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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나 못하나...셀프주유소 20% 시대 모바일 포인트 적립 뒷전

셀프주유소 2003년 첫 도입, 올 전국에 2500개 넘어서
모바일 바코드 통한 적립 요구 늘지만 정유업계 도입 망설여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2017-05-03 08:40 송고
뉴스1 © News1 하중천 기자
뉴스1 © News1 하중천 기자

직장인 김모씨(34)는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셀프주유소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그러나 늘 포인트 적립에 애를 먹는다. 지갑에 너무 카드가 많아서 실물카드는 줄이고 모바일카드로 대부분을 정리했지만 셀프주유소에는 모바일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바코드 기계가 없기 때문이다. 상주하는 직원을 통해 적립이 가능하지만 절차가 귀찮아 시간이 없을 때는 생략하고 갈 때도 부지기수다.

전국의 전체 주유소 중 셀프주유소의 비중이 20% 이상을 넘어섰지만 고객들의 편의사항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도입 14년 만에 전성기 맞은 셀프주유소…모바일 포인트 적립 어려워 고객 '불만'

3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1897곳이고 이중 셀프주유소는 2584곳으로 21.7%의 비중을 차지했다.

셀프주유소는 2003년 도입됐지만 2007년까지 새로 생긴 곳은 59개에 불과했다.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은 2009년부터였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값이 급등하면서 2009년 299개였던 셀프주유소는 2011년 637개로 늘어나더니 2012년에는 1000개를 돌파했다.

저렴한 가격과 간편함을 선호하는 알뜰족의 증가로 도입 15년만에 셀프주유소가 전성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 특히 일반 주유소에 비해 모바일을 통한 적립과 결제 서비스가 어렵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다. 셀프주유소를 이용하는 고객들 대부분이 가격에 민감한 알뜰족인 만큼 리터당 1~5원에 달하는 포인트 적립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12.1%는 모바일카드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6.4%)과 비교해 보유비율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다양한 적립카드를 한번에 보유하는 '모바일 지갑'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실물 적립카드 대신 모바일 적립카드를 이용하는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GS칼텍스를 제외하고 SK에너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는 현재 모바일 바코드 리더기가 장착된 주유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GS칼텍스만 전국 40여곳의 직영주유소에서 바코드 리더기를 설치해 운영 중에 있다. 이마저도 보너스 포인트만 인식가능 할 뿐 모바일 결제까지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다수 셀프주유소 고객들은 모바일 바코드를 이용한 포인트 적립, 할인쿠폰, 정액권 사용이 불가능하며 바코드를 활용한 간편결제도 할 수 없다.

고객들은 사무실에 상주하는 직원을 찾아가서 적립을 요구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전화나 홈페이지를 통한 사후 적립제도도 있지만 이는 더 번거롭다.

셀프주유소를 자주 이용하는 임모씨(28·여)는 "셀프주유소에 간혹 상주하는 직원이 없어서 적립을 아예 할 수도 없고, 시간이 없을 때는 적립을 못 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특히 셀프주유소를 이용하는 주고객층인 20~30대가 모바일 적립을 선호하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는 더 크다.

◇정유사 의지 없이는 바코드 리더기 장착 어려워…"일부러 도입 안하나" 비판도

모바일 리더기 도입에 대한 업계의 의견은 갈린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직영주유소 비율이 10%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업주들과 주유기를 판매하는 주유기업체들의 수급에 달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유기를 제조하는 업체 관계자의 생각은 다르다. 한 주유기업체 관계자는 "이미 셀프주유기에 모바일 리더기를 장착하는 관련 기술은 확보돼 있다"면서도 "이를 실제로 보급하는 것은 정유사들의 몫인데 정유사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관련 제품을 내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이 직영주유소를 통해 제품의 성능이나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이후에 이를 자영주유소들이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보급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주유기 제조업체 4곳(동화프라임, 한국ENE, 다쓰노, 소모에너지) 중 바코드 리더기가 장착된 셀프주유기를 내놓은 곳은 GS칼텍스 직영주유소의 주문을 받은 한국ENE가 유일했다.

이 때문에 적립에 따른 할인을 회피하기 위해 정유사들이 일부러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유사로서는 단순 이윤만을 생각한다면 추가 설치비용도 들고, 포인트 적립에 따른 마진율도 줄어드는 모바일 리더기 도입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모바일을 통한 적립, 결제 시스템이 최근에 급격하게 도입되기 시작해 아직 주유소에 관련 시스템 구축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도입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고 말했다.


song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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