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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번째 '여경의 날'…"여성에 앞서 경찰입니다"

"커피요구·아가씨 호칭…여경 왔다고 민원"
"현장에 꼭 필요…'우대'는 필요하지 않아"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2018-07-01 17:54 송고 | 2018-07-01 18:00 최종수정
거수경례하는 여성경찰들 © News1
거수경례하는 여성경찰들 © News1

7월1일은 '여경의 날'이다. 여성경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만든 이 날은 여성이 경찰 조직 내에서 절대적 소수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경찰의 전신인 경무국 내에 여자경찰과가 신설된 것은 1946년 7월1일로 당시 79명의 여성경찰이 처음 뽑혔다. 남성경찰은 2만5000여명이었다.

경찰청은 매해 7월1일 여경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특진과 표창 등으로 격려했으나 2017년부터 사라졌다. 경찰청은 2016년 70주년 행사를 마지막으로 공식 행사를 열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성평등 논의가 활기를 띠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폐지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경의 날 행사 폐지에는 여성경찰, 남성경찰 할 것 없이 뜻을 모았다. 남성경찰은 여경의 날 행사에 여성경찰에게 특진과 표창이 주어지는 데 불만이 컸다. 여성경찰은 이런 행사가 남성경찰의 반발을 사고 달라진 여성경찰의 위상에도 도리어 소수의 위치로 각인시킨다는 점 때문에 반대했다.

이렇게 여성경찰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근무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이들은 사회가 여성경찰을 '경찰'이 아닌 '여성'으로 인식하는 것을 느낄 때 가장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스스럼없이 심부름 요구…남자경찰 앞에선 고분고분
"민원 때문에 오신 한 시민 분이 제게 자연스럽게 '커피를 타 달라'고 하시더군요. 남성경찰에는 그런 요구를 하는 분을 보지 못했습니다."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는 A순경은 파출소나 지구대에 들른 시민들이 커피나 물심부름 등 허드렛일을 스스럼없이 여성경찰에 요구한다며 아쉬워했다. 여성경찰의 일을 여전히 특정 성역할에 국한한 인식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경기지역에서 근무하는 B경위는 "술취한 시민들이'아가씨'라고 부르는 일도 잦다"라고 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여성경찰을 '경찰'로 보지 않는 듯한 태도도 문제다. C순경은 "범죄 내용이 전혀 상상되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협조적인 범죄자를 검거한 적이 있었다"며 "동료 남성경찰들은 빠지고 나와 일대일이 되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야, 언제 끝나냐?'라고 물어봐서 당황스러웠다"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B경위는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 가정에서 두 번의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왔는데 첫 번째 신고는 남편이 아내를, 두 번째 신고는 아내가 남편을 때렸다는 신고였다. 첫 번째 신고에는 남성경찰 4명이, 두 번째 신고에는 B경위와 남성경찰 1명이 출동했는데 남편이 국민신문고에 '편파수사'로 민원을 넣은 것이다. B경위는 "상황을 모두 감안해서 출동인원을 배정한 건데 나를 힘이 모자란 여성으로만 보더라"라며 "그런 인식이 마음껏 일하기 힘든 한계가 된다"라고 토로했다.

취객들은 더 노골적이다.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는 A순경은 "야간에 경찰서 로비에서 당직을 서는데 한 취객이 들어와서 난동을 부렸다"라며 "내게는 '머리에 총을 쏘겠다'라며 욕설을 퍼붓던 사람이 남자형사들이 다가오니 고분고분해져 나가더라"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는 D경사는 "야간 경찰서 로비 당직이 여자일 때만 골라 들어와 소란을 피우는 주취자가 있어 한동안 출입 통제를 한 적도 있다"라고 했다.

◇성폭력 피해 수사 등에 절실…성인지 감수성 개선

사회적 인식은 아직 미흡하지만 범죄 현장에서 여성경찰의 필요성은 점점 커진다.

B경위는 "인근 지구대에 한 여성이 남자친구가 싸우고 나서 홧김에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했다며 신고했는데 그 지구대에는 여성경찰이 한 명도 없었다"라며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현장에 여성경찰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라고 밝혔다.

주취자 처리에서도 여성경찰이 더 매끄럽게 처리하기도 한다. " A순경은 "주취자가 난동을 부리면 경찰과 주취자 양쪽이 모두 흥분해 더 큰일로 번지기도 하는데 여성경찰이 차분히 완급을 조절하면 오히려 협조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지구대 근무팀 안에 여성경찰이 1~2명씩만 있어도 조직의 성인지감수성도 개선된다. 경기지역에서 근무하는 E경장은"여성경찰이 근무하는 지구대는 전무한 곳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잡혀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성경찰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더 배려받아야 한다는 인식은 거부한다.

E경장은 "우리가 여성경찰로서 느끼는 아쉬움은 남성 비율이 더 높은 직군에 있는 여성이라면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마땅히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고 오히려 여성경찰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더 이를 악문다"라고 했다.

체력검정에서 여성경찰이 대우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견도 일축했다. C순경은 "승진에 반영되는 체력검정은 오히려 그런 반발 때문에 여성경찰에 더 엄격하게 한다"라며 "절대 봐주는 일은 없다"라고 잘라말했다.

B경위는 "팔굽혀펴기 종목에 한해서는 남성경찰과 달리 무릎을 땅에 대고 하는데 어차피 힘든 건 마찬가지이니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성별간 평균적 힘 차이가 있으므로 아예 똑같이 기준을 맞추는 건 현실성이 없겠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찰 비중 10.9%그쳐…남녀 통합채용 추진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2018년 5월 말 기준으로 여성경찰은 전체 경찰의 10.9%로 아직 소수다. 상위 계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경찰의 비율은 떨어진다. 특히 치안감 이상은 전무하다. 여성경찰의 80.4%는 경사 이하 계급이지만 남성경찰 중 경사 이하 계급의 비율은 46.7%다. 경찰대는 정원 100명 중 여학생을 12명만 선발하고 있으며 경찰간부후보생 공채 50명 중 여성은 5명에 그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청에 경찰 선발 시 남녀를 구분하는 것을 폐지하라고 3차례 권고한 바 있다. 경찰청은 지난 3월30일 성평등위원회를 신설하고 남녀를 통합해서 채용하는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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