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높은 분들 안 왔으면” 구제역과의 사투 충북 보은군

정치인·고위급 방문 의전은 하지만 시큰둥
정운찬 전 총리, 김재수 장관 등 현장 찾아

(충북ㆍ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2017-02-14 17:39 송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14일 올해 첫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이날까지 모두 7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을 방문해 정상혁 군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 이사장은 앞서 이날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독자적인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보은군 제공).2017.02.14/뉴스1 © News1 김기준 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14일 올해 첫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이날까지 모두 7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을 방문해 정상혁 군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 이사장은 앞서 이날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독자적인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보은군 제공).2017.02.14/뉴스1 © News1 김기준 기자

“솔직히 높으신 분들이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기자들 전화도 달갑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14일 충북 보은군청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지역에서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의전을 준비하느라 이중 부담을 느낀다는 얘기다.
보은에서는 지난 5일 올 들어 첫 구제역이 마로면 젖소농장에서 발생한 이래 8일 동안 7건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 13일 하루 확진농장이 3곳이나 나와 방역 당국은 물론 일대 축산농가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충북도는 광역방제기와 군 제독차 등 장비를 총동원해 보은군 전 지역을 집중 소독하는 등 구제역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3㎞ 방역대 사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보은군청 축산 담당부서와 구제역이 터진 마로·탄부면 면사무소 직원들은 지난 5일 이후 주말도 잊은 채 말 그대로 ‘구제역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군청 다른 부서 직원들도 농림축산식품부, 충북도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보내느라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치인, 장관 등의 방문이 잇따르자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이다.

이날 오후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구제역 방역에 비상이 걸린 보은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김재수 농축산부 장관이 군청 상황실을 찾았다.  김 장관은 당시 전날 구제역이 발생한 탄부면 구암리 한우농장 주변을 둘러보고 방역상황도 점검했다.

김 장관은 “방역만 잘한다면 과거처럼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매뉴얼에 맞춰 차단방역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김 장관이 다녀간 이후 구제역은 되레 확산되는 모양새다.

10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올해 첫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 주변을 방문해 구제역 상황을 살피고 있다. .2017.02.10. © News1 김기준 기자
10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올해 첫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 주변을 방문해 구제역 상황을 살피고 있다. .2017.02.10. © News1 김기준 기자


때문에 지역에서는 “당분간 보은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유력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찾게 되면 현장의 책임자들은 으레 '의전'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을 브리핑하고 안내하고 배웅해야 하는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정작 현장 방역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챙겨야 하는 본래의 임무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산인은 “자신들의 현장 방문이 오히려 민폐를 끼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며 “지금 오는 건 반갑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현장을 직접 찾는 것 보다는 (정부에서) 예비비 지원 등 현장에 요청하는 부분을 도와주는 게 더 절실하다"고 전했다.


pine@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