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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시대]③ "아내에게 비상금 계좌 걸리면 어쩌죠?"

오픈뱅킹으로 모든 계좌 드러나…"비상금 계좌 들통날까 걱정"
금융권 종사자 "요즘 질문 많이 받아…오프라인 전용 스텔스계좌 등 대안"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2019-11-03 06:19 송고 | 2019-11-03 21:04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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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진호씨(35)는 소액의 비상금 계좌를 운용하고 있다. 여기서 조금씩 돈을 빼서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아이들 장난감을 가끔씩 사준다. 그러나 최근 오픈뱅킹 서비스가 전 은행권에 적용된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많아졌다. 아내가 공인인증서를 갖고 있고 비밀번호도 알고 있어서 모든 계좌가 한번에 조회되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달 30일부터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은행 10곳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모든 은행의 계좌 이체 및 조회를 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오픈뱅킹으로 인해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기혼 남성들이 아내 몰래 사용해 온 비상금 계좌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직 오픈뱅킹 시범 서비스 기간이다보니 은행 앱에서 타 은행 계좌를 연결하기 위해선 타행 계좌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다음달 18일부터 오픈뱅킹 서비스가 정식 시행되면 계좌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은행 개설 계좌를 조회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직 은행간 협의 단계지만 일정 수준 이상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은 이와 별개로 오는 11일부터 금융결제원의 통합계좌관리 서비스인 '어카운트인포'아 연동해 보유 계좌를 확인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아내 몰래 운용해온 비상금 계좌가 들통나면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보니 해법을 물어오는 지인들의 전화가 부쩍 늘었다는 게 금융종사자들의 전언이다. 기혼 남성뿐 아니라 기혼 여성들도 비슷한 문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우선 '스텔스 계좌'로 불리는 오프라인 전용 보안 계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스텔스 계좌는 은행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온라인 거래가 안된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 계좌는 당초 금융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 창구 거래만 가능하도록 만들어졌지만 계좌통합시스템이나 은행 앱 등에서 조회되지 않아 다수의 기혼 남성들이 비상금 계좌로 사용해 왔다. 스텔스 계좌는 오픈뱅킹 정식 서비스 이후에도 조회되지 않는다. 은행 창구만을 이용해야한다는 단점을 감수할 수 있다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또다른 방법은 증권사CMA계좌나 저축은행, 상호금융권에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다. 내년 중 저축은행업계 등으로 오픈뱅킹이 확대될 예정이지만 이때까지는 오픈뱅킹이 적용되지 않아 조회되지 않는다. 이용할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시중은행처럼 자유롭게 체크카드로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충전식 페이서비스는 가상 계좌에 코인을 충전하듯이 이용할 수 있어서 오픈뱅킹 이후에도 계좌조회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남은 코인을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고 소득공제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다수의 은행권 관계자들이 가장 추천하는 방법이다. 다만 예금자 보호가 안된다는 단점이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학 동창들 중 남녀 가리지 않고 비상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며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많은 부분이 편리해졌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웃픈(슬프면서도 웃기다는 신조어)' 상황이 발생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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