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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거품붕괴 또 하나의 징후(?)…"가치주 사망선고"

성장주 대비 가치주 언더퍼폼, 1940년대 후 최장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17-08-08 07:02 송고 | 2017-08-08 09:17 최종수정
뉴욕증권거래소. © AFP=뉴스1
뉴욕증권거래소. © AFP=뉴스1

오랜 세월 동안 펀드매니저들의 사랑을 받아온 투자 기법인 가치투자가 그 인기를 잃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가치투자가 시장을 언더퍼폼한 기간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길어졌다. 가치투자가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떠오르는 상황이다.

가치주는 기업의 실적이나 자산의 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주식을 뜻한다. 펀드 매니저들은 장기적으로 이들 주식이 상승할 것을 예상하고 매수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가치주는 성장주에 비해 상당히 뒤처졌다고 WSJ은 전했다. 금융 위기 이후로 가치주와 성장주 간의 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러셀1000성장지수는 러셀1000가치지수에 비해 10%포인트 정도 아웃퍼폼했다. 2009년 이후 스프레드가 가장 넓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성장주의 오름폭은 가치주를 세 배 정도 웃돌았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는 "가치주의 언더퍼폼 기간이 지난 1940년대 이후 가장 길다"고 말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 대형주 가치주 펀드에서 총 1160억달러가 빠져나갔으며, 이 중 4분의 1 이상은 최근 1년 동안에 유출됐다.

투자자들은 이제 가치주 대신 아마존, 넷플릭스, 테슬라 등 실적이나 주가가 빠르게 뛰는 기업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골드먼삭스는 시장이 가치주의 죽음을 목격하고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투자자들 역시 가치주 투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성장주 펀드 대비 가치주 펀드의 오름세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세계에 만연한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에서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파생됐다고 설명한다. 중앙은행들이 오랜 기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함으로써 전통적인 투자자들의 지혜가 왜곡되고, 성장주가 수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가치투자는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의 투자방식이 인기를 끌면서 대중화됐다. 대공황,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치투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언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한편 이런 예측은 거의 항상 어설프게 끝났다. 가치주 투자자들은 성장주가 영원히 상승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치투자는 주로 증시 침체기에 빛을 발한다. 성장주는 1990년 말 닷컴버블 당시에도 지금처럼 고공행진하며 가치주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성장주와 가치주 사이의 격차는 닷컴버블이 붕괴하기 직전인 2000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최대로 벌어졌다. 이후 가치주와 성장주의 관계는 뒤바뀌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성장주가 '거의 무적'처럼 여겨지는 기간이 길수록, 언젠가는 도래할 하락세가 더욱 매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닷컴버블 붕괴를 정확히 예측했던 오크트리 자산관리의 하워드 마크스 공동 설립자는 "강세장을 이끄는 슈퍼 주식들은 '완벽한 것'처럼 가격이 형성된다"고 설명하면서 "많은 경우에, 기업이 완벽할 것이라는 믿음은 결국에는 환상에 불과하거나 덧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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