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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련번호 중복' 이우환 작품, 경매 출품됐다 전격 취소

12일 케이옥션 경매 예정 '선으로부터 No. 780145'
2013년 한 컬렉터가 같은 일련번호로 다른 작품 확인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7-04-10 10:16 송고 | 2017-05-19 17:19 최종수정
사진 왼쪽은 2013년 2월 컬렉터 A씨가 서울 인사동 K화랑 대표 김 모씨(불구속 기소)로부터 받은 이우환의 작품 '점으로부터', 오른쪽은 케이옥션 경매에 나온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두 작품 모두 일련번호가 'No. 780145'로 같다. © News1
사진 왼쪽은 2013년 2월 컬렉터 A씨가 서울 인사동 K화랑 대표 김 모씨(불구속 기소)로부터 받은 이우환의 작품 '점으로부터', 오른쪽은 케이옥션 경매에 나온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두 작품 모두 일련번호가 'No. 780145'로 같다. © News1


오는 12일 열리는 케이옥션(대표 이상규)의 미술품 경매에 '일련번호가 중복'된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 출품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작품은 추정가 6억~8억원선에 출품된 이우환의 1978년 작 '선으로부터 No. 781045'인데, 같은 일련번호가 붙은 다른 작품인 '점으로부터'를 2013년 한 미술품 컬렉터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화랑에서 구매 여부를 타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현대회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이 화백 작품 중 가장 위작 의혹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1970년대 말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는 위작 수사와 재판이 본격화한 2015년 말 이후 시장에서 거래가 끊기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경매에 나온 이 화백의 작품이 또다시 일련번호 중복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일련번호 중복 논란이 일자 케이옥션 측은 10일 해당 작품의 출품을 전격 취소한다고 밝혔다.

미술계에 따르면 개인 컬렉터인 A씨는 이번 케이옥션 경매에 나온 작품과 일련번호가 같은 이 화백의 또 다른 작품을 2013년 2월 서울 인사동 K화랑에서 구매하려고 했다. K화랑 대표 김 모씨(59)는 이우환 위작 유통 혐의로 현재 불구속기소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A씨가 당시 확인한 이 화백 작품의 제목과 일련번호는 '점으로부터 No. 780145'였다. 이번 케이옥션 경매에 나온 이 화백 작품과 일련번호가 같지만 제목은 '선'이 아닌 '점'이었다. 이 작품에는 2013년 9월 이우환 화백과 당시 이 화백 작품 감정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 서울 사간동 H화랑이 발행한 '작가확인서'도 첨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작가확인서에는 일련번호는 기재돼 있지 않고 '이우환, 선으로부터(From Line), 1978년 60호'라고만 기재돼 있다. '점으로부터' 작품에 '선으로부터'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것이다. A씨는 "위작이 의심된다"는 미술품 감정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결국 이 작품을 구매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왼쪽은 2013년 컬렉터 A씨가 인사동 K화랑 대표로부터 받았던 이우환 화백의 작품 '점으로부터'의 일련번호. 오른쪽은 케이옥션이 경매 도록에 표기한 이우환 화백 작품의 일련번호다. 두개 모두 동일하다. © News1
사진 왼쪽은 2013년 컬렉터 A씨가 인사동 K화랑 대표로부터 받았던 이우환 화백의 작품 '점으로부터'의 일련번호. 오른쪽은 케이옥션이 경매 도록에 표기한 이우환 화백 작품의 일련번호다. 두개 모두 동일하다. © News1


미술 전문가들은 "일련번호는 개별 작품을 식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품들이 서로 비슷한 추상미술을 하는 화가들이 제목 대신 붙이는 숫자"라며 "이 때문에 같은 일련번호를 다른 작품에도 중복해서 붙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 화백 작품에서 일련번호가 중복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에도 한 외국 갤러리가 '아트바젤 홍콩'에 출품한 이 화백의 1979년 작품 '선으로부터'가 2015년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 출품된 '선으로부터', 2014년 5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출품된 '점으로부터'의 일련번호와 모두 같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련번호 중복으로 위작 의혹이 제기되자 이 화백과 법률대리인 측은 지난해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와 기자회견에서 "오랫동안 일본, 한국 및 프랑스에 있는 작업실들을 오가며 작업을 했기 때문에 가끔은 작품의 뒷면에 일련번호나 작가 사인이 없는 것도 있고, 일련번호 부여 방식이 바뀐 예도 있으며, 같은 일련번호가 두 번 이상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몇 점 안 되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을 한 바 있다.

케이옥션 측은 이번 경매에 내놓은 이 화백 작품에 대해 일본 도쿄의 후투바(Futuba)갤러리가 갖고 있던 작품이라고 출처(Provenance)를 밝혔다. 케이옥션의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경매에 출품된 '선으로부터 No. 781045'는 국내 한 소장자가 2007년 9월 일본 후투바갤러리에서 구입한 것"이라며 "일련번호가 중복된 이유는 더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우선 해당 작품의 경매를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경매 출품작에는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감평원) 감정서는 첨부돼 있지 않다. 감평원 측은 2013년 초 위작이 의심되는 이 화백 작품이 갑자기 감정 의뢰가 많이 들어오면서부터 이 화백 작품 감정을 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2013년 컬렉터 A씨가 서울 사간동 H화랑과 이우환 화백으로 받은 작가확인서. 작품 일련번호는 기재돼 있지 않지만 A씨가 구매하려고 했던 '점으로부터'에 대한 진품 확인을 해 줬다. © News1
2013년 컬렉터 A씨가 서울 사간동 H화랑과 이우환 화백으로 받은 작가확인서. 작품 일련번호는 기재돼 있지 않지만 A씨가 구매하려고 했던 '점으로부터'에 대한 진품 확인을 해 줬다. © News1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나상용)에서는 이 화백의 작품을 위조·유통한 혐의를 받는 일당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 화백 그림 7점을 위조한 혐의(사서명위조)로 화가 박 모씨(56)를 비롯해, 박 씨에게 위작을 그려 달라고 제안한 뒤 이를 판매(사서명위조 등)한 유통책 김 모씨(58)와 위작 판매에 가담(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한 김 씨의 부인 구 모씨(45) 등 3명이 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김 씨와 구 씨는 인사동 K화랑 대표를 통해 위작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박 씨가 그린 위작 중 4점을 피해자들에게 판매해 33억원 상당의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씨, 김씨, 구씨 등 3명 외에 위작 판매를 전담했던 K화랑 대표 김 모씨에 대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앞서 '이우환 위작'에 가담한 또 다른 위조 일당은 1심 재판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지난 1월18일 이 화백의 그림을 위조한 뒤 거액을 받고 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골동품 판매상 이 모씨(68)에게 징역 7년을, 사기 및 사서명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현 모씨(67)에세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범행에 가담에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위조화가 이 모씨(40)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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