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음주, 장내 미생물 불균형 유발…결국 정신질환 초래[헬스노트]

미국 국립보건원,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금주자 등 31명 분석
장내 미생물 변화, 정신건강 병태생리학과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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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술을 과다하게 마시거나 중독될 경우 유익한 장내 미생물이 사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알코올 사용 장애는 과도한 음주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을 뜻한다. 알코올 사용 장애는 술을 마시지 않을 때 금단증상이나 음주 욕구가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풀고 즐거움을 찾기 위해 술을 더 마시게 되는 증상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 이외에도 금주했을 경우 수면장애, 구토, 피부 감각 이상, 혈압 상승, 섬망, 불안, 초조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17일 미국 공공의과학 온라인 학술지 'PLoS One'에 따르면 다리아 피아센티노 미국 국립보건원 약물 남용 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1명의 식이섭취, 대변, 장내 미생물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했다.

먼저 연구진은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중 6주 동안 금주한 사람들,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중 치료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 알코올 사용 장애를 앓지 않는 건강한 사람들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미생물 분류군과 대사 산물 풍부도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는 두 대조군보다 당뇨, 염증성 질환 및 암 개선에 도움을 주는 장 미생물인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 섬유질을 발효시켜 부티르산으로 전환시키는 '로즈뷰리아(Roseburia)', 배변을 정상적으로 조절하는 장내 미생물 '라크노스시라피에(Lachnospiraceae)'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방세포를 축적하는 균인 칸디다투스 스토케피쿠스(Candidatus Stoquefichus) 등 해로운 장내 미생물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는 다른 대조군보다 스카톨(skatol), 크산투레네이트(xanthurenate) 등 트립토판 대사 산물의 함량이 낮았다. 트립토판과 대사 산물은 장-뇌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신경계와 장 신경계 모두에 신경 전달물질로 작용한다.

연구진은 이처럼 과도한 음주는 장내 미생물을 불균형하게 만들고, 이는 장내 염증 반응과 간손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주가 항상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해소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추가 연구결과 우울증, 불안, 불면증 또한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군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장내 미생물 변화는 우울, 불안, 정신질환 등 정신건강의 병태생리학과 관련이 있어, 과음이 지속될 경우 알코올 의존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는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가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장내 미생물과 대사체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것을 입증한 최초의 연구"라며 "장내 미생물 불균형은 정신건강과 금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미국 공공의과학 온라인 학술지 6월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