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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정신과 단단한 조직…베트남과 박항서의 꿈이 영근다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 도전…11일, 15일 말레이와 결승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8-12-07 10:02 송고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스즈키컵 결승에 올랐다. 단단한 조직력과 그들의 정신력을 볼 때,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 AFP=News1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스즈키컵 결승에 올랐다. 단단한 조직력과 그들의 정신력을 볼 때,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 AFP=News1

지금까지 '베트남 축구'는 '좋은 성적'과는 거리가 있었다. 자국 내에서 뜨거운 열기를 보이는 것과는 별개로 실제 전력이나 국제대회의 성과물은 도드라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아시아 전체는 바라지도 않았고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인 지도자 박항서 감독과 함께 하면서 이전과 다른 성적을 내고 있는 근래의 베트남 대표팀의 행보에 '돌풍'이나 '파란' 나아가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제는 '이변'이나 '기염'으로 그칠 수준이 아니다. 달라진 기량과 함께 그들의 꿈이 영글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6일 오후(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일 원정 1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뒀던 베트남은 합계 4-2로 최종 승리,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마지막 무대에 올랐다.

지난 1996년부터 시작된 스즈키컵은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동남아시아 최고의 축구대회고, 베트남 축구협회는 이 대회의 정상을 되찾고 싶다는 열망과 함께 한국인 지도자 박항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베트남의 선택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대성공이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동시에 맡은 박항서 감독은 1월 중국에서 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꺾는 기염을 토하며 준결승까지 올랐다.
세계 축구계를 기준으로 볼 때 아시아 대륙은 아직 변방이다. 아시아에서도 동남아시아는 또 변방이고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축구를 썩 잘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그런 베트남이 박항서 감독과 함께 아시아 전체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했으니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스즈키컵에 대한 희망이 한껏 부풀었는데 기대대로 순항 중이다. 예선 1, 2차전에서 라오스(3-0)와 말레이시아(2-0)를 차례로 꺾은 베트남은 미얀마와 0-0으로 비기며 주춤했으나 최종 4차전에서 캄보디아를 3-0으로 제압하며 3승1무, 8득점 무실점 1위로 4강에 올랐다. 그리고 4강서 필리핀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박항서 감독과 함께 베트남 축구가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 News1
박항서 감독과 함께 베트남 축구가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 News1

여러모로 분위기가 좋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원정 1차전에서 베트남은 필리핀 축구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2-1 승리를 거머쥐었고 격양된 국내 분위기에서도 2차전까지 승리로 마무리,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파트너도 긍정적이다.

애초 베트남의 결승 상대는 태국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 태국이 준결승에서 말레이시아에게 2-2, 원정 다득점에서 밀려 고배를 마시면서 탈락했다는 것도 베트남에게 유리한 점이다.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이미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은 바 있다.

여러 정황이나 기세에만 주목해 그들의 우승 가능성을 점치기에는 그들의 기량이 너무나 일취월장했다. 올해 꾸준하게 박항서의 베트남 축구를 접한 팬들이라는 그들의 수준이 녹록지 않아졌다는 것을 충분히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술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팀이 속성으로 좋은 결실을 내기 위한 두 가지 지름길인 강인한 정신력과 단단한 조직력이라는 측면에서는 후한 점수가 아깝지 않다.

경기 초반부터 체력이 다 소진된 경기 막판까지 한결 같은 자세로 뛰고 있으며 개개인이 도드라지려는 것보다는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몇몇 공격수들은 흥미로운 개인기도 갖췄고필요한 순간 박항서 감독의 용병술까지 빛을 발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 도전에 도전하는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오는 11일과 15일 말레이시아와 홈&어웨이 두 차례 결승 무대를 치른다. 박항서 감독이나 베트남 선수들의 안일함을 걱정할 때는 아닌 듯 보인다. 지금까지 공들인 것만 발휘할 수 있다면, 그들의 꿈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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