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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구상이요? 내일도 몰라요"…혼탁한 정세, 답답한 기업

'최순실 사태',재계에도 불똥…롯데·CJ, '노심초사'
"트럼프 당선·부동산 '흐림' 등 악재만 보여"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2016-11-20 06:20 송고
2016.10.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2016.10.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내년 계획이요? 당장 12월, 아니 내일 상황도 짐작하기 어려운 시국이잖아요."
국내외 정세가 혼란스러운 정국으로 흘러가면서 기업들이 내년 사업 계획 구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11월 중순이후는 기업들은 한해 사업을 잘 마무리하면서 이듬해 사업에 대한 구상에 접어드는 시점이다. 특히 상당수 기업들이 연말이나 연초에 정기 인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미리 내년 사업을 어느 정도 구상해야 한다. 그래야 적절한 인물을 배치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올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미국 대선, 그리고 불확실한 내년도 경제 상황 등으로 인해 사업 전략 구상에 애를 먹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정세, 극도로 혼란…"한치 앞도 몰라"
국내 한 그룹 전략실 임원은 "최근 몇년간 내년 상황을 모르겠다고 하긴 했지만 올해처럼 연말 상황이 어지러운 적은 처음"이라며 "기업인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는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불안한 상황'이라는 말이 종종 나온다"고 20일 말했다.

우선 최순실 사태로 국내 정치권이 극도로 혼란스럽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현재 '하야 또는 퇴진'을 요구하는 야권과 '버티기'에 들어간 청와대가 팽팽하게 맞선 정국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결국 '탄핵 정국'으로 흘러갈 것을 예상하지만, 그 역시 쉽게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에서 통과여부도 불투명하고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국정 혼란 장기화는 피할 수 없다.

이처럼 국내 정세에 대해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들도 쉽게 내년 구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패션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의 사장은 "이맘때쯤이면 내년 봄 시즌을 대비해 어느 정도 물량을 잡을 지 논의를 시작하고는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해당 기업에서 아직 명확한 게 없고 좀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순실 사태',재계에도 불똥…롯데·CJ, '노심초사'

게다가 최순실 사태가 단순히 정치만의 문제가 아닌 대기업들이 연루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 파장이 클 수 있다. 최씨가 설립에 깊숙하게 관련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기업들이 대거 출연금을 낸 것이 핵심 사안이다.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순수한 기부" 또는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엮일 수 있다는 점에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로 인해 정체돼 있다가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다시 움직이려 했던 롯데그룹, 그리고 이재현 회장의 특별사면으로 역시 정상화의 발걸음을 막 시작한 CJ그룹은 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난감한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연말 신동빈 회장의 약속 이행을 위해 그룹 정책본부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사태와 연루되면서 이 작업 역시 차질을 빚거나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J그룹 역시 올해 정기 인사에서 이 회장 공백 기간동안 밀렸던 인사와 조직 재정비를 실시하려 했다. 그러나 역시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다양한 의혹에 휘말렸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소모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부동산 '흐림' 등 악재만 보여"

이같은 국내 정세 혼란과 함께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도 기업들의 고민거리다.

트럼프가 후보 시절부터 주장했던 보호무역 조치와 주요국에 대한 환율 관련 압박 강화 등을 실현할 경우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 역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처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사람들이 아무래도 지갑을 닫으려 한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우려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추석을 지나면서 소비 심리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하지만 미국 대선이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고,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보면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이면서 다시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우려했다.

내수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동산 경기가 흐리다는 점도 유통업체 등 주요 내수기업들에게 악재다. 4분기 들어 국내 주택시장은 공급과잉 우려와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경기 하락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국내 상황과 함께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것은 내수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내외 정세 혼란과 함께 경제마저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아예 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체 전략담당 팀장은 "내년 상황을 보면 호재로 구분할 것이 보이지 않는다"며 "어쨌든 사업전략을 짜기 위해 내년 여러 부문들에 대한 전망을 해야 하는데 답답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jine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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