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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선 많이 배울 수록 실업자 될 확률 높다"

"대학에서 기업 원하는 역량 가르치지 않아"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17-08-23 07:43 송고
베트남 중학생. © AFP=뉴스1
베트남 중학생. © AFP=뉴스1

# 응웬 반 득씨(25세)는 2년 전 베트남의 명문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하노이에서 오토바이 택시 기사로 일하면서 한달에 약 250달러(약 28만원)을 번다. 베트남의 실업률이 2.3%로 낮은 수준이지만, 득씨를 비롯해 베트남의 대학 졸업생들은 전공 관련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득씨는 "대학에서 우리는 학문 중심 훈련을 받는 동시에 공산당 역사와 호치민 이데올로기에 대해 배운다"고 말했다.

베트남 교육은 저임금 생산직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을 가르치지만, 베트남의 청년들이 좀 더 복잡한 기술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돕지는 못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런 교육 여건으로 인해 제조업체들이 베트남보다 임금이 더 저렴한 다른 나라로 이탈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정부는 중진국 대열 합류를 목표로 한다. 세계은행은 중진국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4000달러 이상인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수준(2306달러)에서 두 배로 끌어올려야 가능하다.

스캇 로젤 스탠포드대학교의 개발경제학 교수는 "성공적으로 다음 경제 단계로 진입한 국가들은 중진국 소득 수준일 때 이미 선진국 수준의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 한국, 대만은 고등 교육을 받은 인력이 필요하기 훨씬 전에 이미 높은 수준의 대학을 갖췄다고 밝혔다. 그는 반대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등은 중진국 지위에 도달한 이후 경제 성장이 둔화했는데 교육에 대한 투자가 불충분했던 점이 부분적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블룸버그는 베트남 대학생들이 1~2학년 동안 주로 혁명가이자 정치가인 호치민, 사회주의, 공산당 역사 등을 배운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고용주들이 원하는 비판적 사고 능력이나 다른 기술에 대해서는 습득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상공회의소는 학위가 있더라도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부족하다면 기업들이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종합대학 학사 학위를 가진 베트남 청년층의 실업률은 17%에 달하는 형편이다.

호찌민시 소재 하버드 케네디 정책대학원의 응웬 슈안 탄 선임연구원은 "민간 및 외국게 기업들은 더 나은 역량을 가진 직원, 우수한 매니저와 엔지니어를 원한다. 중산층은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 가정은 더 나은 교육을 원한다. 이에 따라 정치 시스템에 이런 압력이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녀의 커리어를 위해 해외 유학을 보내는 부모가 점점 늘고 있다. 일본학생지원기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일본에서 유학 중인 베트남 학생 수는 6년 사이에 12배 이상 늘어난 5만4000명을 기록했다.

베트남 교육부의 새 커리큘럼 전략을 담당하는 응웬 민 투엣는 "정부는 전문대학과 종합대학의 직업교육 질을 향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비실용적인 교육을 줄이기 위해 대학들의 커리큘럼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여전히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전국 대학 수를 약 450곳으로 확대했다. 베트남 정부는 2020년까지 전문대학과 종합대학의 신입생 수를 56만 명으로 늘일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2010년 대비 8% 증가하게 된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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