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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의혹들…엘시티, 9년간 사업추진 들여다보니

인허가·부지 매입에 끊임없는 잡음 논란
포스코건설, 열흘만에 사업 참여 결정…시공사 등장 배경에 의문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2016-11-19 08:00 송고 | 2016-11-20 12:00 최종수정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 엘시티 로비의혹 비리 수사를 지시했다. 이 사진은 엘시티 건설현장. 2016.11.17/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 엘시티 로비의혹 비리 수사를 지시했다. 이 사진은 엘시티 건설현장. 2016.11.17/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 해운대 초대형 건설사업인 엘시티(LCT) 특혜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시공사인 포스코건설뿐만 아니라 정관계까지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이영복(66) 청안건설 회장이 '비선실세' 최순실(구속)씨와 최씨 언니 최순득(64)씨가 가입해 있는 '청담동 계모임'의 회원들을 엘시티 기공식에 초대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9년 전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아 무모해 보였던 엘시티 사업이 인허가·부지매입 등 고비가 있을 때마다 비선실세 뿐 아니라 정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았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 엘시티…끊임없이 나오는 비리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부지 6만5934㎡에 101층짜리 랜드마크 타워 1개동, 85층 주거 타워 2개동과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초고층 복합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996년 군부대가 철수한 뒤 부산시가 부지를 매입했지만 10년이나 미개발 상태로 방치되면서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부산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됐으며 '해운대관광리조트'라는 이름으로 민간 사업자를 모집했다. 공사는 이영복 엘시티 회장이 대표로 있던 청안건설 등 20개 기업이 참여한 '트리플스퀘어 컨소시엄'(현 엘시티PFV)을 선정했다.

이 시점부터 각종 규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당초 부산시는 엘시티를 오피스텔, 아파트 등 주거시설은 허용하지 않고 호텔·콘도 등 관광 위락시설 등 체류형 사계절 복합관광리조트를 만드는 조건을 내세웠다. 하지만 사업 수익성 확보를 위해 주거시설이 필요하다는 엘시티의 요구에 부산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도입을 결정했다.

2008년 11월엔 해운대구의회가 옛 한국콘도 부지를 엘시티 개발에 편입시킬 것을 청원했고 부산시는 도시계획변경 절차를 통해 승인해줬다. 구의회 측이 엘시티의 기존 사업 부지가 5만10㎡인데 이를 늘려주자고 한 것이다. 옛 한국콘도 부지까지 포함해서 확장 개발하기로 도시계획이 바뀌면서 사업 면적은 6만5934㎡가 됐다.

2009년 12월 부산시는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고 '해안경관 개선지침' 규정까지 바꿨다. 해당 규정은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의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중심미관지구'와 '일반미관지구'로 구분해 중심미관지구에는 건축물 최고 높이를 60m 이하로 규정했다. 부산시가 엘시티 부지를 일반미관지구로 변경해 규제를 완화해준 것이다.

법무부도 엘시티에 관여됐다. 법무부가 2013년 엘시티를 '부동산 투자 이민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조치에 따라 엘시티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는 이민자격, 즉 영주권이 부여된다. 엘시티는 부산시에서 '부동산 투자이민' 구역으로 지정된 첫 사례다.

이밖에 엘시티는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등의 제재도 받지 않았다.

◇책임준공 요구에 현대건설·중국회사 'NO'…포스코는?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2013년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사업수지가 안 맞는 데다 기존 출자자들이 '책임준공'을 요구하면서 거절했다. 책임준공이란 시공사가 공사비를 받지 못하거나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공사를 중단할 수 없는 계약방식이다. 자칫 시공사에 독이 될 수 있어 건설사들이 꺼리는 사업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의 사업은 공기연장·공사비 증액 발생을 귀책사유에 따라 부담하는데 책임준공은 시공사가 대부분 부담하게 된다"며 "사업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책임준공 적용 사업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를 시공사로 대체 선정했지만 역시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지연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시공계약도 해지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두 번의 시공사 선정이 무산된 이후 지난해 5월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포스코건설은 책임준공 약정을 수용했다. 분양대금이 담보로 제공됐고 부산은행, 메리츠종금증권, 롯데손해보험, 흥국생명, 동부생명, 멕쿼리은행, 우리종합금융 등 16개 금융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기존 시공사의 철수로 사업이 방향을 잃게 된 지 단 열하루 만이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성 및 타당성 검토 등에 최소 2~3개월이 걸리며 금융 문제까지 걸리면 1년 이상도 지연될 수 있다"면서 "윗선의 '입김'이 없다면 이렇게 빨리 사업 참여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관련 업계에선 이 과정에서 비선실세의 영향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복 회장이 청담동 계모임을 통해 알게 된 최순실씨에게 도움을 요청해 포스코건설을 움직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엘시티 사업은) 시공사 입장에서 보면 공사비 확보가 용이한 사업성이 매우 높은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엘시티 사업은 약정 분양율을 넘겨 이미 공사비 전액을 확보한 상태"라며 "책임준공 조건이 있더라도 기간 내에 공사만 마무리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엘시티 수사 본격화…이 회장 입 열까?

검찰은 지난 7월에서야 엘시티 수사를 본격화했다. 정관계 로비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부산시 고위 관계자들을 집중 살펴보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정기룡 부산시 경제특보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정 특보는 엘시티의 인허가 담당사장을 지냈다. 이와 함께 전·현직 부산시장, 당시의 해운대 구청장 등도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등도 수사 물망에 올려놓고 있다.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엘시티 로비 의혹 수사를 했지만 이 회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나기도 했다. 또 국정원 처장을 지낸 인물이 이 회장의 페이퍼 컴퍼니 대표를 맡은 정황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최씨 일가와의 연관성도 눈여겨보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수년간 이 계모임에 참여한 복수의 계원들은 "엘시티 기공식을 한다며 이영복 회장이 계원들을 초대해 계주 김모씨 등 여럿이 1박2일 일정으로 엘시티 오프닝 행사에 다녀왔다"고 보도했다.

당시 엘시티 기공식 행사에는 허남식 부산시장, 배덕광 해운대구청장 등 정재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런 행사에 계원들을 초대한 것은 이 계모임이 단순 친목 도모가 아니라 로비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 회장이 최씨 일가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증하고 있다. 검찰은 11월17일 이 계모임의 계주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지만 엘시티 로비설의 실체를 풀기 위해선 이 회장의 진술이 필요하다. 이 회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올해 8월 종적을 감췄다가 이달 10일 검거됐고 12일에는 구속됐다. 5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뇌물공여 등이 그가 받는 혐의다.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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