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평화 바란다'던 트럼프 바그다드 공습…중동 전운 고조(종합)

美국방부, 드론 공습으로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가혹한 보복" 이란 강경대응 경고…긴급 안보회의 소집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2020-01-03 17:04 송고 | 2020-01-03 17:43 최종수정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미국과 이란이 결국 맞붙을 기세다.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했던 미국이 이라크 내에 있던 이란 주요 인물을 표적 공습, 사살하며 전격적인 공격에 나섰다. 전쟁까지 가진 않더라도 두 나라로 인한 중동 지역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질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진행한 공습 작전으로 거셈 솔레이마니(63)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중동 전역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미국인 수백명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는 솔레이마니에 대해 '결단력 있는 방어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솔레이마니 장군은 이라크와 이 지역에 있는 미국 외교관 및 군인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면서 "이번 공격은 이란의 공격 계획을 그만두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겁주기'란 것.

국방부는 성명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지난 몇 달동안 이라크에 있는 연합군 기지에 대한 공격 계획을 조정했으며, 최근 발생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 급습도 승인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어떤 특정한 정보를 기반으로 공격을 감행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측 한 고위 관리는 지난달 27일 이란이 후원하는 민병대의 공격으로 미국인 민간 건설업자 1명이 숨진 뒤 이러한 고도의 기밀 임무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조차도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

일(현지시간) 미국 공습에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총사령관. © AFP=뉴스1
일(현지시간) 미국 공습에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총사령관. © AFP=뉴스1

이라크 민병대 관계자와 국영TV 등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바그다드 국제공항 바로 밖에서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PMF·하시드 알사비)를 이끄는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과 함께 숨졌다고 말했다. 시아파 민병대가 공개한 동영상에서는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공격을 받아 찌그러진 모습이 보였다.

미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뒤 드론 공습을 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는 이번 공습은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 등을 태우고 떠나던 차량 2대를 표적으로 삼았던 것이라면서 최소 6명이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날 이라크에 도착했고,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은 공격받은 차량 중 한 대에 타고 있었다.

NYT에 따르면 이 표적 공습은 불과 몇 시간사이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두 번째 공격이다. 2일 밤 늦게는 공항에 3개의 로켓탄이 떨어졌었다. AFP는 이라크 보안당국 관계자를 인용, 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공습 뒤 미국과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최고국가안보회의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죽인 '범죄자'에게는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심을 훨씬 높인다고 지적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솔레이마니 장군을 표적해 암살한 미국의 국제적 테러 행위는 극도로 위험하고 어리석은 (긴장) 고조"라며 "미국은 이런 불한당 같은 모험주의가 낳을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견뎌야 한다"고 비판했다.

PMF는 미국의 공습 뒤 전투원들은 (싸울) "준비를 하라"고 촉구했다. 시아파 주요 민병대인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AAH)를 설립한 가이스 카잘리는 친필 서한에서 "앞으로 정복과 위대한 승리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 만큼, 모든 저항 전투원들은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사진) © AFP=뉴스1
(자료사진) © AFP=뉴스1

WP는 그동안 미국과 이란이 긴장 관계를 이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군 사령관 제거는 많은 지역 분석가들한테 놀라운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중대한 대응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측 중동협상 수석대표를 지낸 일란 골드버그 신미국안보센터(CNAS) 중동안보국장은 이번 일을 대규모 게임 체인저(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계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란은 복수를 꾀할 것이다. 이라크, 레바논, 걸프 또는 다른 지역에서 확대될 수 있다"며 "안타깝게도 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지 또는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고 WP는 봤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호전적인 수사(레토릭)를 사용하고 이란의 동맹인 시리아 정부에 여러 차례 공격을 승인하면서도, 미국이 값비싼 중동 전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혀왔었다.

지난달 발생한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의 시위대 습격 사건 뒤에도 "전쟁은 바라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사관 습격 사건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지만 전쟁 가능성을 묻는 말엔 "내가 (전쟁을) 원하는가? 아니다. 나는 평화를 원한다. 나는 평화가 좋다. 그리고 이란은 그 누구보다도 평화를 바라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잠재적 보복에 대응해 미 외교관과 군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관계자들은 미국은 자국민들을 보호 조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그다드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대사관 직원들이 대피 명령이 내려질 경우를 대비해 짐을 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관리는 "우리는 이란이 반응할 가능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사진) © AFP=뉴스1
(자료사진) © AFP=뉴스1



sy@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