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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탄핵됐지만…진도 팽목항 "왜 세월호에만" 격앙

"국민의 생명 안지킨 대통령에 면죄부 줬다"

(진도=뉴스1) 박준배 기자 | 2017-03-10 13:39 송고
10일 헌법재판소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고하자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TV를 통해 지켜보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7.3.10/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10일 헌법재판소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고하자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TV를 통해 지켜보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7.3.10/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맹골수도 차가운 바닷속에 아이를 두고 기다리는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은 다행이면서도 깊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10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 미수습자 가족 휴게실. 단원고 실종 학생 조은화양 엄마 이금희씨(49)와 허다윤양 엄마 박은미(48)씨 등은 초조하게 TV모니터를 지켜봤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 선고에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고 탄핵 절차 판단 여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히자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며 "그런데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같은 추상적 의무 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 소추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은화 엄마는 헌재의 판결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 웃음이 나온다"며 "헌법에서 제일 중요한 국민의 생명을 안지키는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그럴 것 같으면 세월호 7시간을 탄핵안에 넣으면 안됐다"며 "왜 이렇게 세월호에만 냉혹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탄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면서도 성실 의무가 상대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탄핵 소추 대상이 안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모두들 아프다, 슬프다고 말은 하지만 헌재가 인정하지 않은 꼴"이라고 말했다.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선고하면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히자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TV를 통해 지켜보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다윤 엄마 박은미(48)씨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7.3.10/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선고하면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히자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TV를 통해 지켜보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다윤 엄마 박은미(48)씨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7.3.10/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선고하면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히자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TV를 통해 지켜보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은화 엄마 이금희(48)씨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7.3.10/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선고하면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히자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TV를 통해 지켜보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은화 엄마 이금희(48)씨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7.3.10/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다윤 엄마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세월호 속에 아직 사람이 있는데도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며 "탄핵은 됐지만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아무 책임이 없다는 데 대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 나라의 국민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무엇보다 세월호 속에 있는 우리 딸이 너무 불쌍하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미수습자인 권재근씨의 형이자 혁규군의 큰아버지 권오복씨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파면당하면서 조기 대선이 확실해졌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대선 때문에 세월호가 또다히 잊혀지는 걸 우려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9명의 '사람'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은화 엄마는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이라며 "세월호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9명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다윤 엄마는 "조기 대선이 실시되겠지만, 우리에겐 대선보다 세월호를 인양해 9명을 찾는 게 급하다"며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될지 모르겠지만,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법이라는 게 사람이 있고 법이 있는 것 아니냐"며 "사람부터 찾아야 하는 데 많은 국민들이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난 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 가라앉은 세월호에는 단원고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 학생, 단원고 양승진·고창석 교사, 일반인 승객 권재근·권혁규·이영숙 씨 등 9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nofate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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