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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 인허가 비리 수사 ‘용두사미’…유착구조는 베일 속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2017-03-08 18:43 송고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 엘시티 로비의혹 비리 수사를 지시했다. 이 사진은 엘시티 건설현장. 2016.11.17/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 엘시티 로비의혹 비리 수사를 지시했다. 이 사진은 엘시티 건설현장. 2016.11.17/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해운대 엘시티(LCT) 사업 비리와 관련해 이영복 회장의 정관계 금품로비 의혹을 파헤쳐온 검찰이 주요 정관계·금융계 인사 등 24명을 기소하며 지난 8개월 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이영복 회장을 횡령과 뇌물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58)과 배덕광 현직 국회의원(69·해운대을), 정기룡 전 부산시 경제특보(60) 등 12명의 유력 인사를 함께 구속기소하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특혜성 사업 인허가가 이뤄진 경위는 물론 수첩 메모 같은 직접적인 단서에도 불구하고 주요 정치계 인사가 연루된 로비의혹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엘시티 사업 비리는 전방위에 걸친 정관계 금품로비 의혹으로 시작돼 이영복과 최순실간에 엮인 계모임 관계까지 확인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유착구조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지 못한 채 몸통을 비껴간 수사 마무리로 이영복이 그동안 쌓아놓은 거대한 권력형 비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예견된 수사결과'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혹시나 했는데 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수사

검찰은 지난 2016년 7월 21일 이영복 회장의 주거지와 ㈜엘시티 PFV 등을 압수수색했다.

동부지청에서 시작된 수사는 같은 해 10월 부산지검 본청으로 사건이 옮겨졌고 검찰은 특수부에 엘시티 수사팀을 확대 편성했다.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였던 이 회장은 도피행각을 벌이다 불과 4개월 만에 검찰에 붙잡혔다.

지난 1999년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특혜의혹 사건의 장본인이었던 이영복 회장이 그때처럼 입을 꾹 다물 것인지 아니면 심경의 변화가 있을지를 두고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이 회장은 검찰이 들이대는 혐의마다 완강하게 부인했고 확실한 물증이 나올 경우에만 일부시인하는 방식을 반복했다. '혹시나'하는 기대감은 '역시나'라는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검찰은 이영복을 상대로한 이같은 대면조사에 대해 '험난한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수사를 벌인지 6개월째 접어들면서 검찰은 전현직 시장의 측근을 잇따라 구속하고 정기룡 전 부산시 경제특보까지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또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 지역 유력 일간지 사장까지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검찰은 엘시티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부산에서 3선을 지낸 허남식 전 시장과 관련해 엘시티 사업 편의 제공을 명목으로 3000만원 뇌물을 수수한 혐의만을 적용했고 법원은 '증거자료 만으로 볼 때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선거 때마다 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수차례 불거졌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거나 혐의를 입증할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소장에 적시하지 못했다.

엘시티 사업 비리 수사는 허 전 시장의 사전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급격하게 힘을 빼는듯 하더니 결국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을 기점으로 큰 틀에서 봉합됐다. 

◇특혜성 인허가 비리 못 밝혀내…입김 불어댄 빅맨은 어디에?

이번 엘시티 수사와 관련해 이영복 회장이 결국 자물통 입을 열지 않고 버티면서 향후 재기를 노린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이 배경에는 모든 사업을 좌지우지 할만한 '빅맨', 즉 이영복의 든든한 '빽'이 누구였는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사의 실체가 가려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 회장은 1999년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특혜의혹 시건에서도 2년간의 도피생활을 끝내고 법의 심판대에 올랐으나 결국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최순실과 함께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의 수첩에서 '해운대 LCT fund posco' '중국 x -> 하나은행' 이라고 적힌 내용이 발견됐으나 검찰은 결국 대가성이나 금품수수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엘시티 사업 PF에 참여해달라고 청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나은행 실무진들이 직접적인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보고서를 올리자 참여를 결국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안 전 수석을 상대로 직접 조사했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묵비권 행사에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는데 실패했다.

또 최순실과의 계모임에 대해서도 지난 1년간 이 회장이 사용했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뒤졌지만 최순실과의 직접적인 단서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계주아래 각기 다른 인원으로 가입했고 별도의 구체적인 단서는 수사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엘시티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을 '거대한 악'으로 분류하는 지탄도 나온다. 고위급 정관계 인사부터 사업에 연관된 실무자까지 100여명이 넘는 금품로비를 벌이면서 만들어낸 거대한 '권력형 비리'로 공공의 재산을 사익으로 독점해놓았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 인허가 비리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탓에 엘시티 건물은 지금도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꼽히는 해운대 중심지미관지구였던 미포 바닷가 한 가운데서 호화스런 탑을 쌓고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이영복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엘시티 프로젝트가 좌절되지 않고 건설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엘시티 건물이 완공될 경우)수 천억이 생기게 되는데 검찰에서 인허가 문제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막으려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검찰 조직 내부에서 엘시티와 연루되거나 정권 사이에서 벌이는 줄타기로 인해 수사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탄핵정국과 조기대선을 앞둔 검찰조직이 어디까지 연루되어 있는지도 모른 채 엘시티 비리 관련 로비 수사를 확대하는데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부산시민사회단체는 "전 부산시장의 비리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현 시장과의 관련 의혹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다"며 엘시티 수사 전면재검토와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choah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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