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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제2의 일본'으로 이끌고 있다"

윌리엄 페섹 경고…"美경제정책, 80년대 日과 놀랍도록 닮아"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18-05-24 16:46 송고 | 2018-05-24 17:09 최종수정
폴리티코 갈무리
폴리티코 갈무리

중국의 부상이 두려운 나머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보호무역주의로 흐르고 있으며, 이 같은 경제정책은 미국을 제2의 일본으로 만들고 있다고 유명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 주니어가 주장했다.

페섹은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로, 현재 일본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가 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서 세계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는 책은 일본경제와 관련, 최고의 서적으로 꼽히고 있다.
윌리엄 페섹 - 폴리티코 갈무리
윌리엄 페섹 - 폴리티코 갈무리

그는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30여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재벌로서 일본의 경제적 미국 침공을 지켜봤다. 그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미국 제조업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며 “일본이 미일 무역전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30년 후,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ABC뉴스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며 “중국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싸우는데 1980년대 일본이 잘못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페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는 대신 무역장벽을 쌓고 △ 터무니없는 경기진작책을 남발하고 있으며 △ 자산 버블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등 일본의 80년대와 너무도 유사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중국과 싸우는데 일본 모델 답습 : 80년대 일본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경제를 혁신하는 대신 보수적 정책으로 일관했다.

일본은 관세를 내림으로써 무역장벽을 완화하고 생산성을 증가시키며, 교육을 현대화함으로서 혁신을 증진시킨 것이 아니라 재정 및 통화정책 완화, 금융, 철강산업 등의 구제금융, 관세장벽 강화 등에 몰두했다.

그 결과 일본은 20년 후 거대한 빚더미 국가가 됐다. 일본은 저금리와 각종 경기 진작책을 썼지만 경기는 활성화되지 않았고 나라의 빚만 갈수록 늘었다. 이로 인해 일본 잃어버린 20년을 맞게 됐다.

그런데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경제 정책이 놀랍도록 일본을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로 3가지 정책을 쓰고 있다. 첫째 세금감면이다. 세금을 감면해 소비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둘째 강달러 포기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 1월 23년 동안 지속됐던 미국의 강달러 정책을 폐기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이 같은 발언 이후 역풍이 불자 자신의 발언을 일부 수정했다. 그러나 이후 실제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위안화와 엔화는 이후 달러 대비 2% 정도 평가절상됐다.

셋째 가장 아쉽게도 미국은 개방이 아니라 폐쇄를 선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중국에서 직업과 투자를 뺏어오려 하고 있다. 지난주 미중은 무역협상을 갖고 일시 휴전을 선언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정책 기조는 임기 내 계속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부상에 맞서 미국의 야성을 깨우는 것이 아니라 일본을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난센스다. 미국은 세계 102개 국가와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미국인이 저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 무역적자에 재정적자 합해지면 위험 : 지금까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역적자에 재정적자까지 겹치면 미국은 구조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감세안에 서명했다. 이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이것도 일본의 전철을 따라가는 것이다. 일본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자 정부가 경기 진작책을 등을 많이 쓴 결과, 선진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미국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 제조업이 아니라 자산 버블로 경제성장 이어가 : 미국과 일본이 닮은 점이 하나 있다. 자산 버블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가 잘 지적했듯이 일본은 자산 버블로 성장세를 이어갔고, 미국도 그 전철을 밟고 있다.

일본은 신생기업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산 버블로 호황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 자산 버블이 커지자 잃어버린 20년을 맞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도 주식시장의 상승을 통한 자산 버블로 성장세를 이끌어 가고 있다.

◇ 터무니없는 경기 진작책 : 미국과 일본이 닮은 점이 또 하나 있다. 경기 진작책을 터무니없이 쓴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미 완전고용을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재정적자 악화는 물론 경기 과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도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수많은 경기부양책을 썼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고, 정부의 부채만 늘었다.

◇ 트럼프, 중국을 위대하게 하고 있다 : 중국이 부상함으로써 중국은 제2의 일본이 돼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미국을 위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위대하게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도 환율에 목숨을 걸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협박하며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30년 전 모델이다. 제조업이 중심일 때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 경제는 서비스업이 50% 이상이다. 환율은 더 이상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 시진핑 미래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 : 트럼프 대통령이 좌충우돌하고 있는데 비해 시진핑 주석은 중심을 잘 잡고 일로매진하고 있다.
 
시 주석은 실리콘 밸리를 넘어서겠다며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차, 핀테크, 재생에너지, 우주개발 등에 수없이 많은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이에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 산업 하나 살리자고 파리 기후협정을 탈퇴하는 등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민법을 강화함으로써 해외의 인재들의 유입을 막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해외 인재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신흥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패권국의 두려움이 이른바 ‘투키디테스 함정’이다. 중국의 부상에 두려움을 느낀 미국은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런데 제2의 일본이 될 가능성이 큰 정책수단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sin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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