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정유라 특혜' 청담고 간 수험생들 "정직하게 대학 갈 것"

"정유라씨 정당하지 못해…특혜 뿌리 뽑혔으면"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6-11-17 18:10 송고
청담고에서 선배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후배들 © News1


"정유라보다 대학 잘 갈거다. 정직하게 갈거다."
수능날인 17일 오전 7시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청담고등학교에선 변성기가 섞인 걸걸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수험생 선배를 응원나온 후배들이 외치는 소리였다.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졸업한 청담고는 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였다. 전날인 16일 서울교육청은 정씨의 출결과 성적을 확인한 결과, 고3 때 출석일수는 17일에 불과하고, 학교생활기록부 허위기재 등 다수의 특혜를 받았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청담고 교문 앞에는 반포고, 국립국악고 등 30여명의 학생들이 미리 교문 앞에서 응원의 피켓 등을 들고 선배들을 응원했다. 따뜻한 음료수를 들고 선배를 기다리던 윤재민군(17)은 "오늘 청담고를 오면서 친구들과 최순실, 정유라 사태와 관련한 많은 얘기를 했다"며 "평등하지 못한 시스템 속에서 묵묵히 수능을 보는 선배들을 응원한다"라고 밝혔다.

수능날 청담고를 배정 받은 수험생들의 반응도 남달랐다. 임지석군(19)은 "시험장을 청담고로 배정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놀랐다"며 "장안의 화제인 이곳에 꼭 배정받아야 했는지, 왜 하필 청담고인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반면 청담고에서 '우주의 기운'을 느꼈다는 수험생도 있었다. 김준엽군(19)은 "청담고 정문을 통과하면서 정유라씨가 생각나면서 왠지 모를 우주의 기운이 느껴졌다"며 "그 기운을 받아 평소보다 집중했다고 생각했는데 시험은 못봤다.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머리를 쥐어짜며 그동안의 노력을 쏟아낸 수험생들은 정당하지 못한 특혜에 분노하는 모습이었다. 수능을 마치고 나온 이정우군(19)은 "정유라씨의 학교생활은 아무런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개념을 상실한 모습"이라며 "이제라도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고 특혜가 뿌리 뽑히는 정당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는 정직하게 대학을 갈 것"이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이군은 이어 "그동안 수능준비 때문에 촛불집회를 못 갔지만 이제는 가볼 생각"이라며 "당장 이번주 토요일 일정을 비워뒀다"라고 말했다.

오후 4시30분쯤 자녀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교문을 서성거렸다. 고생했을 아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적시는 학부모도 있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 역시 정유라씨를 둘러싼 특혜 사실들을 파악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학교는 그동안 뭐했느냐"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학부모 장모씨(45·여)는 "정유라씨가 고3 때 17일만 출석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게 말이나 되는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최순실씨가 교사에게 폭언도 했다고 하는데 그동안 청담고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해가 안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아들 고3 때 정말 열심히 뛰었다. 저녁도 제대로 먹지 않을 정도였다"며 "노력한 아들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오늘 아침에도 '너 자신을 믿어라'는 한 마디를 해줬다"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검토하고 있는 정씨의 졸업취소는 압도적으로 찬성 목소리가 높았다.

학부모 이모씨(49·여)는 "주변 학부모도 그렇고 다들 '정유라 학교 간다'고 얘기하더라"며 "학부모 입장에서는 너무 씁쓸한 일이다. 불공평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고 졸업취소 역시 당연한 조치"라고 밝혔다.

수험생들이 속속 나오자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손을 잡고 등을 토닥였다. 학부모 김모씨(50)는 "경상도 사람이라 부자지간에 크게 교감이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고생했다는 따뜻한 말을 해주고 싶다"며 "시국이 흉흉하고 너무나 불공평한 말이 나오는 이때에 끝까지 수능을 완주한 아들이 자랑스럽다"라고 밝혔다.

전창신 서울시교육청 감사팀장이 16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열린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청담고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 중간발표에서 조사 결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6.11.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kul@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