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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신 풍속도'…세뱃돈도 스마트폰 간편송금으로

IT 익숙한 젊은세대·중년층, '빳빳' 신권 대신 간편송금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2019-02-04 07:00 송고
설을 앞두고 28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서울 송파구 잠실동 경로당에서 합동세배를 하고 있다. 이날 부리도 어린이집 원생들은 어르신들에게 세배후 재롱잔치를 펼쳤다.2019.1.28/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설을 앞두고 28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서울 송파구 잠실동 경로당에서 합동세배를 하고 있다. 이날 부리도 어린이집 원생들은 어르신들에게 세배후 재롱잔치를 펼쳤다.2019.1.28/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석현씨(47)는 설날인 5일 당직 근무에 걸렸다. 동생 가족은 4일 저녁 고향으로 내려와 차례를 준비하지만 김씨 가족은 3일 고향을 방문해 부모님을 뵌 후 4일 오후에 서울로 돌아와야 해 서로 얼굴을 보기 힘들 듯 하다. 평소 설날이면 대학생인 조카에게 항상 '봉투'를 건냈던 김씨는 올해 간편송금으로 이를 대체할 예정이다. 그는 "조카가 안부 전화를 하거나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송금하고, 연락이 없으면 세뱃돈을 안 줄 것"이라며 웃었다.

한민족 최대의 명절은 설과 추석이다. 설과 추석은 그 의미가 각각 다르나 일상이 바빠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처럼 모여 정을 나누는 점은 같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들에게 있어서는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친척들의 얼굴 외에도 용돈, 세뱃돈을 받을 수 있어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명절에 손자와 조카 등을 만날 어르신들은 설이 오기 앞서 미리미리 은행을 방문해 '신권'을 바꿔 놓았다. 평소 같으면 자동화기기(ATM)에서 간편하게 찾는 현금이지만, 이날 만큼은 은행 창구를 방문해 손수 출금을 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손자들에게, 조카들에게, 동생들에게 빳빳한 새 돈을 봉투에 넣으려는 사람들로 창구는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최근 정보통신기술(IT)이 발달함에 따라 앞서 소개한 김씨처럼 '간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토스, 카카오뱅크 등 관련 서비스들은 가입만 돼 있으면 개인 간 계좌번호 없이도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정보기술의 발달이 수백년간 이어져온 명절의 풍경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이런 세태를 담아 송금 기능에 '설날 송금봉투' 기능을 추가했다. 받는 사람이 송금봉투를 확인하면 붉은 색 복주머니가 쏟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송금봉투는 카카오톡 채팅방 더보기에서 '송금'을 선택한 후, 지인에게 보낼 금액을 입력한 뒤 봉투 사용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 역시 스마트폰뱅킹을 사용할시 '세뱃돈 복주머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이선애씨(44)는 "지난 추석 때에도 급하게 고향에 내려가느라 미처 현금을 뽑아가지 못했었다"며 "부모님께는 계좌이체를 해드렸지만 큰 조카에게는 간편송금서비스를 이용해 용돈을 줬는데, 시대가 변하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간편송금 이용 건수는 2억3633만건으로 2016년 5113만건 대비 4.6배가량 증가했다. 이용금액도 11조9541억원으로 2016년 2조4413억원 대비 4.9배 늘었다. 아직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금감원이 지난해 5월 말 전망한 지난해 전체 간편송금 이용건수는 3억9103만건, 이용금액은 27조8682억원이다. 2017년보다 이용건수는 약 1.7배, 이용금액은 2.3배 늘어난 추정치다. 

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은행원은 "연세가 있는 고객들은 여전히 설 연휴 전 영업점을 많이 방문하지만 확실히 젊은 직장인들의 경우 그 수가 줄었다"며 "과거에 비해서는 신권을 찾는 고객들이 일정 부분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명절이지만 친척들이 다 모이지 않는 가정이 최근 늘고 있는 것도 간편송금을 사용하게 되는 이유로 꼽힌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성환씨(35)는 "지난해 결혼을 한 후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가기로 해 큰집에 못가게 됐다"며 "아직 취업준비생인 사촌동생을 따로 보기는 어려우니 적은 금액이나마 간편송금서비스로 용돈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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