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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현장 표심-대구·경북]"그래도 여당" "관심 없어"

朴 정치적 고향 대구 달성군, 달라진 분위기 확연
보수 텃밭 안동·포항 주민들 "찍을 사람 없어요"

(대구ㆍ경북=뉴스1) 최창호 기자, 피재윤 기자, 정지훈 기자 | 2017-03-24 07:30 송고
20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대구 달성군 현풍면 주민들이 후보의 선거유세를 유심히 듣고 있다.2016.4.5/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20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대구 달성군 현풍면 주민들이 후보의 선거유세를 유심히 듣고 있다.2016.4.5/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의 바닥 민심이 많이 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민심 동요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일(5월9일)이 가까워오지만 유권자들은 "표를 줄만한 후보가 없다"고 말한다.

대선을 50여일 앞둔 지난 22일 대구 달성군 현풍5일장에서 만난 허모씨(67·여)는 박 전 대통령 얘기를 꺼내자 손사래를 쳤다.

허씨는 "이곳 사람들이 박근혜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느냐"며 운을 뗀 뒤 "이제는 아니다. 사람들이 욕을 많이 한다. 정말 이 정도로 못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작년까지는 '박근혜가 참 안됐다'고 여겼는데 이제와서 보니까 완전히 틀렸다. 나는 야당 후보를 찍으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달성군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내무부장관 등을 역임했던 고 구자춘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98년 4월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정치적 기반을 다진 곳이다.

한나라당에 이어 새누리당 시절 박 전 대통령이 자기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도 이곳 주민들은 '알아서' 박근혜를 찍어줬다.

18대 대선 때도 달성군 주민들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공무원 박모씨(40)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도 다들 '최순실이 나쁘다'고 욕했지 대통령을 욕한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가 않다. '여당에는 대통령감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가 불쌍하다', '안타깝다'는 동정론도 여전히 남아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후원회 참석 등으로 적극 지지활동을 펼쳤던 달성군 논공읍의 아파트 주민 이모씨(70)는 "대통령이 사심이 있어서 그랬겠나. 최순실 한테 이용당했지. 박 전 대통령이 잘 되려면 여당 후보를 찍어야하지 않겠나"고 했다.

주민인 60대 여성은 "대통령을 구속시키면 노인들이 더 크게 반발할 것"이라며 "탄핵시켰으면 됐지 구속시키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느냐.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고, 여기는 보수지역"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바른정당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모씨(68·여)는 "여당에 찍어줄 후보가 없어도 박 전 대통령을 배신한 정당은 절대 안 찍는다"는 말도 했다.
추석을 앞둔 지난해 9월8일 경북 최대 전통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에 제수용품 사러 나온 시민들이 북적이고 있다.2016.9.8/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추석을 앞둔 지난해 9월8일 경북 최대 전통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에 제수용품 사러 나온 시민들이 북적이고 있다.2016.9.8/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보수 성향이 강한 경북 안동에서는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정치적 무관심이 더 심해진 듯 보였다.

도청 소재지인 이곳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대선주자로 나섰지만 주민들은 정치나 선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2일 5일장이 선 안동 중앙시장에서 만난 정육점 주인 권모씨(53)에게 대선 얘기를 꺼내자 "관심도 없고 표를 주고 싶은 사람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좀 잘 했으면 하고 기대했는데, 나라가 이게 뭐냐"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장을 보러나온 김모씨(42·여)는 "(대통령이) 누가 되든 상관없다. 이 지역에서는 요즘 'TK왕따'니 'TK고립'이니 하는 말이 나돈다"고 했다.

김씨는 "박 대통령 파면 이후 안동을 찾은 대선후보가 1명도 없다. 출마한 후보들이 모두 대구 서문시장으로 달려가 이곳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무거워진 분위기를 전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고향인 경북 포항지역의 반응도 대구, 안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포항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죽도시장에서 야채 행상을 하는 조모씨(64)는 "역대 어느 대통령 보다 믿었고, 기대를 많이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실망감이 너무 크다. 이제 누구를 믿고 찍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생선가게를 하는 최모씨(68)는 "선거 때는 국민을 위한다고 해놓고 막상 대통령이 되면 자기 배불리기만 할 것 아니냐. 선거날 투표 대신 차라리 생선 1마리를 더 파는 게 낫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공무원 강모씨(47)는 "후보들이 표만 생각하는 공약을 자제하고 주민들이 진심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lea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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