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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4년 전 그때, '안경선배' 김은정이 컬링을 놓았더라면

(강릉=뉴스1) 권혁준 기자 | 2018-02-24 11:29 송고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이 2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8대7로 승리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2.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이 2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8대7로 승리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2.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나한테 컬링은 아닌가 싶었다."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의 스킵, '안경선배' 김은정(28)의 회고다. 대표선발전에서 떨어져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 나서지 못하게 된 김은정은 컬링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만일 그랬다면 2018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컬링의 돌풍은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김은정은 어렵게 마음을 다잡았고, 4년간 많은 땀방울을 흘리며 이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가 중심이 된 컬링 대표팀은 한국 컬링의 새역사를 쓰고 있다.

김은정(스킵)-김영미(리드)-김선영(세컨드)-김경애(서드)로 이뤄진 한국은 지난 23일 강릉 컬링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일본을 8-7로 제압했다.

예선전적 8승1패에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까지 꺾으며 승승장구한 한국은 결승전에 올라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4년 전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쾌거다.

컬링 대표팀은 평창 동계 올림픽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연일 승리 행진을 이어가면서 '마늘 자매' '국민 영미' '안경 선배' 등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타'가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스킵' 김은정이 있다. 경기 도중 작전을 세우고 순간순간 선수들에게 계획을 이행하게 하는 등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 김은정은 대표팀의 핵심이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이 2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2018.2.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이 2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2018.2.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일본과의 준결승전만봐도 김은정의 활약은 대단했다. 1엔드에서 마지막 샷으로 상대 스톤을 밀어내 3점을 얻게했고, 연장전 마지막 스톤 역시 절묘한 드로우샷(다른 돌을 건드리지 않고 하우스 안쪽에 보내는 샷)을 성공시키며 극적인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대회에서 김은정의 샷 적중도는 79%다. 샷 적중도는 원하는대로 스톤을 보내 원하는 결과를 만들었음을 의미하는데, 엔드마다 마지막 2개의 스톤을 던지는 스킵의 샷 적중도는 매우 중요하다. 외신기자가 김은정에게 "어떻게 그렇게 침착하게 샷을 하느냐"며 감탄할 정도다.

정상급 기량을 갖춘 김은정이 컬링을 그만둘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바로 4년 전 소치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 직후다. 당시 최강 기량을 자랑하던 김은정의 경북체육회팀은 대표선발전에서 이슬비, 신미성, 김지선 등의 경기도청에 패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김은정은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기대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거기에 부응을 못하다보니 실망이 컸다. 나한테 컬링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김은정과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등 경북체육회 선수들은 엘리트 체육이 아닌 스포츠 클럽, 즉 생활체육으로 컬링을 접한 케이스다.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좌절했을 때 '벽'을 느껴졌을 상황이다.

김은정은 그래도 다시 힘을 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다시 힘을 불어 넣어주셨고 무엇보다 멘탈을 다잡았다. 제 인생에서 컬링이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김은정이라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그 사람이 멋져야 컬링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뒤로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달려오다보니 4년이 지난 뒤엔 여기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메달은 따야겠다"고 생각했다던 김은정은, 결국 목표를 이뤘다. 예선에서 졌던 일본에게 설욕했고, 그것도 연장전 마지막 스톤에서 자신의 힘으로 거둔 극적인 승리였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이제 마지막 관문만이 남았다.

김은정은 "이번 대회에서 정말 한국 컬링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다. 우리와 함께 한 많은 분들의 삶, 그리고 우리 팀원 개개인의 삶이 모두 녹아있는 대회다. 더 잘하려고 노력했고 목표의식이 더 높아졌다"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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