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2017.3.7/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
"본부장부터 실장, 실무진까지 본업(기금운용)보다 부업(감사준비)에 시달립니다. 열두 달 중 서너 달만 운용에 집중할 정도입니다."
6월 초 감사원 감사를 앞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한 관계자의 푸념이다. 2년 만의 감사원 감사지만 올해는 조금 특별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슈에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까지 굵직한 이슈가 많다. 감사원이라는 큰 산을 넘고 나면, 9월엔 국회 국정감사가 이어진다. 지난해부터 기금운용본부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 △박영수 특별검사 조사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등을 치르며 감사업무 준비에 녹초가 된 상태다.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와 공단 내부 감사까지 포함하면 기금운용본부가 모셔야 할 시어머니는 보통 정부 부처 산하기관보다 2~3개가 많은 편이다. 다른 관계자도 "숨돌리려 하면 다시 감사준비를 해야 한다. 기금 운용이 감독과 감시가 필요한 업무지만, 본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스템인 건 맞다"고 했다. 그러나 또다른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 업무에 대한 감사는 당연한 기능이며,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잦은 감사도 문제지만 감사 과정이나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이나 자산 운용에 대해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감사 주체인 경우가 많다"며 "단순한 사안을 일일이 설명하는 등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가 심하다"고 말했다. 주요 조사대상이 책임자급 운용역인 점도 문제다.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에 이리저리 불려 다니다 보니 중요한 투자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퇴사자가 늘면서 생긴 인력 부족도 업무 가중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기금운용본부를 떠난 운용역만 30명에 달하고 본사의 전주 이전 후 추가 퇴사자도 십수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30명 채용을 목표로 진행한 신규 채용에선 절반인 15명 정도만 채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기금운용 본부를 독립된 투자 전문조직으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선진국은 금융전문가들이 연기금을 감사하고, 중복 감사도 적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인상 한국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은 "정치권이나 재계 등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할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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