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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키워드 '융합'…"한국에서 융합 힘든 이유는"

미래부, 전문가 간담회…산학연 '융합' 시도는 활발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7-03-07 19:51 송고 | 2017-03-08 08:51 최종수정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학부 회의실에서 '융합, 미래를 디자인하다 전문가 간담회'를 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2017.3.7/뉴스1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학부 회의실에서 '융합, 미래를 디자인하다 전문가 간담회'를 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2017.3.7/뉴스1


"폐쇄적인 시장구조, 정부의 기득권 보호, 참여는 하지 않고 지시만 하는 CEO, 신생업체는 하청업체 취급하는 대기업, 융합안된 부처가 우리나라에서 융합을 가로막는 요소들이다."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스마트 미터기(스마트 전기계량기)를 개발한 최종웅 인코어드테크놀로지 대표는 '한국에서 융합이 어려운 이유'를 이렇게 적시했다. 
최 대표는 "창업하고 6개월도 안돼 회사를 알아봐준 것이 미래부였지만 에너지 소관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여서 미래부와 함께한 시범사업이 중단됐다"며 "부처간 융합이 제대로 안된 상황이 초래한 결과"라고 아쉬워했다. 최 대표의 이같은 주장은 부처간 융합이 이뤄져야 산업간 진정한 융합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읽힌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한 인코어드는 결국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를 이끌어냈다.

7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산·학·연 각 분야에서 융합을 주도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모아 간담회를 마련한 것도 4차 산업혁명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려면 '융합'을 하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각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융합에 대한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하고 동시에 어려움도 토로했다. 

학계에서는 이미 융합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연세대 공과대학은 의과대학과 손잡고 영상기반 의료연구, 첨단 심혈관기기 등 통합 클러스터 연구를 하고 있다. 서울대는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카이스트는 K스쿨을 운영중이다. 

이교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부원장은 "융합교육과 연구를 목표로 최초로 만들어진 대학원이다"면서 "대학원생들의 학부 전공은 인문사회, 예술 등 30개가 넘는데 융합 자체가 '아이덴티티'(정체성)가 됐다"고 말했다. 

음악과 공학을 공부한 이 교수 본인도 정체성을 반문하며 '경계인'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 융합 그 자체가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융합대학원 등 융합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시도가 늘면서 소위 '똘끼'있는 학생들도 점점 몰려들고 있다. 

이준상 연세대 공과대학 부학장은 "작년부터 어떻게 하면 융합연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자주 보는 것"이라며 소통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최종웅 인코어드 대표는 "33살 청년과 창업해 나이가 융합됐다"고 말해 주위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2013년 우리 나이로 57세에 창업했다. 에너지 회사지만 정작 에너지 전문가는 둘뿐이다. 수학자가 많고 최근 시나리오 작가도 영입했다. 

최 대표는 "융합은 치열하고 절실한 가운데 이뤄진다"며 "실리콘밸리는 자고 일어나면 경쟁자가 생겨있다"면서 "연구를 빠르게 흡수해서 시장에 내놓는게 중요한데 공공이 민간에 빨리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다 오픈돼있다"면서 "융합은 연구가 목적이 아니라 비즈니스가 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은 커다란 코끼리와 같고 우리는 장님이다"면서 "분명한 것은 융합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고, 융합은 중심 개념이자 동시에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창업 활성화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대표는 "아이디어는 시장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며 "정부가 지원해서 결코 큰 벤처기업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은 초기의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걸 실현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하고, 연구를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기업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주장이다.
대기업 대표로 참석한 이진성 롯데그룹 미래전략연구소장은 "롯데는 자체 R&D 기능이 없어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지난해 스타트업 50군데 이상 투자를 했다"며 "올해도 롯데 엑셀러레이터를 통해 올해도 40개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간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가운데 하나로 지적받아온 '30%룰'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30%룰은 대기업이 지분을 30% 이상 소유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계열사로 편입하도록 한 규정이다. 이 소장은 "30%룰 때문에 굉장히 좋은 회사가 있었지만 투자를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청년창업을 고용창출로 연관짓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취업을 못해 창업을 유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1등 제일주의'가 만연한 경쟁 일변의 사회 문화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혔다. 내성적인 성격이 주를 이루는 기술 전문가들의 소통능력도 문제다. 집단지성을 활용한 민간연구소인 '모두의 연구소' 김승일 대표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교육이 경쟁 체제다. 1등을 해야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1등을 해야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경쟁구도"라며 "상생하는 문화가 있어야 융합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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