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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노무현 이적인사로 분류·민간인 무차별 사찰"(종합2보)

"'盧자서전' 불온서적 지정…"민간인, 면회만 와도 사찰
국방부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현재로선 입장 없어"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8-07-30 14:45 송고 | 2018-07-30 17:05 최종수정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긴급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7.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긴급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7.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이적인사'로 분류하고 국방장관과의 통화를 감청하거나 민간인 수백만명을 상대로 사찰을 벌였다는 폭로가 나왔다.

또 특활비 200억원을 들여 정치계·시민사회계 인사를 매수하는 '프락치' 활동을 벌여 진보인사를 특별관리하고, 군 간부와 장병의 내밀한 사생활까지 수집해 성향을 분석한 뒤 인사자료로 활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국방부는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한데, 아직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 계획이나 기무사 조사 여부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무사 개혁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 국방부가 별도의 입장을 낼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하자 손뼉 치며 환호"

군인권센터는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는 첩보·대공수사를 빙자해 노 대통령과 윤광웅 당시 국방부장관의 통화를 감청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할 기무사가 지휘권자까지 감시한다면, 기무사가 벌이는 도·감청 범위는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센터가 공개한 군 내부제보에 따르면 기무사 요원들은 노 대통령을 '이적인사'로 간주했다. 2012년 기무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노무현 자서전'을 가지고 있자 '이러한 불온서적을 읽어도 되는가?'라고 추궁당했다.

2009년 노 대통령 서거 속보를 본 기무사 요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일부 간부들은 술자리에서 '군대의 쓴 맛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한 번 갈아엎어야 한다'는 발언을 한다는 제보도 공개됐다.

◇"면회만 와도 정보수집…경찰망 이용해 전과조회"

센터는 또 기무사가 군부대 면회를 온 민간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경찰망 회선으로 전과조회를 하며 국민 수백만명을 무차별 사찰했다고도 폭로했다.

센터는 "기무사는 군부대 면회, 군사법원 방청, 군병원 병문안을 온 민간인과 장병에 대한 사찰을 광범위하게 벌여왔다"며 "누척사찰 국민이 수백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매달 위병소에서 확보한 민간인 개인정보를 일괄 취합해 대공수사 담당인 '5처'로 넘겼는데, 이 정보를 경찰에서 받은 '경찰망 회선 50개'에 대입해 민간인의 주소, 출국정보, 범죄경력 등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했다는 것이다.

센터는 특히 "그중 진보인사, 운동권단체 활동 대학생, 기자, 정치인 등은 '특이사항'으로 분류됐다"며 "기무사는 각종 명목을 빌미로 이들을 '대공수사 용의선상'에 올렸다"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긴급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7.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긴급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7.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특활비 200억으로 정치계·시민사회계 인사 매수"

센터는 기무사가 특활비 200억원을 사찰비용으로 활용해 정치계·시민사회계 인사를 '프락치'로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60단위 기무부대'는 전국 각지에 퍼져 지역정치인, 공무원, 지역유지 등과 '세미나' 명목으로 술자리 향응접대를 일삼으며 민간 관련 첩보를 수집했다"며 "국회의원 보좌진, 시민단체 활동가 등에게 20만~30만원 상당의 고가 식사·선물을 제공해 매수, '프락치'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센터가 공개한 2016년 9월 기무사 대외비 문건인 '현안보고-좌파단체 민주주의국민행동 하반기 투쟁계획'에 따르면 △함세웅 신부가 포함된 '민주주의국민행동' 워크숍 결과 △서울퀴어문화축제 사찰결과 등이 포함됐다.

◇"군 간부·장병도 사찰…미행·탐문·잠복수사까지"

기무사가 군 간부나 장병의 내밀한 사생활을 수집한 뒤 '중점관리' 대상으로 분류한 군인은 미행, 탐문, SNS관찰, 도·감청 방법으로 관리했고 수집자료를 인사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센터는 "기무사는 '관리'라는 명목으로 군 간부 개인정보를 토대로 충성심·도덕심·사생활·음주·업무 충실도를 수집했다"며 "요원이 부대에 찾아가 부대 분위기를 탐문하거나 지휘관·참모 뒷담화를 캐낸 뒤 인사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기무사가 '중점관리' 대상에 놓인 군인의 경우 '불륜' 등 내밀한 사생활까지 사찰했다고 봤다. 기무사는 동향관찰 대상이 된 군인의 주변인을 탐문조사하고, 유선전화 도·감청, 미행, 잠복사찰을 서슴지 않았고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차상급지휘관과 헌병대에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또 "기무사는 군 간부뿐 아니라 병사에 대한 사찰도 광범위하게 일삼았다"며 "입소 예정자 중 운동권 출신 대학생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휴가 시 미행, SNS 관찰을 했다" 며 "2016년 기무사가 한 병사를 휴가 중 미행하고 통장의 거래내역을 추적하다 들통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왼쪽)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긴급기자회견에서 기무사 조직도를 설명하고 있다. 2018.7.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김형남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왼쪽)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긴급기자회견에서 기무사 조직도를 설명하고 있다. 2018.7.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눈 가리고 아웅식 거짓 개혁…즉각 해체해야"

기무사가 그동안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거짓 개혁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무사는 지난 1월부로 불법 동향관찰을 맡았던 '1처'를 폐지했지만, 실제로는 '융합정보실'을 신설해 업무를 그대로 이관하고 국민 수백만명의 불법사찰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센터는 현 기무사의 체제를 △3처(보안) △5처 대공 및 대테러 △7처(총무 및 기획관리) △융합정보실 △기획관리실로 분류하고, 융합정보실을 '장병 및 민간인 관련 정보를 종합관리하는 곳이자 사찰 전반을 총괄하는 곳'으로 지목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은 "기무사 요원을 포함한 군 내부 다수 관계자로부터 제보를 받아 폭로에 나섰다"면서도 "다만 제보자의 신원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제보자 신원이나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기무사가 어떤 법적근거로 경찰망 회선을 민간인 사찰 용도로 사용했는지, 어떤 사람을 어떻게 신원조회했는지 로그기록을 토대로 빠짐없이 수사해야 한다"면서 "국민을 적으로 상정한 기무사를 즉각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방부는 센터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하지만 현재 사실관계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이번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무사가 대통령과 군인,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 사찰을 벌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의혹이) 맞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기무사 개혁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 현재 국방부가 별도의 입장을 낼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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