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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트먼이 北에 가져간 책 '몽유병자' 의미는?

WP 칼럼니스트 "1차 대전도 우발적 발발"
군 연락채널 복원 등 우발적 전쟁가능성 줄이자 제안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2017-12-21 10:31 송고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과 만나 악수하는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왼쪽)  © AFP=뉴스1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과 만나 악수하는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왼쪽)  © AFP=뉴스1

지난 5일부터 나흘간 북한을 방문했던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친서를 갖고 갔으며,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는 제1차 세계대전의 배경을 조망했던 영국의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책 '몽유병자'(The Sleepwalkers: How Europe Went to War in 1914)를 가져가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가 WP에 쓴 '북한은 전쟁을 막고자 하는 유엔 특사에게 무엇을 말했나'란 칼럼에 들어있다.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소식통들을 인용, 펠트먼 사무차장이 북한 측과 15시간30분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2009년 끊긴 군 연락 채널을 다시 열고 이를 통해 우발적인 전쟁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달 29일 북한이 '핵 무력 완성' 발표를 했지만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핵화 결의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유엔 고위급 인사의 방북은 7년만이었고 펠트먼 사무차장은 리용호 외무상, 박명국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났다.

역사서를 들고 가 리용호 외무상에게 전달한 것은 "의도치 않은(우발적인) 전쟁을 막자"는 메세지를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그나티우스 칼럼니스트는 봤다. 계속되는 핵과 미사일 도발은 미국의 응답(군사적 해법)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인 것.
이 책에서는 1차 대전을 일으킨 것은 어떤 의도를 가진 광신도에 의한 것이 아니었고 결과를 알지 못한 몽유병자들이 비극으로 걸어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또 펠트먼 차장과 만난 북한 인사들은 미국의 의사결정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전했는데, 미국이 자신들의 정권에 적대적인 정책을 어떻게 바꾸길 바라는지, 그리고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이란 발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고 교묘하게 빠져나갔다는 전언이다.

칼럼은 북한은 분명히 협상을 원하지만 힘을 극대화한 상황에서 원하고 있으며 군 연락 채널을 복원하는 것은 언젠가의 시점에선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고도 전했다.

한 가지 이번 방북으로 인해 고무적인 것이 있었다면 펠트먼 차장이 북한에 더 빨리 유엔 안보리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더니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지난 15일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 참석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펠트먼 차장의 방북 이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 '전제 조건없이' 대화하길 원한다고 했다가 백악관의 반박으로 한 발 물러나 "북한이 협상을 하려면 미사일 실험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했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필요시 북한과 협력없이 비핵화를 강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등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그나티우스는 따라서 "2017년의 몽유병자들은 현재 충돌의 벼랑 끝에 있고 벼랑의 끝이 어디쯤일지 알지 못한다는 점을 숙지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s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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