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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준 벤처협회장 "벤처생태계…연대보증제부터 없애야"

[단독인터뷰]"모태펀드 수익률 낮추고 상환우선주 굴레 없애야"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7-08-21 08:15 송고 | 2017-09-27 16:26 최종수정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16일 경기 성남 크루셜텍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8.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16일 경기 성남 크루셜텍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8.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동안 꾸준히 노력하면 세계 최악의 연대보증 제도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그런 의지가 있으시다고 본다."
 
21일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크루셜텍 대표·53)은 경기도 판교 크루셜텍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새 정부가 공언한 '혁신 창업 국가'가 되기 위해 연대보증 제도부터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 역시 1000억원 가까운 연대보증으로 잠을 못이룬 적이 있었다. 안 회장은 "일부 정책자금만 연대보증이 폐지됐고 은행 등 민간은 전부 연대보증을 요구한다"며 "이걸 없애야만 실력있는 인재들이 자유롭게 창업에 나설 것"이라고 단언했다.
 
혁신 벤처들은 사업초기는 물론 사업을 성장궤도로 올려 놓는 단계에서 끊임없이 재투자가 필요해 '빚'을 쓸 수밖에 없다. 안 회장은 "연대보증이 없어지면 지금보다 10배의 인력이 대기업·학교·연구소를 박차고 나와 창업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벤처 생태계를 위해 만든 모태펀드의 수익률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다. 안 회장은 "정책 자금 수익률이 8%가 넘는 건 말이 안된다"며 "1% 정도로 낮추는 게 정상이다. 스타트업들의 발을 묶는 상환우선주(RCPS)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공식 약칭은 '중기부' 이지만 안 회장은 '벤처부'로 줄여 말했다. 안 회장은 "벤처부가 초기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같은 중견벤처는 기울어진 운동장만 바로잡아줘도 된다"며 "기술·혁신 기업들이 성장하는 단계에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부처가 탄생했지만 아직 수장 자리가 공석이다. 안 회장은 "기업, 창업 생태계를 잘 아는 기업인이 벤처부 장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대통령부터 정부, 산업계, 학계 모두 벤처 생태계를 고민하고 있다"며 "벤처협회도 업계의 다양한 특성과 요구를 품고 생태계 만들기에 나서겠다"고 했다.

2017.8.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div style=" align="absmiddle" border="0" />
2017.8.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다음은 인터뷰 전문.

-'창업국가'를 내건 문재인 정부에 가장 제안하고 싶은 정책은.
▶창업한지 20년 됐다. 상장사 2개를 갖고 있고, 3개 회사를 인수(M&A)해 키워냈다. 새로운 스타트업도 4개 갖고 있다. 저 스스로 우리나라 창업 벤처 생태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연대보증이 없었다면 새 회사를 10개는 더 차렸을 것이다. 연대보증에 대한 부담 때문에 훌륭한 인재들이 기술 창업을 주저하고 있다. 실력있는 엔지니어, 연구원들이 안전한 대학, 정부 출연 연구소, 대기업에만 머물러 있다. 
실제로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3~4%가 창업하겠다고 답했고, 연대보증이 없어지면 응답이 약 40%로 열배 뛰었다고 한다. 정부는 연대보증을 폐지했다고 하지만 일부 정책자금만 그렇다. 시중 은행 등 민간은 전부 연대보증을 요구한다. 이걸 없애야만 자유롭게 창업에 나설 것이다.

-실제로 연대보증 때문에 잠 못자는 창업자들이 상당히 많다고 들었다.
▶제가 20년동안 사업하면서 전세계를 다녔는데 어느 나라에도 '연대보증 때문에 죽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선 늘 듣는 얘기다. 저도 연대보증이 수백억을 넘기도 했다. 연대보증 부담은 회사가 성장할수록 더 커진다. 끊임없이 재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출이 3000억원 정도 나오면 연대보증을 1000억쯤 갖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미국도 연대보증제도가 있지만 한국 만큼 무한책임을 지우는 나라는 없다. 문제가 터지면 빌린 사람은 정말 내가 죽는 것 외엔 해결책이 없다고 느낀다.
연대보증은 대통령이 나서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문 대통령은 충분히 그런 의지가 있다고 본다. 5년 동안 꾸준히 노력하시면 세계 최악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중견·중소·벤처기업도 '호프미팅'이 있는 걸로 아는데 그때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려고 한다.

