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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집요한 '지도반출' 요구…정부는 왜 불허했나

'안보' 최우선…정부 보완책 무시한 '뻣뻣한' 구글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2016-11-18 15:08 송고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이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지도반출을 불허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6.1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이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지도반출을 불허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6.1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우리 정부가 '글로벌 IT공룡' 구글이 집요하게 요구해온 국내 정밀지도 데이터 해외반출 요구를 끝내 거부한 가장 결정적 이유는 '안보' 때문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의 특성상 정밀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경우 안보위험이 가중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정밀지도와 구글의 위성지도를 결합시키면 국내 군사시설 등 주요 시설물들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가득이나 북한의 핵도발로 남북관계가 민감해져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 주요시설의 해외노출은 우리 정부로선 큰 도박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구글이 우리 정부에게 해외반출을 요청한 지도는 1:5000 비율로,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수준으로 손꼽힌다. 해당 지도 정보에는 청와대를 비롯한 전국 각지 군부대 등 국가기밀 지역까지 모두 담겨있다.

사실 구글이 지도 해외반출을 요청하던 지난 6월만 해도 우리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국방부, 외교부 등 안보관련 부처에서는 반대입장을 밝혔지만 다른 부처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일부 부처들은 구글 지도를 바탕으로 하는 ICT 신산업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가 이를 거부하면 시대에 뒤쳐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때마침 구글 지도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가 지난 7월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구글에게 유리한 국면이 형성되기도 했다. 미국, 호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모두 '포켓몬 고'가 문제없이 실행되지만 구글이 정밀지도를 제공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원활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않았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공식적으로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와 구글 정밀지도 해외반출 여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후 구글의 세금회피 논란이 일면서 오히려 구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했다. 데이터서버를 국내 설립할 수 있는데도 이를 회피하는 구글의 안일한 태도도 도마위에 올랐다.

이날 '불허' 결정에 앞서 지난 8월 열린 정부의 '지도 국외반출 협의체'에서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한 것도 구글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 여론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정부는 합리적인 판단하에 구글 측에 안보위협 시설에 대한 보안처리 등의 대안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구글은 "최상의 품질로 서비스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우리 정부의 요구를 거절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혼란한 틈에 정부가 국가안보에 중요한 대외 협정을 급히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인데 또다른 국가기밀인 정밀지도 국외반출을 허용했다가는 비난 여론에 시달릴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평했다.

구글이 우리 정부의 불허 결정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사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에 집권하면 구글이 '통상 압력'을 내세워 지도반출을 재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추후 재신청에 제한이나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구글의 입장 변화 등으로 재신청이 있을 경우에는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구글이 요청한 국내 정밀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린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국토지리정보원 내 지도박물관에서 한 관계자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6.1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정부가 구글이 요청한 국내 정밀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린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국토지리정보원 내 지도박물관에서 한 관계자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6.1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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