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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찔끔찔끔' 수사…대통령 소환 조사 불응 빌미 됐다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11-16 13:40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이 늦어도 16일로 요청했던 대면조사를 거부한 것을 두고 사실상 검찰이 현 상황을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소속 검사만 32명에 이르는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본격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당초 미르·K 스포츠재단에 대한 고발사건을 형사 8부에 배당하고 관련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지 않아 초반 스퍼트가 늦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검사 30명은 부산지검 수준의 규모로 사실상 하나의 일선청 전체가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관련자 소환 등 수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사건 수사를 둘러싼 '늑장수사'라는 비난 여론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일선의 한 변호사는 "검사 30명은 엄청난 규모라면서 검사 30여명이 매달려 수사를 진행한다면 나라도 결딴 낼 정도의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검찰 수사가 찔금찔금 소환조사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수사가 주요 혐의자들을 거의 구속한 상황에서 수사가 계속 지체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검찰의 늑장수사는 검찰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검 도입을 눈앞에 두고 막바지 수사에 박차를 가하던 검찰이 요구한 대통령 소환 조사에 대통령 측이 검찰조사 미진 등을 이유로 소환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5일 대통령 측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이 소환에 응할 것을 요구한 16일 소환 조사 불가론을 펼치며 검찰 수사의 미진함을 그 근거로 드는 발언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 변호를 맡은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6.11.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유 변호사는 "현재 검찰 수사상황을 보면 가장 먼저 구속된 최순실씨에 대한 수사만 거의 완료돼 이번 주말 기소를 앞두고 있을 뿐 대통령과 관련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차은택씨 등은 현재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관련 여부가 문제되고 있는 조원동 전 경제수석에 대해서는 어제 조 전 수석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으로 이제 막 수사 시작된 상태이고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도 어제 소환조사 진행됐을 뿐"이라며 "검찰이 모든 의혹을 충분히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대부분 확정한 뒤에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며 소환 불응 이유를 밝혔다.

물론 유 변호사의 '사실관계 확정 후 대통령 조사'는 수사의 기본원리에 어긋나는 변호를 위한 변론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유 변호사의 지적처럼 관련자 소환 조사 등이 뒤늦게 이뤄진 것만큼은 사실이기 때문에 검찰의 늑장수사가 검찰의 발목을 잡게 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양홍석 참여연대 변호사는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들이 30명인데 찔끔찔끔 관련자들을 소환해 온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수사관행상 대통령을 제일 마지막에 불러야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최순실씨의 구속시한이 20일인 것을 알면서도 수사에 속도를 안냈다"고 지적했다. 

◇ 검 '늑장수사' 나비효과… 탄핵소추에도 영향 불가피

야3당 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절차에 대한 헌법적 고찰' 간담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16.11.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더욱이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측이 의혹만으로 대통령 퇴진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혼란 정국은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거듭 명확하게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상 대통령에게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는 '탄핵소추'를 의결하려 해도 역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걸림돌로 작용한다.

헌법은 대통령 탄핵소추의 요건을 ‘헌법 또는 법률의 위반’으로 정하고 있는데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조사 내지는 수사를 통해 법률위반 혐의를 밝혀내거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만한 정황을 포착해 공식화하지 않을 경우 탄핵정국에 돌입해도 다시 한번 소모적인 논쟁이 일 것은 불가피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기 된 의혹과 일부 사실로 밝혀진 정황들에 따라 헌정질서를 문란케하고 헌법의 기본원리 등을 몰각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구체적으로 헌법의 어떤 조항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상 논란이 일수밖에 없다. 이는 헌법 자체가 국가의 큰 틀을 규정하는 법으로서 ‘추상성’과 ‘개방성’ 등을 특징으로 대강의 큰 얼개만을 규정하는 것을 본질적 속성으로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결국 헌법 66조의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 위반을 근거로 탄핵소추를 진행해야 하는데 탄핵심판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 늑장수사의 나비효과로 정국이 한층 더 ‘오리무중’(五里霧中)이 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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