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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봐서 미안"…슬로베니아가 특별한 이유

[안녕, 슬로베니아 ①] 숨은 매력 뭐 있나

(류블랴나(슬로베니아)=뉴스1) 윤슬빈 기자 | 2017-10-08 11:25 송고 | 2017-10-23 00:22 최종수정
편집자주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의 일부였던 슬로베니아를 최근 돌아봤다. 우리나라 경상북도 정도의 넓이인 소국이지만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찬 슬로베니아를 5회에 걸쳐 소개한다.
슬로베니아에 가진 선입견은 크게 두 가지 있었다.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이었을 때 공산당 국가로 지내왔기에 '나라는 삭막하고 사람들은 차갑지 않을까'와 '나라가 작아 볼 게 별로 없지 않을까'라는 우려였다. 그러나 한 번의 여행으로 아쉬움이 가득 남을 만큼 다양한 매력이 넘치는 나라였다.
 
데칼코마니를 찍은 듯 보힌 호수에 진하게 비친 보겔산© News1 윤슬빈 기자
데칼코마니를 찍은 듯 보힌 호수에 진하게 비친 보겔산© News1 윤슬빈 기자

◇건강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네…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유럽 어느 나라 사람보다 운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현지인 사이에서 가장 화제인 게 얼마 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 농구 선수권 대회인 '2017 유로바스켓'에서 세르비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일이다. 현지인들의 얼굴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슬로베니아는 운동을 즐기면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알프스 산지 동쪽 산기슭에 자리해 국토의 40%가량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수도 류블랴나에서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율리아 알프스산맥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1만㎢ 이상 되는 크기의 호수는 1300여 개나 된다. 게다가 영토의 4%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청정 자연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해발 1535m에 설치된 보겔 전망대.  사진찍는 여행자들의 표정은 평온해 보이나, 발 아래가 훤히 보이게 설계돼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에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News1 윤슬빈 기자
해발 1535m에 설치된 보겔 전망대.  사진찍는 여행자들의 표정은 평온해 보이나, 발 아래가 훤히 보이게 설계돼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에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News1 윤슬빈 기자
슬로베니아의 대표 관광 명소이자 율리아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인 블레드© News1 윤슬빈 기자
슬로베니아의 대표 관광 명소이자 율리아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인 블레드© News1 윤슬빈 기자

이런 자연은 슬로베니아 사람들에게 일상이다. 옥빛의 소차 강에선 카약과 카누를 타고, 알프스 봉우리 아래쪽 블레드 호수에선 조정 선수들이 힘차게 노를 젓는다. 겨울이 되면 슬로베니아를 스키점프 강국으로 만든 플라니차를 비롯해 율리아 알프스산맥과 그 주변에선 스키, 바이애슬론 등의 스포츠를 즐긴다.
남동부 아드리안 해에 이르는 지역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슬로베니아엔 총 87곳의 샘에서 온천수와 광천수가 솟아난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다양한 질병에 효능이 좋다고 알려진 이곳의 온천을 즐기려 주변국부터 멀리 대만에서까지 치유 목적으로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아드리아해를 면하고 있는 슬로베니아 대표 휴양 도시 '피란'. 국내엔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아드리아해를 면하고 있는 슬로베니아 대표 휴양 도시 '피란'. 국내엔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이탈리아·크로아티아 사이, 기죽지 않는 해안 도시

남동부 해안에서 동쪽은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서쪽은 이탈리아 베네치아다. 슬로베니아의 대표 해안 도시인 피란의 성 죠지 대성당에선 두 도시가 망원경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가까이 보인다.
쟁쟁한 휴양지 사이에서 이곳의 해안 도시들은 아드리아해의 매력을 조용히 뿜어내고 있었다. 이곳은 세 나라의 분위기가 오묘하게 뒤섞였다. 이민자들은 이곳에 정착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도시 곳곳에 녹였다. 
 
도시의 경관을 보자니, 어딘가 크로아티아와 닮았고, 유명 맛집의 요리를 먹어보니 이탈리아 맛이 난다. 뚜렷한 특색이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분명 '이곳만의 것'이 있다. 

개인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풍경은 지중해 도시 모나코와도 닮아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개인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풍경은 지중해 도시 모나코와도 닮아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피란에서 생산된 소금. 슬로베니아 여행의 필수 기념품으로 꼽힌다.© News1 윤슬빈 기자
피란에서 생산된 소금. 슬로베니아 여행의 필수 기념품으로 꼽힌다.© News1 윤슬빈 기자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46km 길이의 해안선을 자랑스워한다. 슬로베니아 국기에도 최고봉인 트리글라브산 아래 물결무늬로 해안선을 표현할 정도다.

