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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억원 미국은 1000불…"진입장벽부터 제거해야"

[규제개혁 없이 혁신성장 없다②]포지티브 규제 바꿔야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8-01-22 07:30 송고 | 2018-01-22 17:27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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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송금 애플리케이션(앱) '토스'를 개발한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몇년새 등장한 스타트업 중 가장 촉망받는 업체다. 2015년 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인인증서 없이 이동전화번호로 송금하는 앱을 내놓은 뒤 2년반만에 누적다운로드 1200만회·가입자 650만명을 넘어섰다. 월송금액은 1조원, 누적송금액은 10조원을 돌파했다.
"불편함이 있는 곳에 기회가 있다"는 스타트업계 공식이 토스에도 들어맞았다. 기존 은행을 통한 계좌이체가 공인인증서·보안카드 등 번거롭고 불편한 과정의 연속이었다면, 이동전화번호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가능한 토스의 송금방식은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간편 송금시장을 열었다.

토스는 당시 서비스를 개발해놓고 관련 규정이 없어 전전긍긍하다 금융당국이 서비스를 막지 않는 쪽으로 유권해석을 내려주면서 운좋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3월 페이팔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투자컨소시엄에서 5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유독 규제가 심하다는 핀테크 분야에서 발빠르게 사업규모를 키워 이제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다시는 토스같은 스타트업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2015년부터 핀테크 관련 규제 해소에 나섰지만 스타트업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규제장벽은 여전히 건재하다. 
 
H2 Venture, KPMG가 발표한 '2016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현황. 2017년 같은 조사에선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H2 Venture, KPMG가 발표한 '2016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현황. 2017년 같은 조사에선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융합·연결 막는 포지티브 규제

관련업계는 '열거주의 규제'를 가장 문제로 꼽았다. 우리나라는 개별적인 법률·정책이 허용하는 바를 일일이 나열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 방식이다. 열거된 조항 외에는 전부 금지되기 때문에 새로운 모델이나 융복합을 통한 혁신이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실제로 시장에 없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 스타트업들은 사업등록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사업등록·인허가를 받기 위해 우리나라에선 사업영역이 어떤 법에 규정된 업종인지를 찾고 요건을 확인하는 순서를 밟게 된다. 이때 융·복합 또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 기존 어떤 사업분류에도 속하지 않아 등록이 불가능하거나 엉뚱하게 규제받는 경우가 생긴다.

크라우드 펀딩사업이 대표적이다. 선진국에선 2000년 초반부터 스타트업이 초기 자금을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크라우드 펀딩이 성행해 관련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선 2015년7월 법이 개정되기전까지 크라우드 펀딩이 '투자중개업'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꽃을 피우지 못했다.

투자중개업은 당시 자기자본만 30억원 이상에 투자 관련 서류요건이 까다로워 기존 대형증권사나 엄두를 낼 수 있는 업종이었다.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규제방향을 바꾸고 대신 사후관리를 강화하라는 요구가 높아진 이유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도 '이종산업 융복합 규제'가 심해 눈에 띄는 스타트업을 찾기 어려운 분야다.
 
기존 의료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 더해지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거대한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세계 유니콘 기업 중 10%에 육박하는 9개가 헬스케어 분야에서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트(Statista)에 따르면 2020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6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료행위에 대한 제한이 엄격하고 원격진료는 물론 새로운 채널(온라인)을 통한 의약품 판매도 금지돼 있어, 관련 스타트업의 출현이 원천봉쇄돼 있다. 
 
◇ 스타트업에겐 너무 높은 규제장벽

규제당국은 기준을 완화했다고 생색을 내지만 스타트업들에겐 규제장벽이 여전히 높아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 해외송금 스타트업 '모인'(MOIN)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 외환거래법이 개정돼 소액 해외송금업체들이 합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하지만 최소 자본금이 20억원이어서 스타트업들엔 무용지물이었다. 주별로 최소 자본금 1000~5000달러면 해외 송금업을 할 수 있는 미국이나 3만달러 수준인 영국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장벽이다. 여기에 전산업무 종사 경력 2년 이상 임직원 4명 이상 채용 등 요건도 갖춰야 해 스타트업들에겐 넘지못할 벽일 수밖에 없다.

아산나눔재단이 지난해 7월 펴낸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는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한 융복합과 혁신이 자유로운 사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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