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7시 15쯤 공무원 A(48)씨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 정문을 자신이 운전하던 승용차로 돌진해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미국에 망명을 하겠다며 승용차를 타고 주한미국대사관 정문을 들이받아 붙잡힌 여성가족부 소속 공무원 윤모 서기관(47)이 범행 당시 "귀신에 씌었다"는 진술을 경찰 조사에서 내놨다.
8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7일) 오후 7시22분쯤 미 대사관 앞에서 현행범으로 붙잡힌 윤씨는 범행을 모두 시인했으며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범행동기에 대해 "당시 제 정신이 아니었고 귀신에 씌었다. 미 대사관 정문을 들이받고 들어가 망명신청을 하면 미국에 갈 수 있겠다는 망상이 생겨 그 같은 행위를 했다"고 진술했다.
윤씨는 또 이 전에 2차례 과대망상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으며 지난 8월 여가부 미국 연수 후보자로 선정된 후 최근 영어공부를 하면서 증상이 재발했다고 진술했다.
윤씨는 재발한 증상 때문에 토플시험을 보던 중 두통으로 시험을 포기했으며 지난 3일간 잠을 거의 자지 못해 증상이 심해져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윤씨는 7일 오후 7시22분쯤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미 대사관 정문을 들이받았으며 차에서 내린 뒤에는 "헬프미" "미국에 가고 싶다" "미국에 가고 싶어 돌진했다" 라며 횡설수설을 쏟아냈다.
경찰 조사에서 윤씨는 당일 여가부에 오후 연가를 내고 상담을 이유로 동승자인 노모씨를 만났으며 미 대사관과 KT빌딩 사이를 빠져나오기 전 자신이 운전하겠다며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윤씨는 곧바로 도로를 빠져나와 미 대사관 앞 2차선에서 정문을 향해 속도를 높여 철제 정문을 들이받았다. 당시 동승자인 노씨는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노씨는 여가부 산하기관 간부로 알려졌다.
경찰은 향후 동승자를 상대로 사고 경위와 이동 경로를 조사할 계획이다. 또 가족과 직장동료 등을 상대로 정신병력과 최근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건강보험관리공단 등 관계기관에 진료내역을 조회해 피의자 진술의 진위 여부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피의자 휴대전화를 분석, 사전모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에 따라 여가부도 징계 등 후속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여가부는 우선 윤씨를 직위해제한 후 관련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징계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가부에 따르면 윤씨는 최근 5년간 병가를 낸 기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북한 관련 업무도 맡은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mau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