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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D-100] 노태강 문체부 차관 "평창, 평생 다시 안 올 기회입니다"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11-01 06:00 송고 | 2017-11-01 09:42 최종수정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31일 서울 용산구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0.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31일 서울 용산구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0.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나쁜 남자'로 유명세를 치렀으나 사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착한 남자'에 가깝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선한 사고의 소유자라는 느낌이 전해졌는데, 그 건강함의 뿌리는 '체육' 쪽을 향해 있었다. 전임 대통령의 의중과 어긋난 '강직한 보고'로 소위 찍혔던 것도 스포츠에서 배운 정정당당함이 몸에 밴 때문인지 모른다.

10월의 마지막 날 서울 용산구 서계동 집무실에서 만난 노 차관은 "스포츠는 공정한 경쟁과 깨끗한 승복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의 페어플레이가 기반이다. 실력 외 다른 어떤 것이 관여하거나 작용할 여지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게 스포츠"라면서 "그래서 스포츠의 가치가 곧 건강한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 가치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것이 스포츠의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예찬론을 펼쳤다.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노태강 차관은 국제체육과장과 체육국장 등을 역임한 체육행정 전문가다. 출발부터 지금까지 한 길만을 걸었다.

노 차관은 "난 선수 출신도 아니고 체육과를 나온 것도 아니다. 평범한 문과생이었다. 그런데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져 계속 체육 쪽에서 근무하기를 원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거나 병들어 있을 때,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자산이 바로 스포츠다. 체육의 가치가 현재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체육 본연의 가치를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느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31일 서울 용산구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0.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31일 서울 용산구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0.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아직은 먼 동계 스포츠, '미래'에 투자하자
흔히 동하계 올림픽과 FIFA 월드컵 그리고 세계육상선수권을 일컬어 '4대 스포츠 이벤트'라 부른다.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주는 커다란 축제인데, 이런 메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한 나라는 전 세계를 통틀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러시아 등 5개 국가뿐이다. 그리고 꼭 100일 뒤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과 함께 대한민국도 같은 반열에 오른다.
 
한국은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했다. 성공적이었다. 1988 서울올림픽은 서울과 대한민국의 여러 가지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고 2002년 한반도의 붉은 물결은 전 세계가 놀라움과 부러움을 금치 못할 수준이었다.

요컨대 큰 대회를 꽤 잘 치르는 힘을 갖춘 나라다. 그래도 평창 동계올림픽은 고개가 갸웃거려졌고 지금도 '과연'이라는 물음표가 떠다니고 있다. 아직은 한국인들에게 거리감이 있는 '동계 스포츠'로 치르는 대회가 국민적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김연아로 친숙해진 피겨나 이상화의 스피드 스케이팅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비인기종목들이 다수다. 심지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모르는 종목들도 있다. 노 차관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동계 종목들을 살펴보면, 국민이나 사회의 수준이 어느 정도 도달해야 즐길 수 있는 스포츠들이 많다. 동계 올림픽 참가국들도 소득 수준이 우리보다 좀 앞선 나라들이 많다"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동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사회가 온다는 가정 하에 이번 평창올림픽을 '교육의 기회'로 삼았으면 싶다"고 했다.
스포츠가 주는 최고의 혜택을 경험하자

노태강 차관은 "초중고 학생들이 우리 나이쯤 됐을 때는 스켈레톤이나 루지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됐으면 싶다. 그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평창 올림픽에서 동계 스포츠의 매력을 경험케 해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소의 방향은 기성세대들이다.

"예전처럼 학생들을 억지로 동원할 생각은 없다. 다만 교사의 판단과 함께 단체 관람을 희망하는 학교가 있다면 단체 할인은 충분히 생각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에게 동계 스포츠 체험 기회를 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던 노태강 차관은 "엄마 아빠가 표를 사들고 와서 '너희들이 언제 올림픽을 다시 볼 수 있겠냐'며 자녀들과 함께 평창으로 향하는 그림이 나온다면 금상첨화"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학부모 대상 특강이 펼쳐졌다.

