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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대통령 측, 변론종결 코앞에 두고 치열한 수 싸움

마음 바쁜 헌재 3월13일 넘기면 탄핵정국 오리무중
朴측, 특검연장 불투명…헌재 결정 늦추는 게 최선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2-14 09:41 송고 | 2017-02-14 10:57 최종수정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2차 공개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2017.2.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종결을 코앞에 두고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지속적인 재판지연 전략과 이를 저지하고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하려는 헌법재판소의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초기부터 일관되게 재판지연을 지상과제로 삼고 재판에 임하고 있다. 반면 헌재는 오는 3월13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8인 재판관 체제에서라도 탄핵심판 종국결정을 선고할 필요성에 따라 심리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헌재가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서로 맞물려 있다. 첫째는 대통령 직무집행 정지에 따른 국정공백을 조속히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다. 둘째는 이정미 권한대행 퇴임 전까지 종국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탄핵심판이 무기한 장기화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다.

지난 1월3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퇴임에 따라 현재 재판부는 8명으로 구성돼 있다. 8인 재판부체제가 붕괴되면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 종국결정을 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헌재의 선례에 근거한다.

◇위헌정족수 1명 모자라 5(위헌):3(합헌) 결정 때 선고 미루는 게 선례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과거 재판관이 1년 5개월 동안 장기 공석상태일 때 위헌정족수 6명에서 1명이 모자라는 5(위헌):3(합헌) 의견 결정 등이 나왔을 때 모두 선고를 뒤로 미룬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당시 헌재는 재판관 한명의 충원 여부에 따라 위헌과 합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재판청구권과 공정성 등을 고려해 5명이 위헌의견을 낸 사건은 선고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통령 탄핵심판도 이정미 권한대행 퇴임 전까지 종국결정이 선고되지 않고, 재판관 7인만 남는 경우에는 이같은 선례가 적용되지 안을까 싶다. 예컨대 5(인용):2(기각)로 인용의견이 다수를 이룰지라도 인용정족수 6명이 차지 않을 경우 헌재가 선고나 기각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헌재 역시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심리를 빠르게 진행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 활동종료 등을 염두에 둔 대통령 측의 재판지연 전략이 만만치 않은 상태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특검팀의 활동 연장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승인권자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특검 활동연장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전략이 ‘재판지연’으로 일관된 것을 두고 "탄핵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특검만 피하려는 모양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정미 재판관 퇴임 시점인 3월13일까지만 헌재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면 헌법상 대통령 형사불소추 특권을 유지할 수 있다. 만일의 사태로 특검활동이 연장되더라도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면 구속수사나 긴급체포 등은 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 측은 특검 연장여부를 예의주시하며 헌재의 변론종결 시기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헌재, 23일까지 양측에 마지막 준비서면 제출 명령…지연전략 차단

현 상황에서 대통령 측이 활용할 수 있는 재판지연 카드는 많지 않은 상태다. 대통령 측의 공정성 공세를 내세우며 무더기로 신청한 증인 가운데 재판부는 절반가량만 받아줬기 때문에 더 이상의 공정성 논란을 일으킬 명분이 없다. 

앞서 반복 채택된 증인들의 잠적과 불출석 사유서 제출에 따른 기일 공전도 헌재가 '증인채택 직권취소'라는 칼을 빼들면서 무력화됐다. 

불출석 사유서를 낸 증인의 경우 재판부가 납득할 만한 사유라면 향후 잡혀 있는 증인신문 기일 가운데 증인채택이 직권취소되거나 지연된 증인의 신문 예정시간을 활용하면 된다. 따라서 증인신문 기일이 무한정 늘어나게 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더욱이 지금까지 공개변론이 잘 진행돼 왔기 때문에 재판관들의 심증 형성을 위한 사실조사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재판부가 더 이상 대통령 측의 지연전략을 받아 주지 않고 변론종결을 선언해도 심리에 무리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재판부는 지난 9일 열린 12회 변론기일에서 소추위원과 대통령 측 양측 모두에게 오는 23일까지 재판부가 석명을 요청한 사항과 지금까지의 변론 내용 등을 총망라한 마지막 준비서면을 제출할 것을 명했다. 이는 대통령 측이 다시 한 번 방대한 자료와 시간부족 등을 이유로 최후변론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대통령 측의 마지막 지연수단은 박 대통령의 헌재 심판정 직접 출석이다. 일각에서는 재판지연을 위해 변론이 종결된 이후 탄핵심판 당사자인 대통령 본인이 직접 출석하겠다며 변론재개를 요청할 가능성도 언급돼왔다.

하지만 이미 이러한 움직임을 감지한 소추위원 측이 대통령 측에 14일까지 대통령의 심판정 출석 여부와 일정을 명확히 밝히라는 요청을 한 상태다. 재판부 역시 대통령 측에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상세한 일정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의 변론종결 예상시기와 특검의 대통령 대면조사 예상시점이 맞물리면서 박 대통령 측이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헌재에는 직접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특검 대면조사 등을 이유로 출석기일을 조정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경우도 헌재의 심리진행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인신문 등 사실조사 단계를 마무리하고 평의를 열어 법리검토를 진행하는 단계에서 단 1회 대통령의 최후변론을 위한 기일을 열어줄 경우 심리일정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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