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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만 들이면 경찰로 완벽 변신…범죄 악용 '사각지대'

인터넷서 수갑 4만8천원, 계급장·경찰패치 1만원 미만
실제 범죄활용 사례도 발생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5-22 06: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경찰을 사칭할 수 있는 '유사 경찰용품' 등이 인터넷상에서 손쉽게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권력의 신뢰하락과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15년 경찰제복 및 경찰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이러한 불법적인 거래 등을 철저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사각지대'는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인터넷서 수갑 4만8000원…유사 경찰용품 가득

"수갑 팔아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수갑 판매', 수갑 구매' 등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글이다. 이중에는 "경찰 수갑과 똑같다", "강력한 재질로 되어 있다" 등의 소개글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현행 경찰제복 및 경찰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유사 경찰제복·장비의 제조·판매, 사용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구매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판매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는 암암리에 유사 경찰용품이 버젓이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입을 할 때 별다른 신원확인 절차도 필요없다. 

뉴스1은 직접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수갑 구매를 시도해봤다. 판매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한 후 수갑을 검색하자 '진짜수갑', 경찰수갑' 등의 제목으로 소개 글과 수갑 실물 사진, 장착 사진 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넷 주문은 누구나 가능했다. 4만8000원의 가격으로 수갑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셈이다. 판매자는 "이중 잠금기능과 2중날 기어가 있다"고 제품을 광고하면서 "사용자의 불법사용에 대해 판매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갑은 그동안 꾸준히 판매돼온 것으로 파악된다. 구매자들의 사용후기글에는 '완벽한 경찰수갑입니다. 감사합니다', '호신용으로 갖고 다니기 편하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유사 경찰용품은 수갑뿐 아니라 경찰 권총 허리띠, 경찰 계급장, 경찰마크 등도 1만원미만의 가격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모두 법적으로 판매가 금지된 물품들이다.

문제는 이렇게 구매한 유사 경찰용품 등이 범죄에 활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여성과 교제하다가 이별을 통보받자 납치, 성폭행한 강모씨(44)가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중국여성은 강씨가 인터넷에서 구입한 유사 수갑, 무전기 등을 보여 주며 경찰관이라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 

지난 4월에는 새벽시간에 편의점에 경찰관 비옷을 입고 들어가 금품을 훔친 최모씨(24)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최씨는 편의점 종업원에게 "주변에 강도사건이 발생했으니 화장실에 숨어라"라고 한 뒤 범죄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유사 수갑 사진 © News1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유사 수갑 사진 © News1

◇경찰용품 거래 '사각지대'…범죄활용 가능성도

'경찰제복 및 경찰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는 이러한 경찰용품 등을 통한 경찰 사칭 범죄를 막기 위해 2015년 12월부터 시행됐다. 법에 따르면 유사 경찰제복·장비는 누구나 제조·판매·대여, 착용·사용 ·휴대 등이 금지된다.

유사가 아닌 실제 경찰제복·장비 등은 업체가 경찰청 등 관할 기관에 사전 등록을 할 경우 제조·판매·대여가 가능하다. 경찰 공무원은 업체에서 장비 등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처벌을 받는다.

단 예외적으로 영화 촬영, 연극 등의 용도나 교육활동, 광고 등 홍보활동의 용도로는 경찰제복을 착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등록 업체에서는 판매 과정에 신분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치고 있다.

한 경찰용품 판매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품을 고르면 직접 가게를 방문하게 한 뒤 신분증 등을 보고 신분확인을 하고 있다"며 "영화촬영의 경우 사업자 등록증 등 증빙서류를 확인한 후 대여를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신분 확인 절차에서도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영화 촬영 등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를 완벽하게 확인할 순 없다는 것도 맹점으로 꼽힌다.

또다른 경찰용품 판매업체 관계자는 "마음 먹고 서류를 조작해서 오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며 "법 시행 이후 최대한 주의를 하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의경 출신 등이 제복을 직접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의경의 경우 전역시 제복을 반납하거나 폐기하는게 원칙이지만 외부로 갖고 나가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의경 출신 관계자는 "제복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갖고 나올 수 있다"며 "경찰 직원과 제복이 계급장 등만 다르고 거의 유사해 일반인들은 구별을 못한다. 판매될 경우 범죄에 활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등록업체에 대한 정기점검과 경찰 제복, 용품 등이 외부로 반출되는 일이 없게끔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경찰 용품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혹시 불법판매를 하고 있는지 제보를 받거나 점검 등을 하고 있다"며 "경찰로 보일 수 있는 유사용품을 팔거나 사고, 사용하는 것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k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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