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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야 해"…'강릉 참변' 고교생 마지막 길에 보낸 작별인사(종합2보)

스무살 문턱서 마감한 청춘…교복 입은 영정사진
유족·친구들 오열 속 영결식…발인 뒤 모교 찾아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김도엽 기자, 이우연 기자 | 2018-12-21 14:16 송고
강릉 펜션사고로 세상을 떠난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의 발인이 엄수된 21일 오전 운구차량이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로 향하고 있다.2018.12.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강릉 펜션사고로 세상을 떠난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의 발인이 엄수된 21일 오전 운구차량이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로 향하고 있다.2018.12.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아가, 우리 아가 어떡해…. 엄마가 따라갈게"

강릉 펜션으로 우정여행을 떠났다가 불의의 사고로 숨진 서울 대성고 학생 3명의 발인은 당신보다 먼저 생을 마감한 아들을 목 놓아 부르는 부모의 오열 속에서 치러졌다.
이날 오전 8시 유모군(18)의 발인을 시작으로 오후까지 안모군(18)과 김모군(18)의 영결식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차례로 진행됐다.

발인을 마친 세 학생은 운구차를 타고 모교 대성고와 합동분향소에 들러 마지막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각각 경기도 소재 장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모두 교복 입은 영정사진…운구차 담기자 모친 실신

이날 이른 아침부터 수십명의 대성고 학생들이 세 친구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일부 학생들은 전날부터 밤을 지새운 듯 피곤한 기색으로 빈소를 지키거나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다.
오전 7시. 유군의 영정을 앞세운 첫 번째 발인이 시작되자 적막감이 감돌던 빈소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탄식처럼 터져 나왔다. 유족과 친구들의 심정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영정 속에는 교복을 입고 빙긋 웃는 유군이 있었다.

영정을 든 상주 뒤에는 6명의 대성고 학생이 유군의 시신이 담긴 관을 운구했고 고인의 부모와 친지, 대성고 학생과 교사 등 조문객 100여명이 묵묵히 뒤따랐다.

운구차 안에 유군의 관이 담기자 유군의 어머니 A씨는 참았던 울음을 쏟으며 "아가, 우리 아가 어떡해…. 아가야 엄마가 따라갈게"라고 흐느꼈다. 관 위에 손을 올리고 마지막 기도를 한 A씨는 결국 실신해 주변의 부축을 받아야 했다.

낮 12시20분쯤 안군과 김군의 발인이 시작되자 다시 병원은 다시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생을 마감한 탓인지 영정 속 두 학생도 교복을 입고 있었다.

안군과 김군의 관은 12명의 학생들의 손에 이끌려 운구차에 담겼다. 안군의 관을 바라보며 통곡하던 어머니 B씨는 그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부르며 작별인사하듯 허리를 굽히고 눈물을 흘렸다.

강릉 펜션사고로 세상을 떠난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의 발인이 엄수된 21일 오전 마지막 작별 인사를 마친 운구차량이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를 나서고 있다.2018.12.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강릉 펜션사고로 세상을 떠난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의 발인이 엄수된 21일 오전 마지막 작별 인사를 마친 운구차량이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를 나서고 있다.2018.12.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잘 가, 잘 가야 해"…운구차 학교 도착하자 울음바다

빈소를 떠난 세 학생은 모교인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에 들러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지난 17일 친구 9명과 여행을 떠난 지 나흘 만에 돌아온 학교였다.

오전 8시39분쯤 유군의 운구차가 대성고에 도착하자, 그를 기다리던 30여명의 학생들과 교사들은 한순간 숨이 멎은 듯 학교로 향하는 운구차를 바라봤다.

학생들은 유군이 담긴 운구차가 교문을 통과해 학교 안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로 향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교사들도 손에 낀 흰장갑으로 붉어진 눈시울을 훔치며 제자에게 작별인사를 보냈다.

오후 1시13분쯤 안군과 김군의 운구차가 학교에 도착했다. 교문부터 골목 구석구석까지 가득 찬 인파는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줄로 서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운구차를 묵묵히 지켜봤다.

수백명의 학생과 교사, 주민들은 운구차가 학교를 순회하는 10분여 동안 말없이 자리를 눈물을 흘리거나 이들이 지나온 길목을 멍하게 바라봤다.

학교와 분향소를 순회한 운구차가 다시 학교를 빠져나오자 숨죽였던 울음은 이내 곡소리로 변했다. 학생들은 이미 운구차가 지나간 내리막길을 하염없이 응시하면서 "잘 가. 잘 가야 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경찰과 소방당국,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1시15분쯤 강원 강릉의 한 펜션에서 대성고 학생 10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 중 유군을 비롯한 3명이 숨지고 나머지 7명이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현재는 상태가 호전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관계당국은 펜션 베란다에 설치돼있던 보일러 시설의 배관 연결부 문제로 일산화탄소가 유출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리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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