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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주류 밀레니얼, 베이비부머랑 달라...기업 생존 열쇠는 CSR"

[착한기업, 세상을 바꾼다⑥][인터뷰] 박석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
"기업, 사회적 가치 만들면 실적도 개선 '선순환'...CSR 경영에 완전히 녹아들어야"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8-11-22 11:00 송고 | 2018-11-22 17:38 최종수정
편집자주 10년 전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인류 경제사의 대전환점이었다. 월가는 '아큐파이(Occupy)'를 외친 시위대에 점령됐고, '신(新)자유주의'는 파산을 고했다. 기업도 큰 위기를 맞았다. 돈벌이에 매몰돼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환경 문제를 방관한 원흉으로 지목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4.0' 시대가 열린 배경이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이윤)만 좇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사회적 가치'가 화두다. 본업을 통해 기후변화·빈곤·환경오염·양극화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내외 기업들의 노력들을 짚어본다.
박석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이 15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1.15/뉴스1
박석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이 15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1.15/뉴스1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기여가 이윤 창출이던 시대는 지났다. 기업은 사회의 일부분이다. (사회문제 해결에) 실패한 사회에선 성공한 기업이 나올 수 없다."

기업이 본업인 비즈니스로 돈을 버는 과정에서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가치' 담론은 글로벌 시장의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선심성, 호혜적으로 이뤄졌던 사회공헌 활동이나 비윤리·부도덕을 무마하는 수단으로 기능했던 기부 활동과 달리 기업의 본질적 경영 활동에 녹아든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은 장기 성장과 생존의 필수 요소다.  
지난 15일 서울 서소문로 사무실에서 만난 박석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인터뷰 내내 "CSR을 실현하려는 모든 활동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누차 강조했다. 유엔글로벌콤팩트는 유엔(UN)이 세계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대응을 요구한 협약으로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1999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당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필요성을 제창한 뒤 2000년 7월 발족했다. 

유엔글로벌콤팩트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인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분야 등에서 10대 원칙을 만들어 기업들의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전 세계 161개국 1만3000여곳의 회원(기업회원 9700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협회에는 260개 회원사가 가입해 있다. 

박 사무총장은 먼저 CSR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상을 기업의 주 고객이자 소비 주역인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등장 등 소비자들의 변화에서 찾았다. 고객들이 과거처럼 '싸고 편리한' 제품을 선호하지 않고,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과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의 '베이비 부머'(1946~65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 세대는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해 사회에 공헌한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주류인 밀레니얼 세대는 기업의 노동 착취 여부나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고 투명한 생산 과정을 거친 제품을 구매한다"고 했다. 소비층의 인식이 바뀌면서 사회 문제에 소홀한 기업은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CSR이 기업의 이윤 창출과 실적 개선과 직결된다고 단언했다.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단순한 '지출'로 여겼던 것과는 달리 CSR을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책임을 높일수록 탑라인(매출) 자체가 늘어나게 되고 바텀라인(이익)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며 사회적 가치 창출로 실적을 끌어올린 유니레버의 실사례를 들었다.

그는 "폴 폴만 유니레버 CEO(최고경영자)를 직접 만나 보니 'CSR에 방점을 두고 기업을 운영하지 않았으면 오히려 매출이 줄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더라"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석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이 15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1.15/뉴스1
박석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이 15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1.15/뉴스1

박 사무총장은 CSR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활동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준다고도 강조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경우 법률이나 사회적 규범을 어겨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좋은 평판을 쌓게 되면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아울러 기업이 여러 문제 해결에 나서 건강한 사회에 기여하면 소비가 늘고 영업 기반이 확고해지면서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패한 사회에서는 실패한 기업이 나올 확률이 높다"며 "성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업도 일조해야 한다. 정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본업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CSR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 변화(딥체인지)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구하는 SK그룹이 대표적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본업과 사회문제 해결을 연계한 일대 혁신을 추진 중이다. 박 사무총장은 "국내에도 '지속가능보고서'를 만들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기업이 150곳이 넘을 정도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며 SK와 LG, KT 등을 언급했다. 

다만 박 사무총장은 "국내 기업의 경우 CSR을 전담하는 각종 부서들이 존재하지만 근본적인 경영 활동과는 유리돼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사업 기획 단계부터 원자재 구매와 생산, 판매 후 애프터서비스(AS)까지 모든 경영활동에 CSR이 녹아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들이 자발적인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사회의 모습"이라며 "경영진, 투자자,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인식을 바꾸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석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이 15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1.15/뉴스1
박석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이 15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1.15/뉴스1

△박석범 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1978년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 13기로 40년 가까운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차석대표를 역임한 경제·통상 전문가다.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표부 참사관, 주유럽연합(EU)대표부 공사, 주방글라데시대사, 주이라크대사, 주휴스턴총영사를 지냈다. 지난 4월부터 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을 맡아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 책임 이행을 독려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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