등으로 의대생들이 많이 복귀한다면 국시를 추가 실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생들이 의사 국시 응시를 거부함에 따라 내년 배출되는 의사는 극소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신규 의사는 매년 3000명 가량 배출된다. 이 때문에 이후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전공의, 전문의 배출이 미뤄져 의료현장에 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대생,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응하기보다 비상 진료 체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번주부터는 범정부 차원의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도 주 2회에서 1회로 줄어든다. 대신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정책 등에 중점을 둔 브리핑을 진행할 계획이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