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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탄핵결정문 통해 본 박 대통령 탄핵 가능성은?

盧탄핵 기각한 '법위반의 중대성', 근거로 제시 가능성
헌재도 국민의 목소리 의식 하지 않을 수없어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11-21 15:56 송고 | 2016-11-21 17:33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대한민국 68년 헌정사를 통틀어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한 것은 12년 전인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사건이 유일하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질 경우 헌재의 탄핵 결정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선례는 당시 노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문이 된다.
사실상 헌재가 12년 전 국민여론 등을 반영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기각하기 위해 만들어낸 ‘법 위반의 중대성’ 이론이 1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의 근거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뉴스1이 노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을 토대로 박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결정 인용 가능성을 조목조목 분석한 결과, 헌재가 예시로 든 대통령 파면사유와 박 대통령에 대해 제기되는 범죄혐의와 의혹 등이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했다.

◇헌재, 노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위반 혐의에 탄핵기각  

2004년 헌정사상 최초이자 헌재 설립 이후 최초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이 이뤄졌다. 당시 헌재는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위반 사실을 심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탄핵에 이르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기각 결정문에 대통령의 탄핵이 인정되는 상황을 몇 가지 적어두었는데 12년이 지난 현 정국의 상황과 헌재가 적시한 탄핵사유가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결정문이나 검찰의 수사결과 중간발표 등에 따르면 현재로서도 탄핵사유는 차고도 넘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면 안 되는 것은 헌법상 의무인데 헌법상 대통령 권한을 넘어서거나 남용한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가운데 가장 중요한 법치주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국민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수여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통제받지 않고 정당한 법적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 국정운영에 개입하게 한 것은 헌법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기본적으로 국민이 선거에 출마한 사람을 선출한다는 것은 대표주의 원리에 따라 대표관계에 대한 신임을 한 것인데, 국민의 대표로서 권한을 내팽개치고 다른 사람에게 맡긴 것은 대표주의에서 국민신임을 저버린 행위"라며 헌재가 탄핵사유로 언급한 국민의 신임을 잃은 상태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대통령에 대해 제기되는 범죄혐의와 일련의 의혹들은 헌법상 민주공화국원리, 국민주권원리, 대의제원리, 직업공무원제도 등을 위반한 것으로 헌법의 근간을 뒤흔든 것"이라며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대통령이 법위반행위를 해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행위"라고 분석했다.

20일 검찰은 박 대통령을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의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에 대해 ‘공모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이는 검찰이 박 대통령의 법률위반 행위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탄핵사유가 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 법률·헌법위반 비교적 명백한 상황…헌재 결정 전망은?

검찰은 20일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면서 99% 혐의입증을 자신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 공보관인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공소장 기재 내용의 99%는 입증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이렇듯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에 비춰 박 대통령의 법률위반 혐의는 사실로 드러날 개연성이 높다. 다수 헌법학자들또한 박 대통령의 헌법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 역시 ‘사법기관’인 만큼 법률위반이 명백하게 규명되고, 헌법위반의 정도의 심각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헌재가 탄핵심판을 인용하지 않고 기각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헌재가 섣불리 대통령을 탄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A 교수는 “박 대통령의 법률위반 행위가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는 중하다고 본다”면서도 “헌재가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은 아주 중대한 행위이기 때문에 일부 범죄혐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탄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A 교수는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헌재가 탄핵심판을 심리하게 되면 헌재는 검찰 수사결과, 국민의 여론인 촛불집회 등을 종합적으로 볼 것”이라며 “단순히 범죄혐의가 있다는 것만으로 탄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 교수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지만 현재 상황만으로는 헌재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해 내린 결정문에 제시한 ‘중대한 법 위반’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 헌재 최장 180일 심리 가능 … 전문가들 "빠른 결정 전망"

일각에서는 헌재가 탄핵결정을 심리하는데 최장 180일 즉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의 예상과 달리 헌재가 빠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법률위반 여부가 상대적으로 명확히 드러난 상황이고, 사태 초기부터 학계와 법조계가 박 대통령의 헌법위반 사실을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등 헌법위반 여부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금껏 헌재가 ‘180일 이내’라는 결정기한에 크게 구애 받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도 전문가들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특히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크고 국정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결정을 63일 만에 선고했다.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B 교수는 “헌재가 12년 전 노 대통령 탄핵결정 당시 분명히 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재판관들도 있었지만, 헌재는 탄핵인용의견을 결정문에 싣지 않을 정도로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은 정치와 마찬가지로 생명체와 같은 것으로 주권자인 국민들이 집회·시위 등을 통해 정당하게 표출한 목소리를 헌재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 교수는 “대통령이 갖는 민주적 정당성은 바로 ‘선출된 권력’이라는 말을 헌재의 결정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주권자인 국민이 권력을 맡긴 대통령이 권한을 인정한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게 행사하면 주권자인 국민은 당연히 다시 권력을 빼앗아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헌재가 탄핵사건을 심리할 때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인 여론의 눈치를 안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쟁점은 박 대통령의 ‘법률위반’이 헌재가 노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탄핵의 요건으로 제시한 ‘법 위반의 중대성’에 대한 판단문제다. 하지만 검찰뿐만 아니라 특검과 국회의 국정조사도 예정돼 있는 만큼 법률위반 혐의에 대한 결론도 비교적 빠르게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한철 헌법재판 소장의 임기가 내년 1월 만료되지만 헌재의 탄핵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헌법재판소장 역시 재판관 가운데 한명일 뿐이고 헌법재판소장이 탄핵심판 심리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헌법재판소장이 공석일 경우에는 선임재판관이 대행을 하고, 탄핵인용 정족수는 6명이기 때문에 정족수에도 문제는 없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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