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美 꽁꽁 얼게 한 '폭탄 사이클론'은 '온난화의 저주'

美동부 폭탄 사이클론에 해안가 침수·폭설 '몸살'
형성 이유는 "북극 찬공기 비정상적 남하"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8-01-05 10:39 송고 | 2018-01-05 10:45 최종수정
미국 뉴저지주 애틀랜틱 시티에서 4일(현지시간) 고장난 차량을 미는 주민. © AFP=뉴스1
미국 뉴저지주 애틀랜틱 시티에서 4일(현지시간) 고장난 차량을 미는 주민. © AFP=뉴스1

새해 벽두부터 북미 대륙이 이례적 한파와 폭설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미 동부를 강타한 '폭탄 사이클론'이 곳곳에서 기이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미국은 4일(현지시간) 캐나다 인접 메인주부터 남부 플로리다주까지 동부 전역이 '폭탄 사이클론' 영향권에 들었다.
폭탄 사이클론이란 북극 찬공기와 대서양 습한 공기가 부딪혀 거대한 저기압 폭풍을 형성한 것이다. 사이클론 중심부 압력이 24시간 동안 24밀리바(mb) 이하로 떨어져 강풍을 동반하는데, 이때 해안가 침수와 눈보라 발생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러한 사이클론이 휩쓴 이날 뉴욕의 길거리엔 13인치의 눈이 쌓였다. 보스턴에선 40년 만에 최악의 해안가 침수가 발생했고, 눈이 쌓이다 못해 도로를 물·슬러시로 메우면서 차들이 지나다니다 멈춰설 정도였다.

특히 동부 연안도로 대다수가 얼음, 눈, 슬러시로 가득찬 터라 물류 운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폭탄 사이클론이 강타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 AFP=뉴스1
폭탄 사이클론이 강타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 AFP=뉴스1

항공편 결항도 속출했다. 폭풍의 진로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많은 고객들이 찾는 항로와 겹친다. 총 4000편이 넘는 항공편이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정전, 기업들의 영업 중단, 혹한에 따른 차량 고장 등 각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폭탄 사이클론은 북미 역사상 연안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폭풍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그레이슨'으로 명명된 이 사이클론이 이날 저녁 캐나다 남동쪽 노바스코샤주 인근에서 주변부 60~70mb, 중심부 950mb의 기압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기록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도의 빠른 속도로 형성된 사이클론이다.

폭탄 사이클론이 강타한 4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 AFP=뉴스1
폭탄 사이클론이 강타한 4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 AFP=뉴스1

이처럼 강력한 폭풍이 형성된 이유는 지구온난화 추세로 인한 제트기류 약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네소타주 공영 라디오방송의 폴 허트너 기상 전문가는 "이번 폭풍은 기상학자들의 꿈"이라며 "폭탄 사이클론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3가지 완벽한 상황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허트너가 언급한 3가지 상황 중 첫째는 따뜻한 열대성 습기를 머금은 벨트가 대서양 인근에 형성되는 것이다.

물론 올해의 온난한 습기는 평년과 유사한 수준이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진짜 주목할 지점은 열흘 전쯤 북극에서 대거 유입된 냉랭한 공기다. 정상 수준을 넘어선 찬 기운이 미국 남부까지 불어닥쳤다.

폭탄 사이클론이 강타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 AFP=뉴스1
폭탄 사이클론이 강타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 AFP=뉴스1

이 차가운 공기는 지난해 말부터 미 동부와 캐나다를 한파로 몰아갔다.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놓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한기가 남쪽으로 밀려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마지막 변수인 '온도 차'가 발생했다. 허리케인이 북상할 수록 바다에서 공급받는 습기가 줄어 느려지는 것과 달리, 폭탄 사이클론은 오히려 내륙인 뉴잉글랜드 지역에 가까워졌을 때 가장 강력한 위력을 보이게 됐다. 해당 지점이야말로 온도 차가 가장 뚜렷한 곳이기 때문이다.

허트너는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공기가 방금 전 북아메리카로 밀려왔다"며 "여기에 놀라운 습기의 공급이 더해지면서 엄청난 온도 차가 발생했다. 뉴잉글랜드 지역에 도착할 즈음엔 폭풍 중심부는 화씨 100도(섭씨 37도)의 높은 온도 차를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icef08@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