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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해 때마다 노후주택 붕괴되는데…재난안전시스템 ‘구멍’

재난부서 노후주택 현황조차 '몰라'…예방 대책 허술
“무허가 노후 건축물 전수조사로 해결방안 찾아야”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2019-09-25 09:39 송고
지난 2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2층짜리 주택 건물이 무너져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해당 주택에 사는 A씨(72·여)가 매몰됐으며 9시간만에 구조됐으나 숨졌다.(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2019.9.22/뉴스1
지난 2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2층짜리 주택 건물이 무너져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해당 주택에 사는 A씨(72·여)가 매몰됐으며 9시간만에 구조됐으나 숨졌다.(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2019.9.22/뉴스1

태풍이 지나가거나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소규모 노후주택이 무너지는 아찔한 사고가 잇따르는데도 재난안전시스템이 이 같은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하다.

25일 국토교통부와 부산시 등에 따르면 건축물 대장에 등록된 노후주택 현황은 국토부와 지자체 건축정책 관련 부서에서 연간 통계수치를 집계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안전부서는 집중호우나 강풍에 무너질 우려가 있는 노후 건축물에 대한 현황자료가 없고 관련 부서와 연간 통계자료도 공유하지도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풍수해 때마다 노후 건축물 붕괴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인명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조차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태풍 '타파' 영향으로 강풍주의보와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21일 오후 10시26분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2층짜리 주택 건물이 무너져내렸다. 잔해물에 깔린 A씨(72·여)가 9시간여만에 구조됐으나 숨졌다. 해당 건물은 무허가 노후주택이었다. 부산진구청은 1956년 1월1일 부과된 재산세 기록을 토대로 붕괴된 주택이 적어도 63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오후 6시15분쯤 부산 영도구 봉래동의 한 주택이 무너져 내렸다. 소방대원들이 건축 잔해물 사이에 요구조자가 없는지 수색하고 있다.(부산지방경찰청 제공)© 뉴스1 DB
지난 7월 22일 오후 6시15분쯤 부산 영도구 봉래동의 한 주택이 무너져 내렸다. 소방대원들이 건축 잔해물 사이에 요구조자가 없는지 수색하고 있다.(부산지방경찰청 제공)© 뉴스1 DB

지난 7월22일 오후 6시15분쯤에는 부산 영도구 봉래동의 한 2층짜리 주택이 주저앉았다. 건축물 대장을 보면 무너진 주택은 1985년 8월에 준공된 노후주택이었고 2년 이상 아무도 살지 않은 빈집이었다. 사고가 발생하기 이틀 전인 7월20~21일에는 태풍 '다나스'의 북상으로 호우경보와 강풍경보가 발효됐고 부산지역에는 2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태풍 '콩레이'가 부산을 지나면서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던 2018년 10월6일 오전 6시25분쯤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다세대 주택 담벼락이 무너졌고, 2017년 9월11일 오전 10시20분쯤에도 부산지역에 시간당 8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부산 중구 동광동에 있는 노후주택 3채가 잇따라 주저앉았다. 당시 주택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 2명이 긴급 대피했다.

무너진 주택 가운데 한 곳은 무허가 건축물이었고 나머지 2곳은 허가 건축물이었으나 모두 56년 전에 지어진 낡은 집이었다.

11일 오후 부산지역 집중호우로 중구 동광동 주택 3채가 무너졌다. 부산 지역은 이날 오전 7시쯤부터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부산소방본부제공) 2017.9.1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11일 오후 부산지역 집중호우로 중구 동광동 주택 3채가 무너졌다. 부산 지역은 이날 오전 7시쯤부터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부산소방본부제공) 2017.9.1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11일 오후 부산지역 집중호우로 중구 동광동 주택 3채가 무너졌다. 119구조대원이 주택 붕괴로 고립되었던 주민을 대피시키고 있다.2017.9.1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11일 오후 부산지역 집중호우로 중구 동광동 주택 3채가 무너졌다. 119구조대원이 주택 붕괴로 고립되었던 주민을 대피시키고 있다.2017.9.1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거센 비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인허가 여부에 관계없이 노후주택이 무너질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 긴급재난문자 등에서는 외출 자제를 당부하거나 하천이나 해안가 접근을 막을 뿐 붕괴 위험이 있는 노후 건축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한 대피 안내나 행동 요령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부산지역 각 구·군은 매년 초 재해취약지역을 선정해 시에 제출한다. 올해는 232곳이 선정됐지만 명단에는 급경사로에 있는 산사태 위험지역이나 침수구역 위주로만 이뤄져 있다.

이와 관련 부산시 재난대응과의 한 관계자는 "풍수해와 겹쳐 노후 건축물 붕괴 사고가 발생할 경우 회의를 통해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일은 하고 있지만, 건축물에 대한 부분을 상세하게 알 수 없어 직접 나서서 개선책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노후 건축물은 구·군에서 재해취약지역으로 보고한 지역도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찾아가서 안내할 있는 상황은 못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붕괴 우려가 있는 위험한 노후가옥은 관리방안을 검토해서 구·군이 사전에 대피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지난 3월에 발표한 2018년 12월 기준 부산지역 주거용 주택 25만8752동 가운데 30년 이상된 노후 주거용 건물은 4만2609동, 35년 이상된 건물은 11만3760동으로 나타났다. 30년 이상된 주거용 노후건물 비율을 구·군별로 보면 부산 동구가 39%로 가장 높았고 수영구 33.8%, 서구 32.4%, 동래구 31.2%, 사상구 27.9%, 중구 27%, 영도구 26.2%, 부산진구 2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물론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해도 안전 관리나 유지 보수에 따라 오랜기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2015년 발표한 '시설물 반복재난 위험 요인 저감 및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공공시설물 관리는 양호하게 돼 있으나 소규모 시설, 민간관리주체 시설물은 행정력 부재와 연계돼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시설 노후화 추세가 더해지면서 재난사고위험에 더욱 노출되는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오는 2020년 5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에는 소규모 노후 건축물 점검의 실시 조항이 추가됐다.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건축물 가운데 안전에 취약하거나 재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건축물을 대상으로 점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대상은 사용승인 후 30년 이상 지난 건축물, 주거 약자용 주택, 아동이나 노인 복지시설 등이다.

무허가 노후주택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인력과 예산 등의 문제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지자체는 무허가 건축물의 경우 개인 사유지이기 때문에 붕괴가 우려되더라도 손쓸 방도가 없다는 입장만 거듭 밝히고 있다.

건축물 유지 관리의 법령 정비방안을 연구한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조영진 박사는 "무허가 노후 건축물은 전국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실정인데, 기본적으로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해결방안도 나올 것"이라며 "제도권 안으로 유입하고 노후 건축물 점검을 통해 재난안전대책을 수시로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에는 필지를 가진 건축주가 권한과 책임을 모두 가지기 때문에 사적영역으로 미뤘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국가의 중요한 가치로 변하면서 나라가 점검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이라며 "개별 건축물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면 붕괴나 전도 수준은 금방 드러나며, 주민도 위험정도를 인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oah45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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