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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한달'…요란한 구호 불구 별 성과없어

무슬림 입국금지 등 주요 공약 이행 '기대 못 미쳐'
한달 뒤 지지율 40%…역대 평균보다 21%p 낮아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7-02-20 15:50 송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멜버른에 있는 공항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멜버른에 있는 공항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 AFP=뉴스1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국정운영 원칙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천명하며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놀랄 만한 진전"을 이뤘다는 자체 평가와는 달리 주요 공약 이행에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가 19일(현지시간)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슬림 입국 금지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 △멕시코 국경 장벽 비용 조달안 마련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안) 폐지에 나서겠다며 떠들썩하게 출범했지만 별다른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공직자 퇴임 뒤 로비활동 금지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렸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마련한 다른 윤리규정은 완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까지 서명한 행정명령 중 가장 큰 논란을 빚은 반(反)이민 정책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세제개혁에선 눈에 띌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반면 정보당국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결탁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 역시 여러 조사를 예고했다. 내각 구성에선 15명 부장관 중 3명만 지명됐다.

대통령 역사연구가 더글러스 브링클리는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취임식 참석자와 시위자수 등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자, 같은 달 23일 "그는 최악의 출발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외국 정상과의 무례한 전화통화,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의 사임, 법원 및 언론매체 공격 등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 공화당 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슈미트는 "지난 한달 간 대통령의 모습은 전례가 없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를 반영한 듯 출범 한 달의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40%로, 역대 2월 중반 평균치보다 21%포인트(p) 낮다. 이전 최저치에는 11%p 못 미친다. 
영국의 도박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 것이란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제시카 브리지 도박업체 래드브록스의 대변인은 "임기를 마치지 못할 것이란 쪽에 돈을 거는 사람이 정상적으로 마칠 것으로 보는 쪽보다 5배 많다"고 전했다. 

19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의 마켓 스퀘어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한달을 맞아 반 이민정책 등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AFP=뉴스1 
19일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의 마켓 스퀘어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한달을 맞아 반 이민정책 등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AFP=뉴스1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한 달 간의 성과를 거론하며, 외국 정상과의 통화는 "대단히 생산적이었다"며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소탕안 제출을 요구했고 새 위원회에 여성 기업인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군과 사법집행기관 보강안도 제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것은 대통령의 발언 방식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미국 국민들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며 "이것들이 유세 때 했던 약속들인데, 우리의 국경이 강화돼 크게 놀라는 사람들도 있다"며 '일반론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는 세부 내용에 크게 우려하지 않고 워싱턴 기성 정치인들을 혐오하는 열성 지지자들을 상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공화당 전략가인 브루스 헤인스는 "그는 자신의 힘이 실제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워싱턴은 그에게 안전한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백악관 내 트럼프 대통령은 동물원 우리 안 사자와 같다고 느끼고 있다"며 "그가 워싱턴을 벗어나면, 그는 자연 서식지에 있게 돼 완전한 자신이 된다. 나는 그가 워싱턴 밖에서 지지자들과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밤 플로리다 멜버른에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자신의 '믿기지 않는 대선 승리'를 다시 자축하면서 기성 정치권과 언론 매체 등에 맞서는 국정운영을 '위대한 순간'이라고 찬양했다. 또 "그들은 프라이머리(당내 경선)에서 우리를 꺾지 못했으며 대선에서도 이기지 못했다. 우리는 그들의 정체를 드러낼 것이며, 계속 승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주식 시장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승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난장판(mess)을 물려받았다“고 손쉬운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7월 "나만이 이것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한 자세에서 크게 바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제 9연방항소법원을 비난했고, 플린 전 보좌관에 관한 해로운 정보를 유출했다며 정보당국을 꾸짖었다. 또 이를 보도하는 언론 매체들에는 "가짜 뉴스"라고 힐난했다. 법률 전문가와 이를 이행하는 당국의 조언을 받지 않고 성급하게 서명한 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대러 제재 해제를 논의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이에 대해 거짓말을 하게 한 플린 전 보좌관의 잘못에 대해서는 비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정치에 대한 개인숭배(cult-of-personality) 방식의 효과를 입증한 것이지만, 동일한 방식이 국정운영에서도 효과적일 것이란 보장은 없다. 특히 지정학적 테스트에 대한 새 행정부의 준비 상황에 관해 양당의 국가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파네타는 19일 "국가안보회의(NSC)는 정식으로 회의를 하지 못했다. 대통령에게 사려 깊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는 현재로선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 나라가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러시아가 도발을 벌인다면, 이란이 멍청한 짓을 한다면, 북한이 멍청한 짓을 하면, 우리는 대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기능장애를 겪고 있다. 내가 크게 우려하고 있는 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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