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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박준경 죽인 마포구청 사과하고 철거 중단하라"

박준경 모친 "아들 죽음 헛되지 않도록 투쟁할 것"
강제철거 관계자 처벌·대책 촉구…분향소도 마련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조현기 기자 | 2018-12-12 20:45 송고 | 2018-12-12 21:03 최종수정
'마포·아현 철거민 고 박준경  대책위원회'가 12일 오후 마포구청 앞에서 '1차 추모 및 투쟁대회'를 열고 있다.2018.12.12/뉴스1© News1 조현기 기자
'마포·아현 철거민 고 박준경  대책위원회'가 12일 오후 마포구청 앞에서 '1차 추모 및 투쟁대회'를 열고 있다.2018.12.12/뉴스1© News1 조현기 기자

"저는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우리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할 겁니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아현2구역에서 강제집행을 당한 뒤 한강에 투신한 철거민 고(故) 박준경씨(37)의 모친 박천희씨(60)는 "정부가 강행한 불법 강제집행에 아들이 희생됐다"며 "다시는 비극이 반복돼선 안된다"고 부르짖었다.
'어머니에게 임대아파트를 드리고 싶다'는 유서를 남긴 뒤 한강에 투신한 박씨의 사망으로부터 9일이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청 앞에는 박씨의 넋을 기리는 분향소가 설치됐다.

'마포·아현 철거민 고 박준경 열사 대책위원회'(박준경 대책위)는 이날 오후 마포구청 앞에서 '1차 추모 및 투쟁대회'를 열고 불법·폭력 강제집행을 방조한 구청의 사과 및 관계자 처벌, 강제철거 전면 중단과 상주용역 해산 등을 촉구했다.

이날 마포구청 앞에 모인 철거민 200여명(경찰 추산)은 '박준경을 살려내라' '살인개발 중단하라' '유족 앞에 사과하라' 등 구호를 연호하며 박씨를 애도했다.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은 "재개발이 시작되면 개발 인근 지역에 전월세가 폭등하고, 쫓겨난 거주자들은 이주할 수 없다"면서 "마포구청은 그간의 재건축·재개발 경험을 통해 어떤 입주대책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지만, 눈 감고 이를 외면했다"며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뺏기고도 갈 곳을 잃은 철거민의 처지를 호소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개 사과를 하고, 박준경 열사의 문제가 해결될때 까지 아현동 철거의 중단을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마포구청은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광남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도 "총 24차례에 걸친 용역의 강제집행에도 단 한 차례의 협상은 없었다"고 쏘아붙이면서 "관리·감독권과 허가권을 가진 마포구청이 이를 수수방관하다가 오늘의 사태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용역들이 마치 특공대처럼 소화기 10개 난사하며 폭행을 휘두를 때도 이를 방조한 마포구청과 경찰, 서울시 공무원 등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고 사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때까지 무기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포·아현 철거민 고 박준경 열사 대책위원회'가 12일 오후 마포구청 앞에서 '1차 추모 및 투쟁대회'를 열고 있다.2018.12.12/뉴스1© News1 조현기 기자
'마포·아현 철거민 고 박준경 열사 대책위원회'가 12일 오후 마포구청 앞에서 '1차 추모 및 투쟁대회'를 열고 있다.2018.12.12/뉴스1© News1 조현기 기자

초췌한 표정으로 발언에 나선 박씨의 모친은 "아들을 잃고 미래와 희망은 사라졌다"면서 "이제 와서 임대아파트를 준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흐느꼈다.

이어 그는 "끝까지 투쟁해서 우리 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준경 대책위는 13일부터 마포구청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면서 철거 관련자 및 조합, 구청 책임자에 대한 고소·고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15일에는 박씨가 살던 집에서 추모제가 예정됐다.

서울 마포경찰서와 전국철거민연합 등에 따르면 마포구 아현2구역의 세입자였던 박씨는 지난 3일 오전 11시쯤 마포구 망원 유수지에 옷과 유서를 남긴 뒤 사라졌다.

신고를 접수한 한강경찰대가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박씨는 이튿날인 4일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유서에 "어머니와 함께 살던 월세방을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났다"며 "3일간 추운 겨울을 집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다"고 심경을 남겼다.

특히 그는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리고 싶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야위며 주름이 느시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모친을 걱정했다.

한편 박준경 대책위에 따르면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박씨의 사망 하루 만인 지난 5일 철거민들과 만나 아현2 재개발지역 강제철거 중지와 재개발지역 내에 상주하는 용역의 정리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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