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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현장에 죄인 취급까지" 소방관 트라우마 심각

제천 화재 참사 1개월… 심리적 불안·고통 여전
207명 심리상담… 일부 직원 약물치료 필요 수준

(충북·세종=뉴스1) 송근섭 기자 | 2018-01-21 08:00 송고

소방대원들이 22일 오전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2017.12.22/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소방대원들이 22일 오전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2017.12.22/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참혹한 현장을 겪고 최근에는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많은 소방관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2월 21일 29명의 희생자를 낸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사망자 29명과 부상자 40명.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40명 사망)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남은 유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제천 화재 참사는 큰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참혹했던 현장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야 했던 소방관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제천 참사와 관련해 심리 상담을 받은 충북지역 소방관은 207명에 달한다.

제천소방서는 전 직원(139명)이 심리 상담을 받았다.

현장 지원을 나갔던 다른 소방서 직원들도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30여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가까운 증세를 보이는 등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방관은 이미 상담 수준을 넘어 약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종묵 소방청장을 비롯한 소방관들이 2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노블 휘트니스스파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17.12.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조종묵 소방청장을 비롯한 소방관들이 2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노블 휘트니스스파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17.12.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들은 아비규환의 화재 현장에서 5시간 넘게 사투를 벌였다.

119신고가 접수된 지 4분여 만에 건물을 집어삼킨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 수색·구조 활동을 벌였지만 희생자 발생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를 두고 소방의 초동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자 현장에 나갔던 직원들은 죄책감에 시달렸다.

일선 소방관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충북도소방본부 차원에서 전문가와의 상담을 지원했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소방관이 정신적 불안·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에서 일부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당시 소방본부장과 제천소방서장 등 지휘부가 문책성 직위해제를 당했다.

여기에 최근 경찰이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제천소방서를 압수수색하고 일부 직원들을 소환 조사하면서 동료 소방관들의 심리적 불안감도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일부 직원들은 “더 이상 소방관을 할 자신이 없다”며 자괴감에 빠져 있을 정도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에서 겪은 충격만큼이나 최근 소방에 대한 비판적 여론과 경찰 수사 압박감이 직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충북도소방본부는 이달 중 직원들을 대상으로 추가 심리 상담을 진행한 뒤 PTSD 증세를 보이는 직원들에게는 전문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songks85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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