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

200만년된 지하 세계로 떠나볼까…슬로베니아 포스토이나

[안녕, 슬로베니아 ④] 동굴의 도시 포스토이나의 매력

(포스토이나(슬로베니아)=뉴스1) 윤슬빈 기자 | 2017-10-12 09:27 송고 | 2017-11-27 13:55 최종수정
편집자주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의 일부였던 슬로베니아를 최근 돌아봤다. 우리나라 경상북도 정도의 넓이인 소국이지만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찬 슬로베니아를 5회에 걸쳐 소개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성인 프레드야마© News1 윤슬빈 기자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성인 프레드야마© News1 윤슬빈 기자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남서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약 1시간 이동하면 이 나라의 또 하나의 자부심 포스토이나에 닿는다. 이 도시는 '동굴의 도시'라고 불린다. 길이가 20km에 달하는 거대한 카르스트 동굴인 '포스토이나 동굴'과 그로부터 9km 정도 떨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성인 '프레드 야마'를 만날 수 있다.
 
포스토이나 동굴 박물관에 자리한 역대 홍보 포스터© News1 윤슬빈 기자
포스토이나 동굴 박물관에 자리한 역대 홍보 포스터© News1 윤슬빈 기자

포스토이나에서 동굴 탐험을 하지 않고선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사실 국내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바로 접할 수 있는 것이 동굴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슬로베니아의 동굴은 역사부터 규모까지 차원이 다르다.
 
땅속의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아 형성된 동굴을 두고하는 '카르스트' 지형이라는 말도 바로 포스토이나를 포함한 크라스(Kras) 지역에서 탄생한 단어다. 독일어로 크라스 지역을 발음한 것으로, 이 지역은 석회암 지형 연구가 세계 최초로 시작됐다. 석회암이 널리 분포해 있고 크고 작은 수많은 동굴이 이곳에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긴 동굴인 포스토이나 동굴을 찾았다. 이 동굴의 역사를 얘기하려면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7세기 동굴이 발견된 이후 1819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이후 1872년 동굴 열차가 생겼고, 현재까지 전기기관차로 운영되고 있다.
 
관람객에게 허용된 구간은 동굴 길이의 4분이 1인 5km 구간이다. 2km는 동굴열차를 타고 이동한다. 어린이대공원의 코끼리 열차와 비슷한 외형을 갖춘 열차의 속도는 꽤 빠르다. 시원한 바람과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으며 10분 정도 열차를 타고 내리면 본격적인 탐험 구간에 들어선다. 3km 구간을 도보로 걸을 수 있는데, 약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꽤 긴 시간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동굴 구경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포스토이나 동굴© News1 윤슬빈 기자
포스토이나 동굴© News1 윤슬빈 기자

열차에서 내리면 입이 떡 벌어질 만한 경관이 펼쳐진다. 무려 200만년의 세월에 걸쳐 탄생한 종유석(천장에서 자라는 암석), 석순(땅에서 자라는 암석), 석주(종유석·석순이 맞닿아 만들어진 암석)들은 보고 있자니 지구의 신비에 새삼 놀란다.
     
콘서트홀, 무도회장, 낙원 등의 별칭이 붙은 최대 4m 높이의 동혈들은 신비로움을 더한다. 실제로 1만명을 수용하는 콘서트홀로도 사용되고 있다.

마치 터키의 파묵칼레에서 볼 법한 기묘한 종유석들이 인상적이다.© News1 윤슬빈 기자
마치 터키의 파묵칼레에서 볼 법한 기묘한 종유석들이 인상적이다.© News1 윤슬빈 기자
10m는 훌쩍 넘어 보이는 종유석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News1 윤슬빈 기자
10m는 훌쩍 넘어 보이는 종유석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News1 윤슬빈 기자
탄산칼슘으로 형성된 암석. 불빛을 비춰서 보니 더욱 새하얗다.© News1 윤슬빈 기자
탄산칼슘으로 형성된 암석. 불빛을 비춰서 보니 더욱 새하얗다.© News1 윤슬빈 기자
레이스 커튼이 쳐진 듯 얇은 암석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News1 윤슬빈 기자
레이스 커튼이 쳐진 듯 얇은 암석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News1 윤슬빈 기자
국수가락이 © News1
국수가락이 © News1

동굴 내부는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건조지대, 물이 흐르는 지대, 영구적으로 물이 잠겨있는 지대가 있다. 성분에 따라 암석 모양과 형태도 제각각이다. 새하얗게 촛농이 녹아내린 듯한 것은 탄산칼슘으로 형성된 것이며, 회색을 띄면 망간이 붉은색이 짙으면 철분함량이 많다. 

