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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낭중지추 이강인, 이런 에이스도 없었다

환상 어시스트로 에콰도르전 1-0 승리 견인

(루블린(폴란드)=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06-12 05:32 송고
12일 (한국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된 이강인 선수가 정정용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19.6.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그대로 해석하면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의미인데, 재능이 아주 뛰어난 사람은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숨어 있어도 결국은 도드라지게 마련이라는 속뜻을 가지고 있다.

그 낭중지추라는 표현이 딱 적합한 대상이 나타났다. 정정용호의 구성원 중 가장 어린 나이(18)에도 불구하고 안팎의 리더 역할을 해 '막내 형'이라는 흥미로운 신조어를 탄생시킨 이강인이 그 주인공이다.

아직 어리고, 그 정도 나이에 빛을 발했다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과 함께 사라진 재능들이 축구사에 적잖았기에 호들갑은 자제하는 게 맞지만 특별한 물건이 등장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튀지 않으려 해도 툭 튀어나오는 이강인과 함께 정정용호가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대표팀이 12일 오전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정정용호는 1983년 세계청소년 선수권에 출전했던 박종환 사단과 2002 월드컵에 나선 히딩크호의 4강을 넘어 한국 남자축구 사상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오르는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이날도 공격의 중심은 이강인이었다. 장신 스트라이커 오세훈 아래에서 사실상 '프리롤' 역할을 맡았던 이강인은 한국 공격의 거의 모든 장면에 관여했다. 그리고 공을 잡을 때마다 관중석의 탄성을 이끌어낼 정도의 남다른 클래스를 자랑했다. 그의 왼발에 걸리면 짧든 길든 위치는 중요치 않았다. 지근거리는 절묘한 타이밍으로 상대를 골탕 먹였고 다소 먼 거리는 날카로움으로 수비를 무력화 시켰다.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이강인이 슛을 날리고 있다. 대표팀이 에콰도르를 제압하면 이탈리아를 꺾고 결승에 선착한 우크라이나와 오는 16일 우치에서 결승전을 펼친다. 2019.6.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앞선 5경기 내내 상대의 집중견제에 시달려 체력적인 부담이 컸을 텐데 그 누구보다 많이 뛰었다. 워낙 공격력이 돋보여서 빛이 바랬으나 이강인은 수비 능력까지 갖춘 완성형 선수다. 결정타도 이강인이 날렸다.

이강인은 전반 39분, 축구지능을 가득 담은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찔러 넣어 최준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상대 수비수들이 아직 전열을 잡지 못할 때 기습적으로 패스를 넣어 그야말로 허를 찔렀다. 이 득점이 결승골이었다. 후반 27분이라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교체아웃됐으나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긴 이는 역시 이강인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정정용 감독은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발렌시아 구단의 협조를 받고 싶다" "나중에 합류하더라도 이강인은 꼭 데려가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이강인이라는 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절실한 자세였다.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 나서는 연령별 대회인데 팀의 대다수보다 어린 선수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부호였다. 이강인에게도, 다른 선수들에게도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들렸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어 나갔다. 그리고 '의심의 여지없음'이라는 마침표가 찍힌 느낌이다.

포르투갈과의 1차전부터 에콰도르와의 4강까지, 이강인은 모든 경기에서 빛났다. 사실 에이스라고 매번 날아다닐 수는 없다. 호날두도 메시도, 박지성도 손흥민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들이 있다. 특히 특정 대회에서는 상대의 집중견제 때문에 평소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빈도가 더 많아진다. 그런데 이 어린 에이스는 도무지 기복이라는 게 없었다.

감독의 편애라 느낄 수 있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형들이 예뻐하는 이유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언가 해결해야할 때는 차원이 다른 플레이로 경기장을 지배했다. 여기까진 일반적인 에이스의 전형이다. 그러나 이강인은 달랐다. 희생이 필요할 땐 막내답게 열정적으로 뛰어다녔다.

대회를 앞두고 이강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많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이강인은 분명 특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평범했다. 스스로는 튀지 않으려 했으나 주머니 속 송곳처럼 툭 튀어나온 이강인 덕분에 정정용호가 결승 진출이라는 대박 사고를 칠 수 있었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