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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총선 '재앙' 현실화…국제 금융시장 전염은 '글쎄'

집권 보수당 과반 확보 실패…헝의회 탄생 가능성
파운드 1%대 급락 vs 美 국채·日 엔화는 무덤덤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017-06-09 07:52 송고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 AFP=뉴스1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 AFP=뉴스1

8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이 뜻밖의 결과를 낳음에 따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출구조사 결과 이번 총선에서 지배적 정당이 없는 '헝의회' 탄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집권 보수당은 과반의석을 상실한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다.

파운드가 급락하며 영국 시장이 출렁였으나 당장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전염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시간으로 9일 오전 7시 46분 현재 파운드는 1.2% 밀린 1.2800달러를 기록 중이다. 2% 가까이 떨어졌다가 낙폭을 다소 만회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일본 엔화 가치도 안정적이다. 달러/엔 환율은 출구조사 이전과 비슷한 수준인 110.03엔에 거래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 가격도 잠시 상승했다가 뉴욕 거래 마감 수준으로 되돌아 왔다. S&P500 선물은 0.1%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출구 조사 결과는 영국 보수당과 테레사 메이 총리에게 심각한 타격이었다. 출구조사 결과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의회 650석의 과반에서 10석 모자란 314석을 얻었다. 기존의 330석보다 16석 줄었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은 266석,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34석, 자유민주당은 14석을 확보했다. 나머지 18석은 군소 정당과 무소속에 돌아갈 것으로 추정됐다.

이로써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헝의회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지 오스본 전 영국 재무장관은 ITV와의 인터뷰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메이 총리와 보수당에 완전히 재앙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헝의회는 금융시장이 가장 부정적이라고 본 시나리오로, 가능성이 높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출구 조사가 개표 결과와 동일하다면 노동당이 소수 정당들과 연립 정부를 구성할 수도 있어 메이 총리가 추진하던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 협상이 아예 폐기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정당도 과반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연정 구성까지 상당한 불확실성이 예상된다.
단기적 관점에서 헝의회는 불확실성이 짙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고 이는 금융시장이 가장 혐오하는 상황이다. 키트 융크스 소시에테제네랄(SG) 수석 FX전략가는 "영국 경제는 모멘텀을 잃고 있다"며 브렉시트 협상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데 누구도 정부를 주도할 수 없다는 것은 부정적 상황으로 읽혀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애버딘 자산관리의 패트릭 오도넬 수석 투자매니저는 헝의회 탄생시 파운드가 1.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새로운 정부가 소프트 브렉시트를 천명한다면 파운드가 다소 오를 수 있겠지만 2년 동안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소수 정부 혹은 연정이 장기적 관점에서 파운드를 끌어 올릴 것으로 낙관한다. EU라는 단일 시장을 완전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 대신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영국 시장에 좋다는 것이다.

브렉시트를 반대했던 노동당 주도의 연정이 탄생할 경우 소프트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재정 지출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운드가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조던 로체스터 노무라증권 외환전략가는 "먼지가 가라 앉으면 시장이 노동당 승리를 그렇게 나쁜 결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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