깊숙이 걷다 보면 마치 천장에서 국숫발을 뽑은 듯한 종유석도 만나게 된다. 암석들은 100년에 1cm 자란다고 하는데, 이 종유석들은 적어도 10cm는 되니 1000년에 걸쳐 만들어진 셈이다. 또 다른 편으로는 마치 레이스 커튼처럼 얇게 펼쳐진 종유석을 볼 수 있다. 조명이 더해져 아늑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포스토이나 동굴에서만 서식하는 올름© News1 윤슬빈 기자
포스토이나 동굴에서만 서식하는 올름© News1 윤슬빈 기자

포스토이나 동굴이 특별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올름(동굴도롱뇽붙이)을 만날 수 있다. 

올름 캐릭터 인형© News1 윤슬빈 기자
올름 캐릭터 인형© News1 윤슬빈 기자

일명 '핑크색 장님 도롱뇽', '휴먼 피시'로 불리는 도롱뇽이다. 휴먼피시로 더 많이 불리는데, 이유는 수명과 피부가 인간과 비슷해서라고 한다. 동굴 주변에선 올름 형태의 캐릭터 인형, 냉장고 좌석 등 다양한 기념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동굴에 걸터 있는 설계가 인상적이다.© News1 윤슬빈 기자
동굴에 걸터 있는 설계가 인상적이다.© News1 윤슬빈 기자

프레드 야마는 포스토이나 동굴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123m 절벽 위에 자리한 성은 멀리서 봐도 위용을 자랑한다. 마치 바위틈을 비집고 자란 듯 성은 동굴 속에 반쯤 걸쳐 세워져 있다.
 
800여 년 전에 세워진 이 성은 겉으로 보기엔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평화로운 분위기이지만 반면에 약간은 처참한 이야기가 담긴 전설이 있다.
   
에라젬 프레자마스키의 초상화© News1
에라젬 프레자마스키의 초상화© News1

15세기 악당 기사로 불리는 에라젬 프레자마스키는 자신을 죽이라는 왕의 명령에 따른 병사들을 피해 이곳을 근거지로 삼았다. 병사들이 이 성을 찾아 포위하지만 함락에는 실패한다. 병사들은 식량이 떨어져 나올 때 그를 포획하기 위해 겨울까지 기다리지만, 오히려 프레자마스키는 고깃덩어리들은 성 밖으로 던지며 약을 올렸다.

프레드야마© News1 윤슬빈 기자
프레드야마© News1 윤슬빈 기자
프레드야마© News1 윤슬빈 기자
프레드야마© News1 윤슬빈 기자
© News1 윤슬빈 기자
© News1 윤슬빈 기자
프레드야마 고문실© News1 윤슬빈 기자
프레드야마 고문실© News1 윤슬빈 기자

프레자마스키는 동굴성에 1년을 보낸다. 이 모든 것이 동굴이라서 가능했다. 동굴의 언덕의 반대쪽은 뚫려 있었다. 이 지형을 잘 이용해 반대편 마을에서 그는 식량을 조달받았고, 혹시 계곡물에 독극물을 탈지도 몰라서 식수는 동굴 벽에서 흐르는 물을 받아서 해결했다.
 
이곳에선 프레자마스키의 가족, 하인들, 신부까지 다해서 30여 명 정도가 살았다고 한다. 성의 내부는 독특하다. 동굴을 부수지 않고 그 옆에 성을 세워 한쪽 벽은 자연 동굴 그 자체다. 지하엔 고문실이 있다. 정확히 어떤 이를 얼마나 많이 고문한지는 파악은 안됐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관광객들© News1 윤슬빈 기자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관광객들© News1 윤슬빈 기자

프레자마스키는 결국 반역자에 의해서 죽임을 당한다. 하인 중 한 명이 병사들에게 성안에 그가 있는 위치를 불빛 신호로 알려 포탄으로 겨냥해 그를 죽게 만든다.

이런 전설을 뒤로하고 현재는 다양한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과 영화의 촬영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여름이면 중세시대의 마상경기대회가 개최돼 많은 인파가 몰린다.

◇꿀 떨어지는 여행정보
 
포스토이나 동굴과 프레드 야마에선 가이드가 영어로 직접 해설해 주는 투어가 있지만 언어의 장벽이 어렵다면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해보자. 두 곳 모두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 두 곳 입장권과 오디오 가이드가 포함된 패스는 35유로(약 4만7000원)에 살 수 있다.

▲취재협조=슬로베니아관광청(www.slovenia.info), 터키항공(p.turkishairlines.com)


seulbi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