피란 근교 크로아티아와 국경을 이루는 세초블레에서 나는 소금은 상품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 이곳의 자연 염전은 14세기부터 700년 동안 '페폴라'라는 생물 침전물을 이용한 전통방식으로 소금을 채취해 왔다. 이 방법은 세계에서 유일하다. 슬로베니아 전역에서 소금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소금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50g에 3유로(약 4000원) 정도 한다. 
  
길이가 20km의 카르스트 지형 동굴인 포스토이나 동굴.© News1 윤슬빈 기자
길이가 20km의 카르스트 지형 동굴인 포스토이나 동굴.© News1 윤슬빈 기자

◇동굴 탐험의 원조는 나야나

땅속의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아 형성된 동굴을 두고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한다. 카르스트(Karst)라는 단어는 슬로베니아의 '크라스'(Kras) 지방을 지칭하는 독일어이다. 크라스 지방엔 석회암이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석회암 지형 연구가 세계 최초로 시작됐다.

슬로베니아는 동굴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동굴과 유일한 동굴성이 바로 슬로베니아에 있다. 동굴 수도 어마어마하다. 현재까지 발견된 동굴 수는 1만1500개 이상이다. 발견할 수 있는 동굴은 다 찾아낸 셈이다. 

동굴 속 안에 자리한 프레드야마 성은 하인의 배신으로 처참히 죽게 된 중세 도둑 남작 ‘에라젬 프레자마스키'의 전설로 유명하다.© News1
동굴 속 안에 자리한 프레드야마 성은 하인의 배신으로 처참히 죽게 된 중세 도둑 남작 ‘에라젬 프레자마스키'의 전설로 유명하다.© News1

포스토이나 동굴의 길이는 20km에 달한다. 동굴에 내부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1872년 만들어진 열차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관광객들에게 공개된 동굴은 약 5km 정도로 돌아보려면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기묘한 모양의 석순과 종유석 눈길이 가다보면 어느새 동굴 막바지다. 100년을 사는 올름(동굴도롱뇽붙이)도 여기에서만 볼 수 있다.
 
세계 유일한 동굴 성인 프레드 야마는 123m 절벽 위에 입구가 있어 멀리서 봐도 위용을 자랑한다. 800여 년 전에 세워진 성에선 동굴 안에 지어진 독특한 구조와 이곳만의 특이한 생활 방식을 구경할 수 있다. 

류블랴나의 구시가지 풍경© News1 윤슬빈 기자
류블랴나의 구시가지 풍경© News1 윤슬빈 기자
도시에선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News1 윤슬빈 기자
도시에선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News1 윤슬빈 기자

◇사랑스럽고 안전한 도시  

유럽 어느 도시든 그러하겠지만, '사랑스럽다'라는 뜻을 지닌 수도 류블랴나(Ljubljana)를 비롯해 슬로베니아 도시 풍경 속 안엔 사랑에 빠질만한 낭만적인 분위기가 담겨 있다. 벤치에 앉아 차를 마시며 귓속말을 나누는 커플부터 자전거를 세워두고 강을 바라보는 대학생 또래의 남자들과 현장 학습을 나온 어린이들까지 그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슬로베니아는 유럽에서도 치안 걱정 없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다. 여성이 여행하기에 안전한 나라로 통한다. 다만 어느 관광지나 그렇듯, 류블랴나의 구시가지나 여행객이 몰리는 명소는 약간의 긴장이 필요하다.

현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면 인사를 건네보자. 이제 막 관광으로 도약하는 나라인 만큼 관광객들에 대해 그들 마음의 빗장의 문이 열리고 있다. "도베르 단!(안녕하세요)" "흐발라!(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보자. 분명 어색한 동양인의 발음에도 '엄마 아빠 미소'를 띄며 대답해 줄 것이다. 
 
류블랴나 성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 풍경.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이다.© News1 윤슬빈 기자
류블랴나 성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 풍경.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이다.© News1 윤슬빈 기자

◇꿀 떨어지는 여행 정보 

슬로베니아 직항은 아직 없다. 다양한 경유편 가운데 터키항공을 이용하면 이스탄불 여행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현재 터키항공은 '인천~이스탄불' 구간을 주 11회 운항하며, 경유 여행자들을 위해 매일 5회 이스탄불 시티투어를 진행한다. 주요 일정은 이스탄불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블루모스크), 아야소피아 성당, 톱카프 궁전 등이 포함되며 일정에 따라 식사도 제공한다. 자세한 사항은 터키항공의 투어이스탄불 홈페이지(istanbulinhours.com) 참조하면 된다.

▲취재협조=슬로베니아관광청(www.slovenia.info), 터키항공(p.turkishairlines.com)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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