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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없이 100% 확실"…'자살세트' 판 자살브로커

질소가스·가스호스 등으로 구성된 상품 판매
지방 펜션 장기 임대해 '동반자살 장소' 마련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2017-03-03 12:00 송고 | 2017-03-03 14:42 최종수정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사이버안전과 소속 경찰관계자가 '질소가스 이용해 자살방법 등을 광고한 자살 브로커'들의 증거품을 공개하고 있다. <br />  © News1 최현규 기자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사이버안전과 소속 경찰관계자가 '질소가스 이용해 자살방법 등을 광고한 자살 브로커'들의 증거품을 공개하고 있다. 
  © News1 최현규 기자

스스로 목숨을 끊길 원하는 절박한 이들에게 질소가스 등으로 구성된 '자살세트'를 판매하고 충남의 한 펜션을 동반자살 장소로 꾸민 이른바 '자살브로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자살방조와 강제추행 등 혐의로 송모씨(55)와 이모씨(38)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자살과 관련한 인터넷사이트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100% 확실. 고통 없는 자살방법"이라는 광고 글을 올리고 이를 보고 연락해 온 A씨(38·여) 등 5명을 상대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자살세트'를 판매, 설치해주고 160만원 상당을 취득한 혐의다. 

송씨가 만든 '자살세트'는 질소가스와 타이머, 가스호스, 가스조절기, 신경안정제 등으로 구성돼 스스로 목숨을 끊기를 원하는 이들을 돕는 용도로 판매됐다. 그는 신경안정제의 경우 우울증을 핑계로 병원에서 직접 처방받아 이를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지난해 11월29일부터 12월3일까지 인천에 위치한 A씨의 주거지에서 2회에 걸쳐 100만원을 받고 '자살세트'를 판매, 설치했다. 이후 '고통 없이 죽기 위한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 A씨의 자살을 도왔으나 다행히 A씨의 자살시도는 지인의 신고로 미수에 그쳤다. 
이들은 이밖에도 지난해 12월11일부터 15일까지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한 펜션을 장기 임대해 '자살장소'로 꾸미기도 했다. 동반자살자 모집글을 통해 B씨(36·여)와 C씨(22·여)를 모은 이들은 질소가스통 40리터와 텐트로 '자살세트' 펜션을 꾸민 뒤 이들의 자살을 용이하게 했으나 결국 미수에 그쳤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같은달 28일 동반자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송씨는 '자살세트' 판매에 그치지 않고 동반자살을 위해 자신을 찾아 온 절박한 여성을 상대로 '저승사자'라고 속이며 강제추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지난해 12월5일부터 이틀간 태안군의 한 펜션으로 자살실패 경험이 있는 D씨(22·여)를 유인해 이미 설치된 자살세트와 텐트 등을 보여주고 "나는 저승사자다. 나에게는 사기(死氣)가 있어 죽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며 "열댓명 모아서 다 죽이고 갈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강제로 껴안는 등 추행했다. 

경찰은 송씨는 주로 피해자들과 연락할 때 여성인척 했는데,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살브로커' 역할을 한 송씨는 서울 소재 장례식장에서 7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사업체 부도를 이유로 동반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함께 범행을 감행한 이씨 역시 대부업체 대출로 1억원의 빚을 지고 회사에서 퇴직한 뒤 동반자살을 시도한 경험을 지니고 있는 등 이들은 동반자살 모임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송씨는 지난해 7월부터 자살커뮤니티에서 만난 2명과 동반자살을 시도하다가 실패하자 인터넷으로 질소가스를 이용한 자살방법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애완용 햄스터 2마리를 구매해 질소가스로 자살하는 실험을 실시, 햄스터가 죽는 과정을 통해 자살에 필요한 질소가스량과 방법 등을 측정했다. 

송씨는 자살 시도자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 한편으로 절박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고 "고통 없는 확실한 방법"이라며 질소가스를 이용한 자살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등 '자살브로커' 역할을 자처했다. 실제 송씨와 만난 피해자들 대부분은 "송씨가 상당기간 자살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질소를 판매한 업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씨가 질소가스를 구하기 어려운 여성들을 상대로 이를 판매한 것으로 보였다"고 진술했다. 

◇주범과 통화·대화한 여성 지금까지 58명 파악

범행과정에서 송씨 등은 다양한 SNS 메신저로 자살시도자와 연락한 후 대화내역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탈퇴하는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했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와 다수 통화한 여성은 16명, 메신저 대화내역에서 확인된 여성은 58명으로 이중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다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송씨와 연관이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범행 초기에 사건을 인지해 신속하게 검거한 경찰은 이들의 추가 범행과 피해자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동반자살 등을 도와주겠다는 인터넷 상의 글 중 상당수가 사기와 성추행 등의 범행 대상을 모집하는 수단에 불과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며 "인터넷 상에서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는 자살 유해정보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범죄행위를 강력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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