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메르켈 정계은퇴는 트럼프 때문?

난민 갈등 속 메르켈 2021년 정계은퇴 선언
트럼프 "이민자 받아들인 유럽 엉망진창"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18-10-31 17:42 송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AFP=뉴스1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AFP=뉴스1

유럽연합(EU) 최장수 지도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깜짝' 정계 은퇴 선언 배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다고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안정적으로 EU의 맏형 역할을 해 온 메르켈의 지지 기반이 약해진 건 트럼프 취임 이후 득세한 극우 반(反)이민 세력 때문이었다. 
WP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메르켈 총리는 시리아와 이라크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몰려들 때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지도자다. 당시 메르켈은 '유럽의 양심'으로 칭송받았지만 이후 반이민 정서가 강해지면서 독일인들의 분노를 야기했다.  

WP는 "EU 최대 경제대국 독일을 비롯해 스웨덴·이탈리아·영국·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부상하고 있다. 경제 및 이민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3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트럼프는 메르켈에게 존경의 뜻을 표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 24일 트위터에서 "불법 이민을 옹호하려는 사람들은 유럽에서 지난 5년간 일어난 일을 한 번 봐라. 총체적으로 엉망진창이다. EU 국가들은 과거의 결정을 바꾸고 싶어한다"며 메르켈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회동했을 때 메르켈 총리가 4선에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듣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난민 포용 정책 때문에 독일에서 범죄율이 치솟고 있는데"라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잭슨 제인스 현대 독일학연구소장은 "트럼프는 항상 불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독일은 그 역할에 가장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독일 수상이 선출되면 트럼프가 불만을 가졌던 대상이 독일인지 독일을 이끈 메르켈인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EU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와 친분을 쌓으려고 노력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비즈니스인 접근방식을 택했다. 과장된 칭찬은 하지 않으면서도 직접적인 비판은 피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여러 면에서 반트럼프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다. 독일 마셜펀드(GMF)의 캐런 돈프리드 회장은 "둘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정반대"라고 했다. 

지난해 3월 메르켈의 첫 백악관 방문 당시 대통령 집무실에서 사진을 찍기 전 트럼프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와 악수를 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메르켈을 무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WP는 "수많은 남성 정치인들을 꺾고 13년간 독일을 이끈 메르켈 총리. 일단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고 결론지었다. 두 정상은 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회동한다.


angela0204@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