-그밖에 정부가 정비할 제도는 없나.
▶스톡옵션 제도도 그렇다. 제가 삼성전자를 그만뒀던 시절엔 퇴사해서 10배는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10배라는 숫자를 상상할 수 없다. 창업 초기 위험을 무릅쓰고 참여해 받은 스톡옵션 이득 대부분을 정부에서 세금으로 가져간다. 기업 입장에서도 스톡옵션 세율이 높으니 다 경비로 처리한다. 스톡옵션은 20년전 제도로 돌아가야 한다. 다양한 사고가 터져나오도록 하려면 그런 유인책이 필요하다. 지금 거미줄처럼 규제가 촘촘한데 스톡옵션까지 옥죄어 창업자들의 의지를 꺾을 필요가 없다.
회수시장도 활성화해야 한다. 미국은 벤처투자 80% 정도를 M&A로 돈을 회수하는데 한국은 0에 가깝다. 그나마 최근 사례가 카카오가 2년여전 '김기사'를 인수한 것인데 카카오는 대기업도 아닐 뿐더라 생계형 M&A였다. 선순환 M&A 생태계를 만들려면 정부가 비과세혜택 등 대기업에 다양한 유인책을 주는 동시에 기술탈취 등을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

-이외 정책 제안이 있다면.
▶정부는 지금 창업 숫자에 목말라 있다. 그런데 창업한다고 저절로 일자리가 생기는 게 아니다. 실제 좋은 일자리, 많은 일자리는 회사가 성장하는 소위 '스케일업' 단계에서 나온다. 근데 정부는 창업 초기에만 돈을 쏟아붓는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이 없어서 창업하기 부담스러운 스타트업 지원도 중요하지만, 저희같은 중견 벤처는 기울어진 운동장만 바로잡아줘도 된다. 정부는 공정한 심판이 되고, 대신 잘못하면 회초리를 들면 된다. 창업도 중요하지만 중견, 유니콘 벤처로 클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중소벤처부가 출범하면서 부처가 중소기업계 위주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제 내수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사실 성장하려면 수출 밖에 답이 없다. 그것을 이끄는 게 혁신벤처다. 중소기업은 내수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달러를 벌어온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우리는 중소기업계와 입장이 다르다.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로 혁신기업을 만들었는데 누가 일용직, 비정규직을 쓰겠나. 최저임금 인상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입장에선) 속도조절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다 넘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근로시간 단축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당당히 정책을 집행했으면 좋겠다.

-새로 부임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건의하고 싶은 '1호 정책'은.
▶모태펀드 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벤처부가 관리하는 모태펀드 수익률이 (청산 기준) 8~9% 된다. 정책 자금 수익률이 8%가 넘는 게 말이 되나. 이건 정부가 부끄러워 해야 하는 문제다. 1% 정도로 낮추는 게 정상이다. 또 문제가 창업한 시절엔 투자 조건이 대개 보통주였는데 지금은 상환우선주(RCPS)다. 이것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발이 묶여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이것을 없애달라고 긴급 건의하고 싶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어떤 사람이 적합할까.
▶당연히 기업인이다. 기업, 창업 생태계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있어야 한다. 새정부 초기 부처간 정책조율이 중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힘이 세기 보다 조율능력이 뛰어나고 논리적으로 사람들을 끌어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진정성과 논리성을 갖추고 벤처업계를 대변해줄 장관을 기대한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가 안됐다는 우려가 많다.
▶한국은 정말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다.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서울 창업생태계'가 존재한다. 국토균형발전 관점에선 최악이지만 창업자에겐 축복이다. 서울 안에 모든게 있다. 전세계에서 대학, 종합병원,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가 가장 많은 도시가 서울이다. 즉 세계에서 가장 창업하기 좋은 도시가 서울이다. 벤처 생태계를 고민하는 입장에선 최고다. 이런 것을 활용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 필요하다.

-크루셜텍도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야 할 벤처로 꼽힌다.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우리 회사는 규모에 비해 연구개발(R&D) 비용을 많이 쓰고, 인력도 많다. IoT(사물인터넷)·반도체 센서부터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 다 한다. 이걸 모으면 별 걸 다 할 수 있다. '초미세 체온센서'를 개발한지 5년 됐는데 성능이 아주 좋다. 이걸 어디 쓸까 고민하다 가축에 활용해 구제역 청정국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아리 상자에 아픈 병아리 한마리가 있으면 다 병이 난다. 사과도 하나가 썩으면 다 썩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문제 있는 것들만 골라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소돼지 1400만 마리가 있는데 구제역이 발생하면 살처분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수조원이다. 그전에 미리 썩은 사과를 골라내듯 하면 된다. 브로드밴드, 크라우드 컴퓨팅, 각종 센서, SW 기술을 결합해 구제역이 확산되기 전에 통제가 가능해진다. 지금 빅데이터를 모으면서 막바지 개발 중인데 연말쯤이면 완성된 기술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크루셜텍이 바이오 산업에 진출할 것이란 생각은 나도 못했다. 그런데 가진 기술을 다 묶으니 이게 나온 것이다. '융합'이 중요한 4차산업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대통령이 공언한 혁신 창업국가, 중소·벤처기업 위주의 경제구조가 가능하다고 보나.
▶한국에는 전세계 없는 독특한 '재벌대기업 생태계'가 있다. 한국 대기업들은 안 하는 게 없다.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나쁜 짓도 하지만 좋은 면도 있다. 바로 스타트업, 벤처와 접점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의 독특한 재벌대기업 생태계와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벤처생태계가 조화를 이룬다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혁신벤처 생태계가 생길 것이라 확신한다.
 
△1965년 부산 △부산대 기계공학과 △경북대 대학원 정밀기계학과 △삼성전자 선임연구원 △럭스텍 최고기술경영자 △크루셜텍 대표이사 △삼우엠스 대표이사 △벤처기업협회 회장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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