노 차관은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한다. 그걸 학부모들이 알아야 한다"면서 그 '명확한 이유들'을 소개했다. 눈이 반짝거렸다. 그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운동을 잘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경기를 하다보면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몇 번씩 찾아온다. 그때 흐트러지면 경기에서 패하니 자연스레 집중력이 길러진다. △체력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상황 판단력이 좋다. 매 순간순간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해야하는 게 스포츠다. 경기가 끝난 뒤 탈진하는 것은 꼭 체력이 소진되어서가 아니다. △팀워크 향상에 기여한다. 홀로 잘난 이가 있는 팀은 절대 못 이긴다. 끝으로 △포기가 빠르다. 다음 경기를 위해, 내일을 위해 과감히 버려야 할 때를 알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미련 때문에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과감한 결단력, 이런 것은 누가 가르쳐주지 못하는 것이다.

막힘없이 노래를 부른 노태강 차관은 "이러니 운동을 잘하는 친구들이 공부를 못할 수 있겠는가"라며 웃었다. 곧이어 그렇기 때문에 올림픽을 직접 경험하길 권했다.

그는 "스포츠가 주는 최고의 혜택을 모두가 경험한다면 좋겠으나 그게 안 되니 간접 체험으로라도 맛봤으면 싶다. 스포츠가 제공하는 감동 시리즈를 눈앞에서 보는 것은 자기 인생에 정말 많이 도움을 준다"면서 "올림픽을 직접 본 친구, TV로 본 친구, 아예 안본 친구는 미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바로 내가 그랬다"는 말로 좋은 길을 함께 걷자고 손을 내밀었다. 마지막에는 귀여운 '협박'도 있었다.

노 차관은 "1988 서울올림픽 때 나도 그랬다. 시간이 지난 뒤에 '아, 그때 직접 가서 봤어야하는데' 후회가 됐다. 내가 한 후회를 우리 청년들은 반복하지 않았으면 싶다"고 말한 뒤 "냉정하게 말해, 우리나라에서 동계 올림픽이 또 열리는 것은 지금 청년들이 죽을 때까지 다시 안 올 기회다. 안보면 후회한다"고 강조했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31일 서울 용산구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0.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31일 서울 용산구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0.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남북이 어우러지는 평창, 가능하다

지난 9월 로라 플레셀 프랑스 체육부장관이 "우리의 안전이 보장될 수 없다면 국가대표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가지 않고 프랑스에 남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며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한반도의 불안한 정세 때문에 몇몇 국가들이 불참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어 우려를 키웠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노태강 차관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세계는)걱정 안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 차관은 "프랑스에서 체육부장관을 직접 만났는데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꿈에도 그런(불참)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며 펄쩍 뛰었다"고 전했다. 문제의 발단은 '전제'가 깔려 있던 질문 그리고 사람들을 거치면서 생긴 와전이었다.

그는 "질문이 '지금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보다 더 한반도 정세가 악화된다면, 만약 준전시나 전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선수들 안전을 고려해서 판단하겠다는 답변이 나오는 게 당연한 것"이라한 뒤 "프랑스 체육부장관은 펜싱 선수 출신이다. 감독도 했다. 올림픽의 참 의미를 아는 그가 선수들의 간절한 꿈을 빼앗을 리 없다"고 못 박았다. 다른 나라들도 대동소이한 입장이다.

노 차관은 "독일체육회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이라고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가진 스포츠 정신이 패배하는 것'이라면서 '이럴수록 확고한 믿음으로 참가해야한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전 세계가 올림픽의 가치를 믿고 있다. 중국도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해 북한 참가 가능성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진행상황을 털어 놓았다.

그는 "북한과의 창구를 IOC로 단일화하고 있다. 우리(한국정부)가 따로 접촉하고 IOC나 국제경기단체들이 또 따로 북한의 참가를 위해 접근한다면 괜스레 혼선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맡겨달라고 하더라.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아직 확답은 없는데, 그리 비관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귀띔했다.

끝으로 노 차관은 "남과 북이 함께 출전하면 IOC로서도 올림픽 이상을 실현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열심히 뛰고 있다. 남북한 간의 접촉이 필요한 때가 되면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말한 뒤 "바흐 위원장이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결정은 가장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진다더라. 그래도 희망적인 관측을 우리에게 전달한 것 아니겠는가"라는 말로 평창에서 하나 되는 남과 북에 대한 기대감을 에둘러 전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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