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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살면 검찰이 죽는다"…檢, '100만 촛불'에 정면돌파

국민여론·검찰 내 강경기류에 대통령 정면 겨냥
朴, 조사협조 거부에 "강제조사해야" 목소리도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2016-11-20 18:13 송고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6.11.2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6.11.2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국민들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렇게까지 왔는데 특검까지 고(Go)해야 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20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며칠 전 대검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국민 여론으로 인해 대통령을 수사하는 단계까지 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검찰은 이날 최순실씨(60)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47)을 구속기소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최씨 등 3명 주요 혐의의 공범이라고 밝히고 피의자로 정식 입건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직 존폐의 위기를 놓였던 검찰이 '정면돌파'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순실이 살면 검찰이 죽는다"는 말도 나왔다.

박 대통령을 공범이라고 명시하고 피의자로 입건하고 수사를 전개하는 것은 헌정 사상 전례가 없는 데다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매우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이날 "법적으로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탄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검찰은 이번주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거쳐 퇴직시까지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인만큼 형사소추가 불가능하지만 퇴임 후 기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수사결과 발표 중계방송을 시청했다는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이 작정하고 대통령과 척을 진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보수적으로 혐의를 잡아도 이 정도'라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뉴스1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뉴스1
검찰 수사가 처음부터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대통령도 수사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헌법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수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되는 게 다수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본부를 이끄는 이영렬 중앙지검장도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검찰의 기류는 점차 변화했다. 박 대통령에게 대면조사를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사실상 피의자 신분임을 밝히며 박 대통령을 압박해 나갔다.

박 대통령은 차관인사를 단행하며 국정 복귀 의사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검찰의 인사권자'라는 점을 과시해 검찰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최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표현을 9번이나 적었다. 박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75억원 출연을 직접 압박했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늑장수사'라는 비판 여론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수사에 검찰의 존폐가 달려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집회에 국민 100만명이 나오며 국민 여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박 대통령 수사를 둘러싸고 수사본부는 물론 검찰 전체에도 강경한 기류가 흘렀다.

특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황제수사' 논란이 불거지며 김수남 검찰총장은 대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총장은 지난 15일 퇴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불가피하다"며 "신속하게 조사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이 검찰의 15~16일 대면조사 요구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힌 날이었다.

신중한 김 총장의 성격상 수사 상황에 대한 언급은 이례적인 것으로 검찰 내부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 진행과정에서 증거가 계속 밝혀짐에 따라 피의자로 입건한 것"이라며 "일체의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최종 평가는 특검수사 전까지 최대 보름 사이에 판가름날 전망이다. 박 대통령에 관한 직접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그에 근거해 환상의 집을 지었다"며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고 특검 수상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법인 덕수 소속 조영관 변호사는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면 소환장을 보내야 한다"며 "불응할 경우 강제수사를 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의 고위 관계자는 "처음엔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여론 덕분에 현재는 이견이 없는 상태"라며 "다만 강제수사 여부에 대해선 아직 논란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ku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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